사회복지, 더 이상 희생만으로는 될 수 없다!
지난 9월 8일 토요일 오후,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AV룸에서는 각 사회복지 기
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 노동자, 학생 등 약 100여명이 모여 사회복지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1년여의 준비기간을 통해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일선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날 총회를
통해 위원장에 장재구 씨를 사무국장에 이희범 씨를 선출하고, 상임집행위원
회를 구성함으로써 보다 분명한 노동조합 결성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들은 사회복지노동자 선언을 통해 자신들이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향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숭고한 정신과 그것을 이 땅에서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
온 선배 노동자들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은 사회복지노동자임"을 밝힘으로써
'희생과 헌신'만을 강조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정치적인 관점을 강요하
는 사회복지 분야의 악습을 '노동자'로서의 자주성과 연대성으로 깨쳐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 분야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
왔다. 특히 재단의 파렴치한 비리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시설의 경우,
재단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노동조합이 제기되어 왔다. 또
한, 반민중적인 사회복지정책을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껴온 사회복지 종사자
들에게는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던 것이다. 이런 맹아들이 구체적으로 힘을 얻게
됨으로써 이번 사회복지노동조합(준)이 출범하게 되었다 할 수 있다.
흔히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한다고 하면 선한 뜻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여기
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사회복지 실천이 어려운 이웃들을 상대하고, 그들에
게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면에 있는 사회복지 노동
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응답한 사회복지사 6,167명 중 47.8%가 이
직고려하고 있고, 평균 경력 9.6년에도 연봉은 1,671만원으로 일반기업 대졸
자의 초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적으로 주 53시간 근무
를 하고 있고, 응답자의 45.8%가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소규모 기관이라는 다수 복지시설의
특수성이 겹쳐서 불합리한 처우와 비상식적인 기관운영에도 아무런 반발조차
못하며 묵묵히 참고 일해온 것이 대다수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현실이다. 이
런 현실은 반수에 육박하는 이직 희망자 비율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노동조합으로 나아간다
해도 그 이후의 수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이 노조 안팎으로 널려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단체적인 행동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
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처우를 개선함에 앞서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
의 힘으로 바꾸고자하는 의식을 한데 모았다는 것, 그것을 통해 패배적인 상
황에서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조건으로 한걸음 내딛었다는 것
이 노동조합(준) 출범의 의의인 것이다.
그렇다면, 실업운동 진영은 어떠한가. 지난번 보건복지부 지침 사건을 계기
로 산발적으로 자활 종사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일을 기억한다. 열악한 노
동조건이야 현재의 물적 토대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존재하고 있는
불만이 해소되고, 공식적인 의견으로 모아져서 소통되는 공간의 필요성이 높
다는 사실은 쉽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모두가 선한 뜻으로 같은 운
동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기층의 인식과 중간(관리)층의 인식은 늘 다를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자기의 조건에서 자신의 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만 신바람 나는 운동, 힘이 실리는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형태가 아니라 할 지라도 자활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에 맞는
자주적인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사회복지 노동조합과의 연대는 자활을 둘러싼 제반 사회복지 제도의 개선과
연계하여 자활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회복지노동조합(준)의 출범을 통해 사회복지가 단순히 기존 구조의
유지에 필요한 도구가 아니라 진정한 민중의 필요를 채워주는 적극적인 기제
로 변화 발전해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실무종사자들의 교류와 연대가 자활
운동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정부의 무능력한 사회복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설 무기가 또 하나 늘었
다. 남은 것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에
이 땅의 사회복지 노동자와 실업운동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스스로 인식하고 나와 동료들의 삶이 다르지 않음
을 확인하면서, 우리의 단결을 가로막는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역사발
전의 동력이며 모든 사회개혁과 삶의 질 개선이 우리의 땀과 피를 통해 얻어
질 때에 더욱 값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사회복지노동자 선언 중에서)"
◎ 사회복지노동조합(준) 홈페이지(okji.no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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