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야합의 종지부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DJP 공조는 한국 부르주아 정치판에서 노후한 구세대가 권력을 나눠 먹자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야합이었다. JP는 스스로 권력을 잡기에는 못난 인간이고, DJ는 호남지역의 한계에 갇힌 식상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못미더워하면서도 기꺼이 웃으며 포옹을 했다. 97년 11월 극적으로 보수야권 단일 후보를 이루고, 권력까지 움켜쥐었으니 부르주아 정치판에서 이보다 더 좋은 환상의 콤비는 없을 것이다.
이 콤비는 IMF 위기 탈출이라는 명목하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칼날을 노동자계급에게 마구 휘둘러댔다. 최대의 정적인 한나라당도 함께 거들면서 좀더 깊숙하고 정확하게 찌를 것을 요구했다. 지배계급이 뭉쳐 노동자계급을 찌르고 베고 할퀴고 두드린 결과 'IMF 조기 졸업'이라는 빛나는 훈장을 움켜쥐었다. 공조의 최고 극점에 이른 것이다.

DJP 공조의 시작과 파국

그런데, 이 환상 콤비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그것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바탕 힘겨루기에서 터져나왔다. 내각제 문제나 총선 국면에서 삐걱거렸던 야합의 역사는 마침내 8·15 방북행사를 둘러싼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로 파국을 맞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공조 파기는 차기 대권구도를 둘러싼 딴살림 차리기에 그 본질이 있다.
DJ는 지역주의나 보스정치로는 정권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당내 신구 세력을 적절히 조화시켜 신자유주의 시대에 적합한 '개혁'과 '정책'으로 승부하고자 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대북 평화노선을 통해서, 정치세력 내 개혁파와 시민사회단체까지 흡수하는 부르주아 개혁정책정당을 구성하여 새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반면, JP는 낡은 공조로는 차기 대권 구도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개혁' 대 '보수'의 정책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질 것이라면, '수구보수의 화신'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대북정책에서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어야만 했다.

DJP 공조 파기에 대한 세가지 입장

혹자는 DJP 공조 파기를 대단히 반가워한다. 지금 정세에서 '민중진영'이 공격해야 할 대상은 DJ와 같은 민족화해 또는 개혁 부르주아지가 아니라, 한나라당, 자민련, 조중동 같은 수구보수 세력이다. DJ의 개혁이 성공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므로 극단적인 투쟁을 벌여서는 안 되며, 수구세력과의 전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개혁과 민족화해 정책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나 민족주의 진영에서 터져 나오는 주장이다. 다른 경향은 야합과 정쟁만 일삼는 보수정치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므로, 노동자 민중이 의회에 진출하여 '진보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결론은 다르다. DJP 공조니 파기니 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내부의 일이다. 지배계급이 우리를 더 잘 지배하기 위해 야합하고 분리하는 것이 뭐가 대수인가? 자본가계급의 정치 분파들은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노동자 계급에게 언제든지 공조 수준이 아니라 똘똘 뭉쳐서 칼을 들이댈 것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길은 자본과의 투쟁전선을 확고히 지키면서 질적으로 다른 노동자정치를 구현하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의회에 진출하여 부르주아 정치판을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시도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노동해방의 희망이 싹트는 노동현장의 정치를 투쟁으로 건설하는 길이다. 진정한 노동자 정치는 부르주아 의회에 호소하여 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법안을 만들 것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요구를 바로 노동자 계급의 힘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투쟁 속에서 실현된다. 투쟁을 스스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행위가 바로 노동자 정치인 것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의 깃발을 하반기에도 여전히 힘차게 휘날리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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