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호/특집] 항공사 위기, 전지구적 불황의 조짐을 드러내다

항공사 위기, 전지구적 불황의 조짐을 드러내다

[주간녹색좌파] 2001/9/24 에바 쳉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테러 공격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주류 경제분석가들은 세계경제가 새로운 동시다발적 불황에 직면했음을 인정하기 꺼려했다. 그 날 이후, 그들의 논조가 예외 없이 변했다. 그들은 이제 전지구적 불황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며, 공격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한다.

"R"로 시작되는 그 어휘(recession, 불황을 의미함-옮긴이 주)를 사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의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9월 17일, 올해 들어 8번째의 금리 인하를 발표하자 더욱 촉진됐다. "지난주의 비극적인 사건 이전에도 고용, 생산과 경영지출이 약세에 머물고 있었는데, 지난주 사건은 이후 지출을 더욱 낙세로 이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연준이 밝혔다.
연준은,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들과의 보기 드문 협력 속에서 유동성 위기가 신용 시스템에서 도미노 효과를 촉발해 이미 허약한 세계경제를 더욱 불안정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금융 부문에 투입할 긴급 재정을 대대적으로 증대했다.
그 외의 대다수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0.5%나 낮췄고, 9월 12일에 이들과 연준은 유동자금 1,200억 달러를 전세계에 공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주식시장의 폭락을 예방하기 위해 일련의 무역 및 기타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긴급 권한을 사용했다.

항공사 위기

불황이 임박하다는 새로운 인식은 일반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소비욕구 상실, 구체적으로는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것에 크게 기인한다.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이와 같은 경향은 테러 공격이 항공산업에 직접 가져온 손실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여행 및 관련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이는 보험업계에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제조업계의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수출 창구로서 미국 경제의 중심성 때문에, 이 문제는 세계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1일 이래 줄줄이 발표된 정리해고, 이윤 위험 경보와 생산 감축 등은, 테러 공격이 세계를 불황으로 밀어 넣었다는 신념을 확인시켜줬으며,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겠다는 결정이 테러 공격으로 촉발되었다는 많은 회사들의 선언으로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보잉사는 30,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컨티낸탈 항공사는 12,000명의 노동자(전체 노동력의 21%)를 해고했고, US항공사는 11,000개의 일자리(전체 노동력의 24%)를 감축하기로 했다. 미드웨이 항공사는 아예 문을 닫았고, 컨티낸탈 항공사도 워싱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똑같이 할 것이라 위협하고 있다.

당분간 컨티낸탈은 노스웨스트, 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 그리고 캐나다항공에 이어 자사의 비행 일정을 20% 감축할 예정이다.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도 1,200개의 일자리를 줄일 계획이며, 벨기에 항공사 사베나도 1,400개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으면 파산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KLM은 지금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항공산업 외부에서도 "예기치 않은" 이윤 하락을 테러 공격 탓으로 돌리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가치평가를 받은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바로 이러한 경우이고, 더불어 허니웰, 시티 그룹,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뉴욕타임스, 영국계의 아베스코, 그리고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의 사치품 그룹인 LVMH도 마찬가지이다. 부품과 원료 공급 두절의 책임을 테러 공격에 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은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도요타 등의 미국 자동차 회사들로, 이들의 북아메리카 공장들은 신규 생산 감축을 발표했다. 그런데, 만일 테러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전지구적 불황은 여전히 가능한 것인가?
9월 11일 이후 항공사 주식은 폭락(어떤 경우에는 50%나)해 항공사의 재정비용에 타격을 주었고, 여행 쇄도를 떨어뜨렸으며 수입은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건강한 산업을 위기로 밀어 넣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과잉설비

자동차, 제약, 화학, 은행, 보험 및 여타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항공사들 역시 지난 수년간 심각한 과잉설비의 병폐를 앓아 왔다.
경쟁사를 물리치고자 항공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확장토록 엄청난 압력을 받아왔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는 차입금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자본비용의 급등에 상당히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한 면도날 두께만큼 적은 이윤 마진 때문에 항공사들은 갑작스럽게 닥치는 어려움을 극복할 여유가 없다.
이는 후기 독점자본주의에서 많은 주요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설비과잉과 부채에의 높고 위험스러운 의존도로 야기된 병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엄청난 투기 금융과 공존하면서 말이다.)
항공사들은 이렇게 지속되어온 문제의 책임을 9.11 공격에 돌리려고 하며, 심지어 정부에게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드웨이는 8월에 이미 파산 신청을 한 상태였으며, 엄청난 거래량 감소 때문이라 당시에 강조했었다.
9월 4일, 브리티쉬 항공사는 1,800개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다. 8월 중순, 판매 부진을 이유 보잉사는 추가 일자리 감축을 발표해 5월이래 총 1,200개의 일자리가 감축됐다. 8월 9일, 사베나는 2005년까지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 1,6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라 선언했다. 8월 1일, 캐나다 항공사는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감축된 3,500개의 일자리에 더해 4,000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감축했다.

자동차 산업의 문제 역시 9월 11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유엔의 2000년도 세계투자보고서는 이미 1년 전에 "특히 쇠약해진 수요, 설비과잉의 결과로...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이 산업은 규모가 핵심인 산업이다"라고 밝혔다. 일자리와 생산량 감축은 미국과 세계에서 수년 동안 있어온 이 산업의 특징이다.
9월 11일 이전에도, 수개월간의 모든 주요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나타냈다.
산업 생산은 10개월 동안 연달아 하락했고, 실업은 3.9%에서 4.9%로 상승해 총 실업자 수가 거의 7백만에 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1.0%의 상승은 이전 불황이 아닌 시기에 기록되었던 최고 0.4%를 훨씬 윗도는 수치이다. 이로부터 경기가 명확한 하향 추세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많은 주류경제학자들은 'V자형' 회복이 '곧' 도래하리라 예측했다.
그러다가 9월 14일, 미국의 산업생산이 8월에 11개월 째 미끄러졌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는 1960-61년 이래 가장 긴 하락세이다. 누적된 하락은 1983년이래 최저치인 4.8%에 달하게 되었다. "회복"을 주장하던 경제학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약한 경기후퇴를 "예고"하는 낯익은 입장이 등장했다.

그런데 불황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 -GDP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동안 연속되는- 에 의하면, 미국은 원칙적으로 아직 불황은 아니다. 물론, 8월 29일에 3/4분기 GDP 성장률을 이전 예측치인 0.7%에서 약 1년 전 경기하강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인 0.2%로 하향 조정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황의 전통적인 정의일지는 모르지만 공식적인 정의는 아니다. 미국 경제 순환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아니르반 바네르지에 따르면, 공식적인 정의는 GDP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는 산업생산 및 고용 등의 지표들이 대신 적용된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공식적으로 불황을 정의하는 지표들은 오로지 불황 시기에만 보여졌던 방식으로만 변동이 있어왔으며, GDP가 틀림없이 뒤따라올 것이다."
더욱이 자본형성의 심대한 수축을 역전시키지 않는 이상 회복은 불가능할 수 있다. 2000년 초 20%의 연간 성장률에서 미국의 투자지출은 4/4분기에 마이너스 0.6%로 떨어졌으며, 이 후 줄곧 그 상태에 머물러있다.
이와 같은 모순적 상황은 자본가들이 장래 경기회복이 충분한 수익성을 가져오리라 믿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이어 산업생산, 고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생산을 강타할 것이다.
물론, 소비자 수요의 현저한 상승은 자본지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변화시키겠지만 이와 같은 수요는 매 경기상승기마다 축적되어 온 과잉설비의 대부분을 일단 정리해야 할 것이다.

건설적인 사회적 이익을 가져오도록 사용되는 대신, 자본주의 하에서의 생산력 상승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과잉설비 문제에 주된 기여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문제는 1998-2000년 사이 닷컴들에 의해 부풀려진 주식시장 거품과 같은, 역시 자본주의에 내재적인 투기 금융의 팽창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정보통신기술에의 새로운 자본 투자를 향한 광란의 질주를 동반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거품은 1997-98년에 아시아와 러시아를 강타한 과잉설비 위기로부터 미국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미 연준이 공세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동안 더욱 부풀려졌다.
EU와 일본 등 그 밖의 주요 경제블록 역시 과잉설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들의 주기는 미국과 반드시 일치하는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일본은 1990년에 주식시장 거품이 폭발한 이래 이미 사실상의 불황을 겪어왔다. 그 다음 그들은 2/4분기 GDP가 0.8% 감소했고, 7월에는 산업 생산이 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처럼 EU의 경제성과도 지난해 말부터 내리막길을 걸어 왔는데, 2000년 12월 7.4%를 기록하던 산업 생산이 4월에는 0.5%로, 5월에는 -0.9% 그리고 6월에는 0.9%로 떨어졌다. 게다가 그들의 총자본형성은 1999년 4분기에 기록된 5.8%로부터 올해 2/4분기에는 0.3%로 추락했다.
미국의 경제 위기가 다른 곳, 특히 아시아에서 반향을 일으킨 것은 놀랍지 않다. 세계 GDP의 30%를 독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유럽 수출품의 22%, 일본 수출품의 30%, 중국의 22% 그리고 그 외 아시아 국가들 수출품의 약 4분의 1을 사들인다. 미국시장에 대한 이와 같은 광범위한 의존은 미국 주도의 동시다발 전지구적 불황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전통적으로 주기적 자본 파괴에 의존해왔으며, 팽창의 새로운 주기를 가져오기 위해 허약한 경쟁자를 제거하고 혹은 아예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미국 기업들, 정부 그리고 군사 기관들이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테러 공격을 변명으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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