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공격, 그 이후
[인터내셔널뉴스] 편집실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이라는 미국의 심장부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석과 입장이 발표되고 있다. 국내외 사회·민중단체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는 행동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파장과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은 아직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다만 현재 수준에서 국내외 민중들은 최소한 다음의 지점에서는 포괄적으로 동의를 확보하고 있는 것 같다 : 그것은 9·11 테러 참사는 미 제국주의 자신이 역사적으로 뿌려온 씨앗의 '쓰디쓴 열매'라는 사실이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미국은 '그동안' '무엇을' 뿌려왔는가?
지난 시기동안, 미국이 전세계 민중과 제3세계 국가를 상대로 저지른 '테러'는 굵직한 것만 뽑아도 이 페이지를 다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1990년∼1991년 이라크 공습과 뒤이어 행해진 살인적인 경제봉쇄, 1995년 보스니아, 1998년 수단의 제약공장 폭격, 1999년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 또한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군사개입을 자행했던 과테말라, 브라질,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그리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쿠바 그리고 파나마. 이러한 미국의 '테러'는 당연하게도 그 나라 민중들에게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안겨주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학살'이었다. 이처럼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테러 국가'는 바로 '미국'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뿌린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씨앗'이다.
9·11 테러의 '배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다만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하여,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을 부추기고 성장시킨 것도 미국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석유자원을 포함하여 중동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군사적 전위부대'로 키워왔고, 대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상적인 폭력과 학살을 묵인·방조해왔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 민중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결국에는 다수의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수천명을 죽게 만든 경제봉쇄 정책을 강제했다. 또한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이러한 미국의 편향된 대(對)중동정책은 아랍 민중들의 종교적·민족적 모욕감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그들의 민주적·민족적 열망과는 반대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미국 정부는 지난 20년 대부분의 기간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중동과 직접적인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뉴욕과 워싱턴 테러 공격의 정치적 근원]를 보라) 그들은 항상 중동의 어느 곳인가를 폭격하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이번 사태의 배후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만약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에 연관되었음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미국이 뿌린 '씨앗'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1979년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친소정권 지원을 위한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CIA가 모집하고 무장시키고 훈련시킨 이슬람전사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 CIA의 테러리스트 훈련학교 졸업생이다. 냉전시대 이래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 이슬람근본주의 세력들을 지원해왔으며, 이를 통해 얼마간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세력확장에 맞선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냉전 이후에는 발칸, 체첸 전쟁 등지에서 그들의 활동이 지속되었다. 결국 9·11 테러 공격의 배후가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이라면, 그것은 바로 미국 CIA의 군사적 정보 활동의 결과물이다.
미시적으로 보면, 최근 조지 부시 정권의 패권적인 대외정책도 이번 사태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미사일방어계획(MD)의 일방적 추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의 탈퇴 의사,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 비준 거부,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에서의 일방적 철수,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의 일방적 편들기 등 부시 행정부가 최근 보인 안하무인격의 대외 정책은 분명 동부해안을 강타한 테러의 또 따른 원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테러리즘'과 '대(對)테러전쟁' 그리고 ...
자신들이 뿌린 이 모든 '역사적 씨앗'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결국 '대(對)테러전쟁'을 선포했다. "21세기의 첫 전쟁", "선과 악의 전쟁" 운운하며,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보호하고 있다는 아프가니스탄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빈 라덴이 연루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다만 이미 준비된 시나리오라도 있었던 듯이,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대(對)테러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촘스키의 지적처럼, 이번 사태는 "그 잔인함의 규모 때문이 아니라 그 테러의 대상 때문에" 세계역사에서 전혀 이례적인 것이다.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것은 1812년 남북전쟁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시 행정부는 군비지출을 확대하고, 비밀첩보 및 감청활동을 합법화시키고, 심지어 사회적 이슈들-낙태, 동성애, 여성주의 등-에 대해서까지 보수주의적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종주의자들은 아랍과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러한 경향은 미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충실한 동반자인 영국의 경우, 급진주의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신분증 제도의 도입 의사를 내비치는 등 9·11 테러공격이 만들어낸 정세를 평소에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반대에 직면했던 정책들을 '보이지 않게'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9·11 테러 공격이 중장기적으로 미국 및 전세계적으로 각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재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대한 테러는 모든 형태의 우익 및 보수주의자들이 준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었고,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미제국주의가 주도하고 있는 '대(對)테러전쟁'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는 첫 번째 희생양으로 선택된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지형이나 어떠한 제국도-알렉산더, 징기스칸으로부터 소비에트연방에 이르기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전쟁에는 승리와 패배의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점이다. 설사 빈 라덴을 암살했거나, 사로잡았다고 해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현대 사회에서 테러리즘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엄청난 인구와 물류가 유동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완벽한 통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점들에 대한 인식때문에, 미국 지배계급은 이번 전쟁은 아주 '장기적'이고 '영구적'이 될 것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이번 9·11 테러 공격을 통해 본토가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만천하에 알려버리고 말았는데, '보복전쟁'이 수행되고 '폭력의 악순환'이 거듭된다면, 그들은 독가스 테러와 같은 보다 파괴적인 형태의 테러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남미에서 수행했던 '대(對)마약전쟁'이 어떠한 마약퇴치·근절의 성과도 없이 단지 무수한 원주민과 농민들을 살해하고, 학살적인 준군사조직을 부흥시켰듯이, '대(對)테러전쟁'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게 확실하다. 차이가 있다면 후자(後者)가 보다 강도 높고 넓은 범위에서 진행되며, 그 결과 역시 보다 파괴적이고 재앙적일 것이라는 점뿐이다.
테러리즘을 재생산하는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빈곤, 점령, 착취, 정치적 지배 등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대응하지 않는 한, 미국에 대한 '또 다른 테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아랍과 이슬람' 세력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극히 불평등한 부와 자원의 독점,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는 어떠한 통로도 존재하지 않는 극히 비민주적인 국제질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최후의 수단'으로써 테러리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민중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것이다. 결국 현재 부시와 제국주의 엘리트들이 떠들어대고 있는 '대(對)테러전쟁'은 '목표없는 전쟁'이 될 것이며, 이는 '국내외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통제 및 검열의 강화를 위한 영속적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이번 [인터내셔널 뉴스]에서는 9·11 테러 공격 사건에 관한 몇 편의 분석 글들을 싣는다. 사건 이후 약 10여일이 지났기 때문에, 일단은 이번 사건의 역사적·정치적 배경 및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들로 간추렸다. 다음 호에서는 보다 깊이 있는 분석 글들이 많이 실리도록 노력하겠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을 바란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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