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폭력을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폭력을 원하지 않았다.

오리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duck52@jinbo.net)



"여성으로서 나는 국가가 없다. 여성으로서 나는 국가를 원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나의 국가는 전 세계이다."
- 버지니아 울프 -

20세기를 한바탕 피 없어 보이는 전쟁으로 마감한 세계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세기가 될 것을 기대하였다. 진정 지난 세기는 크고 작은 지역 분쟁으로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1년이면 전쟁이 없이 지나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전쟁이 발발하는 데야 항상 나름의 구조적 이유가 있고 이를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 마련인지라 어쩌면 추석 달을 보며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모습은 너무나 순진하고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누군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다 못해 무기 팔아 돈버는 초국적 군사기업들까지도 평화를 원한단다. 폭력은 싫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전쟁을 벌였고 엄청난 부를 챙길 계획에 있다. 전쟁터가 될 나라의 민중들의 목숨을 담보로 그들은 거액을 챙기거나 무너진 명예를 회복한다. 역설적이게도 파괴와 복구를 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몽땅 수중에 넣을 수 있다. 남는 건... 폐허가 된 땅과 초토화된 숲과 나무들, 새들, 동물들, 남편을 잃은 여성들, 굶주린 아이들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들... 왜 내가 사는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아마 절대 지금의 이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쌍둥이빌딩 폭파는커녕 구경도 못해본 민중들일 것이고 굶주림에 희망도 없이 국경을 넘는 민중들일 것이고 집권 탈레반의 웃기지도 않는 여성정책으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여성들일 것이고 또 그들의 아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역사는 이들의 고통이나 평화에의 노력을 기록하지 않는다. 아니 애써 감춘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한국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랄 수 있는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역사는 50년 간 그녀들의 가슴속에만 존재하는 소설이었을 뿐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았던 엄연한 역사였다. 전시에는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사기진작을 위한 성적 도구가 되었고 자궁을 통째로 들어내는 육체적 고통을 받았으며 몸을 망친 여성을 돌팔매질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녀들은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했고 결국 그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남성들의 영웅적 투쟁말고 그녀들의 삶을 고통을 피해를 진정 전쟁을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그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실질적 통계 자료에서도 전쟁시 전방에서 사망하는 남성들의 숫자보다 후방에서 희생되는 여성과 아이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고 한다. 물론 그 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들의 고통은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중된다. 남편을 잃고 자식들의 생계를 부양하며 이들 여성은 전후 나라를 재건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코소보 전쟁 이후 엄청나게 확대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던 그 수많은 매매춘 지역과 여성들의 문제는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했던 사실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정작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인 여성들에게 테러를 해도 좋은지, 보복 전쟁을 벌여도 좋은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세계의 꼭대기를 장악하고 있는 남성이, 소위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논의하고 결정해 버렸다. 연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에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리하여 죽거나 다친 여성과 아이들은 계속 속출할 것이고 난민 행렬을 이어질 것이고 테러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잡지도 못할 것이다. 설사 잡는다 해도 이 전쟁을 주도했던 부시 행정부의 체면은 세워졌을지언정 과연 남겨진 폐허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남겨질 것인가... 어떤 희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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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폭력 , 전쟁 , 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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