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판사가 인권위원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선정이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며 인권단체들이 항의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통과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원회를 끌고 갈 인권위원은 11명으로 대통령 지명 4인, 국회추천 4인, 대법원장 추천 3인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8일 현재까지 한나라당은 유현 판사와 김덕현 변호사를, 민주당은 유시춘 전 민주당 당무위원과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를, 김대중 대통령은 박경서 성공회대 교수, 이진강 변호사,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를 각각 지명했다. 대법원장은 '미리 공개한 관례가 없다'며 8일 현재까지 내정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은 김창국 변호사(전 대한변협 회장)가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법조인 치중, 인권위원 선정기준 모호, 밀실 인선

'국가인권위원회 바로 세우자! 인권단체 연대회의'(인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인선은 뚜렷하고 지속적인 인권활동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이 있어야 하며 일을 추진하면서 권력이나 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배제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신뢰를 받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추천한 유현 판사는 '사상검증'이란 이름아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해온 단체인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 회원"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한 법조인에 편중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기구는 우리 사회 각 부분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성과 다원성을 원칙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너무 법조인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권위원 선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추천 또한 밀실에서 이뤄져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인권단체들은 이미 통과된 국가인권위법이 공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솜방망이에 불과하는 등 많은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의 한계를 뛰어넘고 또 후에 법개정까지 담당할 인권위원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 보여지듯 시작부터 인권단체들의 기대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권단체연대회의는 오는 9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국가인권위원, 무원칙한 밀실인선 규탄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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