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정부가 사실상 쌀농업을 포기하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전국농민회(전농) 전북도연맹 주최로 이에 항의하는 전북농민대회가 열렸다.
추수를 앞두고 한창 바쁜 시기인데도 전북지역 각 시·군·면단위 별로 차량을 빌려 모인 농민들이 1만여 명으로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농민들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공산품 팔아 농산물 사먹는다?
전농 전북도연맹 김용호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쌀 증산 정책 포기, 추곡수매제 폐지, 수매가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정부대책은 한마디로 농업의 근간이되는 쌀농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분노했다.
김 의장은 "우리 주식인 쌀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농 정용기 부의장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선진국들 모두 중소 농민들에게 지원금주며 자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공산품 팔아서 농산물 사 먹으면 된다는 한심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정부의 이번 쌀대책은 앞으로 2004년에 있을 WTO 농업협상에 맞춰 준비된 농업구조조정"이라고 말하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갑오년 농민혁명의 정신으로 싸우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염경석 본부장도 연대사를 통해 "김대중 정부가 노동자 죽이기 정책에 일관하더니 이제는 농민마저 죽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염 본부장은 "현재 남아도는 쌀 100만톤 중에서 54만톤이 수입쌀"이라며 "농축산업 멸망시킬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하고 개방농정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재고미 50%가 수입쌀
정읍시 정우면에서 40년간 농사를 지어왔다는 서판석(63) 씨는 "비료값 농약값은 해마다 올라 농사지어도 빚만 늘기 일수인데 정부가 이제 수매마저 안 한다면 누가 농사짓겠냐"고 분노했다. 서씨는 "우리는 단지 생산단가만이라도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열분을 토했다.
익산시 미륵산 밑에서 5년째 농사짓고 있다는 임낙원(27) 씨는 "농사지어도 돈 안되니까 젊은 사람은 다 도시로 나가 농사짓는 사람이 전부 50대 이상인데 이대로 가면 농촌에 남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WTO 농업협상 염두한 농업 구조조정
임씨는 "은행이나 기업이 망한다면 몇 십 조씩 쏟아 부으면서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에는 왜 투자를 안하냐"고 항변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쌀생산비 보장 △쌀 추가개방 반대 △ 9·4 정부대책 철회와 재수립 △ 통일대비 식량수급대책 마련 △농협 차액수매제 폐지 △직불제를 비롯한 농가소득보장대책 마련 등 쌀에 대해 정부가 투자하고 책임지는 정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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