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투쟁 '좌표'를 찾아서

하반기 투쟁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대의원대회가 유회된 탓도 있지만 '정권퇴진' 기조와 '투쟁수위'를 놓고 형성된 쟁점이 쉽게 합의점에 찾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민주노총의 각급회의가 열릴 때마다 이 점은 거듭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일선 활동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퇴진기조 유지"-"역량 고려해야"-"슬로건이라도"

먼저 상반기 투쟁평가에서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던 '정권퇴진' 문제는 하반기 투쟁기조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근원 공공연맹 조직쟁의실장은 "정권퇴진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권은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정책기조를 바꿀 리도 없는데, 이런 조건에서 정권퇴진투쟁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현재 노동시간 단축이 쟁점인데, 공익안이 곧 정부안이라고 본다면 애초 취지를 크게 벗어나 역공의 냄새까지 풍긴다"며 "정권퇴진을 내거는 것은 실제로 정권을 몰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대체세력으로 노동자를 세워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보건의료노조의 이병렬 조직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정권퇴진을 내거는 것보다 우리가 어떻게 싸우느냐가 중요하다"며 "하반기에 주5일근무제를 비롯한 제도개선 등 현안이 많은데, 그런 주요한 사회개혁투쟁을 벌여나가면서 광범한 대중을 모아 투쟁하고 여론화시키며 김대중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특히 민주노총이 상반기에 '김대중 정권 퇴진'을 목표로 걸었으면서도 목표달성을 위한 계획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주체적 역량과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노조 이성우 ******의 경우 "상반기처럼 정권퇴진을 목표로 삼는 게 문제라면 '슬로건'으로라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은 "엄연히 노자, 노정간의 대치구도가 명확한데,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구호를 거둬들이면 현장조합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총이 상반기에 정권퇴진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이 기꺼이 정권퇴진을 자신의 구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현장 조직·투쟁력 어렵다면…

한편, 하반기 투쟁수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선활동가들은 투쟁의 주안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병렬 국장은 "우리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가장 높은 수위의 투쟁인 총파업을 통해 현장을 마비시키고, 그 동력이 가두로 나와서 대규모 집회와 투쟁을 벌여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장 조직력이 이완돼 있는 만큼 우리 역량이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총파업'이 목적처럼 돼버렸는데, 총파업이라고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는 우리 요구를 가지고 조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원 실장은 이에 대해 "김대중 정권 퇴진만 갖고 총파업을 할 수는 없지만, 만일 노동시간단축이 공익안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총파업'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투쟁동력을 이유로 투쟁을 방기하면 비정규직과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며 "내부조건이 어렵더라도 전체노동자를 본다면, '투쟁'은 조직노동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외면하면 피어린 투쟁으로 노조를 만들고 사수해 온 취지를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성우 *****은 "우리 투쟁이 어려운 것은 늘 '투쟁의 형식'에 집착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예컨대 노동법개악을 저지해야 한다면 '개악될 것이니 투쟁하자'가 아니라 교육과 토론을 통해 현장이 스스로 '투쟁'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반기투쟁은 준비기간이 짧긴 하지만 모든 역량을 현장에 투여해 투쟁분위기를 높이고, 스스로 투쟁을 선택하도록 준비해 나가면 지도부가 미리 투쟁의 '상'을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이 그려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싸워볼 만 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우자동차노조 최종학 대변인의 경우 '조직력 복원'을 강조한다. 그는 "현장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총연맹 방침이 관철되지 않아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것만 극복한다면 우리는 총파업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연맹 정소성 조직쟁의국장은 "총연맹이 하반기에 싸울 수밖에 없는 곳을 묶어내 조직하고 준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통신계약직노조 고철윤 상황실장은 "비정규직의 투쟁은 정규직과 달리 노조를 만들면 일단 해고된 상태에서 투쟁해야 되니 절박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상반기에 많은 비정규직노조들이 최전선에서 처절한 투쟁을 벌였지만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하반기에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투쟁을 한 데 모아나가면서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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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 정권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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