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 관련 보도 비평

언론돋보기>>>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정부가 7월말 주5일근무제 도입 방침을 밝힌 뒤부터 신문방송은 이와 관련된 많은 보도를 내보냈다. 신문만 해도 하루 평균 10건 넘는 기사를 썼고, 보도 내용도 주5일근무제가 왜 필요하며, 경제와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다뤘다. 방송도 SBS가 8시뉴스 주말 기획 꼭지로 연이어 다루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같은 언론보도가 주5일근무제 도입 여론을 모으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쟁점과 문제점, 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노사문제에서 사용주 편을 드는 언론의 고질병이 많이 나타났다. 노사정위 합의가 안 되면 정부 단독으로라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한겨레만이 아니라 대한매일까지도 "주5일근무 미적거릴 것 없다"(7.26 사설)며 찬성하고 나섰으나, 많은 신문은 "주5일근무 도입 정부 너무 앞서가"(8.1, 조선) "주5일근무 단독입법 안 된다"(8.2, 동아) "주5일근무 신중 처리를"(7.31, 한국), ''주5일근무 서둘지 말아야"(7.28, 문화)를 내보내며 딴 죽을 걸었다. 지난해 도입키로 한 약속을 어기고 이제야 나서는 정부 태도는 너무 뒤늦은 것이고, 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에 사용주가 합의해줄 리도 없기에 어느 나라나 정부가 주도하는 상식도 애써 외면하고서 말이다.


재계 장단엔 춤, 노동자 우려는 외면

연차 월차 생리휴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놀자판'이어서는 안 된다"(7.26, 경향)는 천박한 사설이 등장한 가운데, 노사 견해가 엇갈리던 8월초 대한상의가 '현행 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주5일제를 도입하면 1년에 절반을 노는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10년 장기근속 여성이라는 극소수 사례를 전체인 듯 해석하는 등 통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데다, 경조사·회사와 노조창립일 등 열흘의 약정휴가를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사용한다는 거짓 사실을 보탠 이 자료를 모든 언론이 다 다뤘고 몇몇은 사설까지 보탰다. 두 신문만이 '노사 약정휴가, 주5일근무제 걸림돌 상의보고서 작위성 논란'(8.7, 경향),"'이틀에 하루 쉬게 된다'고?"(8.8, 한겨레)를 내보내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더구나 8월10일 민주노총이 대한상의 통계를 비판하며 현행 휴가제도에서 주5일근무를 도입해도 비정규직을 포함 평균 136.5일의 휴가가 생긴다는 반박자료를 냈지만, 경향·한국경제·중앙·KBS만이 다뤘을 뿐 나머지 언론은 아예 외면했다.

하지만 8월말 재계가 노사정 합의 없는 주5일근무 도입 반대, 2003년부터 도입 의견을 내자 어느 신문방송 가릴 것 없이 받아 내보냈다. 현정부 임기가 끝난 뒤 2003년부터 도입하자는 재계 주장이 참으로 무책임하지만 어떻든 언론은 이에 게의 치 않는 듯 했다. 중소기업에 주5일근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보도는 내보내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하지만 대기업이 주5일근무 도입 초기 비용을 중소영세 기업에 떠넘겨 해당기업 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몰릴 것이라는 단계적 실시론의 문제점은 한겨레(주5일근무제의 그늘, 9.7) 말고는 눈여겨보지 않았다.

9월 들어 이른바 노사정위 공익안이란 게 발표되면서 변형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넓히는 문제가 핵으로 떠올랐다. 물론 민주노총은 이전부터 변형근로제 확대는 죽어도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줄기차게 밝혀왔고, 9월5일 변형근로제를 1년 단위로 넓힐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밝혔지만 언론은 모두 한 두 줄 다루는 데 그치거나 아예 외면했다. 휴일휴가 축소나 단계별 도입보다 더 심각한 변형근로제 확대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겨레가 주5일근무 관련 기획기사를 쓰면서 다루긴 했지만(탄력적 근로시간 기간 6개월∼1년으로 늘린다, 8.25), 노사의 견해만 소개했을 뿐 왜 심각한 문제인지를 느끼기엔 간에 기별도 가기 어려운 기사였다.


조선일보, 막가는 보도 여전

끝으로 8월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이 6월말부터 조선일보 거부 운동을 시작한 뒤에도 이 신문은 변한 게 없다. 아니 더 악의에 찬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문제에 시비를 건 데 이어 8월24일과 25일 정부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민주노총 간부들을 확실히 처벌하지 않는다고 윽박질렀다. 지난 6월말 단병호 위원장이 경찰의 검거망을 따돌리고 명동성당 농성을 시작하자 '단병호 안 잡나 못 잡나'는 기사를 내보내 마치 정부가 단위원장을 일부러 잡지 않는 것처럼 다그쳤던 조선일보. 용역깡패 구사대까지 동원한 사용주들의 불법부당노동행위는 단 한 번도 무게 있게 다루지도 않고, 이미 2백명 가까운 노동자를 잡아 가둔 현정부의 노동탄압도 부족하다며 더 많이 잡아 가두라고 선동한 것이다. 8.15 민족통일대축전 광란보도에 바빴던 조선일보는 주5일근무제 도입 문제에서 사용주보다 더 사용주다운
보도를 내보내면서, 민주노총 흠집내기에도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

미국에서 터진 '테러'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경제문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언론의 생리로 보면 이 문제도 실제보다 더 부풀리는 것은 물론 노사문제와 맞닿게 되면 사용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아갈 게 분명하다. 언론이 미국 '테러' 사건 뒤 주5일근무제 도입 문제를 어디로 끌고 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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