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과 민주주의 원칙 수호하고자”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소년이 공인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 그곳이 바로 학교이다. 학생들은 하루의 절반 가량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과 온 정신을 학교란 교육기관에 내맡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이 사회의 운영원리로부터 너무나도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이는 앉아서 받기만 하는 교육, 주는 사람한테 받아먹기만 하는 교육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 두발자유화 운동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살아있는 학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학생인권 보장을 부르짖던 전국중고등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은 이와 같은 현실에 ‘학교운영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교육자치의 기본단위로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교육체제를 위해 출범한 것이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이며, 이러한 학운위가, 명실공히 개성있고 다양한 교육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기구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제 32조에 따르면, 학운위에서는 ‘학교헌장 및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정규 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사항’, ‘학교 급식에 관한 사항’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밀접한 사항들에 대해서 심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운위는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로만 구성될 수 있다. 교육의 삼대주체라는 학생이 이곳에서 일명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학운위에서 결정되는 내용의 실질적인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받기만 하는 수동적 교육에 익숙해져버린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도, 참여의 의지를 가질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존재여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인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아니, 학생인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소리는 ‘불만’으로만 표출되어 왔다. 왜! 급식에서 벌레가 나와도 다음날 같은 급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며, 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슨 생각으로) 제정한 것인지도 모르는 교칙을 법보다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며, 왜! 현실과의 괴리감이 절절히 느껴지는 책을 줄줄이 읽는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불만을 늘어놓는 소극적인 자세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인권이 장애인 인권이나 외국인 노동자인권 등 사회의 약자들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이 사회는 물론이고 스스로조차 많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우리 청소년들의 잘못도 컸던 것이다.
그 래 서! 우리 학생들은 직접 학운위에 참여하길 주장하고 있다. 그 첫째는 학교에서 너무나도 바닥에 놓여버린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교육체제로 바꾸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것이 학운위인데, 그러한 의미를 가진 기구에 학생이 참관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 자체가 학교란 곳의 너무나도 큰 모순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혹자는 학생들이 학운위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며 의미는 있을망정 ‘학교 운영을 지체시키는 것은 아니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콜 버그의 이론에 따르자면 어른과 동일한 도덕적 판단력을 지닌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준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며, 이는 학교 생활에 대해 정당성과 동기를 불러넣을 수도 있다. 간단히 교칙을 예로 들어 보자.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는 교칙이 ‘교칙을 지켜야 하는 학생들의 의견’ 없이 계속 이어졌을 경우와, 학생들의 의견이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반영된 교칙으로 개정됐을 경우, 학생들은 어떤 교칙을 더 잘 지킬까? 과연 어떤 경우에 정당성을 가지고 있을까?
학생들의 학운위 참여는 무작정 목소리만 높이고, 주장을 들어달라고 ‘앙탈’을 부리려는 것이 아니다. 몇 년을 배워온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자신들의 사회운영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통제의 대상에서 하나의 주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학생의 학운위 참여는 아주 절실한 것이다.
학생의 학운위 참여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반학교론자도, 탈학교론자도 아니다. 다만 학교를 너무 사랑해서 모인 학생들일 뿐이다. 우리가 아끼는 학교, 우리의 생활 전반을 맡고 있는 학교가 진정한 민주주의 초석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 학생을 학운위로! 학교야, 사랑해-!”●
임 경 아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 중앙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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