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준비하는 작은 시작
아침, 씩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pcreate@orgio.net)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차모둠 시간이 있다. 차를 앞에 놓고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보통 서로간에 합의가 필요한 내용들, 같이 지켜야 할 규칙이라든지 벌칙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처럼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을 때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테러참사'에 대해 아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게 될 역사의 한 시점에서, 정세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는 훗날 기대이상의 결과로 불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한 번쯤 이야기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 날은 신문까지 사들고 가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건 뭐 신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아이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문제였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미국이 너무너무 화가 나서 자기도 똑같이 해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미국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어보았다.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미국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미국은 왜 힘이 세냐고 묻기도 했다. 돈이 많아서라고 했더니 그러면 돈을 똑같이 나눠주면 되겠네 한다. 얘기 끝에 미국이 똑같이 공격해서는 안되고 공격을 한 나라는 미국에게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이들 말이 맞다. 왜 싸웠는지를 알면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다. 때린 사람은 사과하고 잘못한 사람은 잘못을 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른들이 평화롭게 살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가..
이번 모둠은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아이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어른들의 세상을..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을 무서워할 줄 알 때, 역사는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빈라덴이 테러를 했다고 단정하고 그가 머물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아프간 공격에 대한 미국 내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선택적으로 테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폭탄을 떨구면 못되 먹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죽어버리는... 그래서 군수업자들이나 전쟁광들이 사라지는... 근데 그런 폭탄을 만들 재간이 없다. 그리고 그들이 죽어버린다 한들 내가 원하는 세상은 올 것 같지 않다. 마틴루터킹 목사의 말처럼 거짓말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어도 거짓말을 없앨 순 없고, 증오하는 사람을 없앨 수 있지만 증오는 없앨 수 없다. 폭력의 한계를 알기에 그런 폭탄을 만들지 않기로 한다. 그럼 무기들이 사라지게 하는 광선이 우주에서 날라 왔으면 좋겠다. 그 빛을 쪼이면 살상을 할 수 있는 무기들이 눈처럼 녹아버리는... 그러면 얼마 전 내 손가락을 베어버린 부엌칼도 사라지려나? 모든 철기가 사라지면 어쩐다? 선택적으로 무기들만 없앤다해도 군수업자들이 다시 만들어서 팔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광선이 한번 오기도 힘든데 두 번 오기는 더 쉽지 않을 거다. 무기들이 발사되면 착한 구름들이 몰려와서 무기들을 꽃이나 먹을거리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이미 폐허 속에서 굶주리던 사람들에게 의약품이나 먹을거리를 준다면... 이 바보같은 상상보다 더 현실적인건 보복이나 복수라는 건 피해당사자의 입장에서 하는 거다. 피해자가 왜 이런 참사가 생겼는지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게되면... 그리고 정부가 대신하고 있는 복수라는 게 결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음을 알게되면... 그러면 자신들이 겪은 끔찍한 아픔을 누군가가 겪는 것을 거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똑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먼저 용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의 무역센타 빌딩이 붕괴되었을 때 많은 평화운동가들은 곧바로 보복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보고자 애도와 오만했던 미국에 대한 일깨움과 보복으로 가는 길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라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고 서명과 전쟁반대 시위를 준비했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규탄과 공격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걸프전으로 이미 전쟁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신경 쓰일 만큼 위협적이지도 않다. 위에 쓴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으면 지금의 엄청난 살상을 피할 수 없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씩이와 함께 대화를 나눈 아이들은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우리보다 모르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한에서 어른들보다 더 멋진 해답을 가지고 있다. 잘못한 사람들에 잘못을 알려주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그리고 용서하고 사이좋게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착한 마음을 나는 믿고 싶다. 평화운동이라는 건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만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 가는 운동이기도 하다. 지금의 폭력적인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는 건 평화를 준비하는 일이다. 미국의 공습중단을 요구하는 것만큼 속으로부터 준비된 평화를 미리 사는 것이다. 한줌의 누룩이 빵을 크게 부풀린다. 한 톨의 작은 겨자씨에서 하늘의 새들이 깃들어 쉴 수 있을 만큼 큰 나무가 만들어진다.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작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나누고 나눔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하게 하자.
나는 씩과 대화했던 착한 아이들을 만나러간다. 평화습관을 만들고 평화로이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러 아이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게 내가 선택한 평화를 준비하는 작은 시작이다. 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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