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 속 희망의 시간

군산미군기지 앞에서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진행되던 수요집회가 어느덧 200회를 맞았다. 지난 97년 10월 27일 군산비행장 민항기 활주로 유지보수비 인상 저지 활동으로 시작된 수요집회는 98년 5월 8일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의 출범으로 그 맥을 잇게 된다.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지역주민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소파(한미행정협정·SOFA) 전면 개정, 기지임대료 지불, 미군범죄 근절, 소음피해 및 환경오염 해결, 공여지 해제 등이 그것이다. 말 그대로 수요집회는 97년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진행됐다. 애초 금요일 진행되던 수요집회는 주민들의 요구로 지난 4월 수요일로 바뀌게 된다. 수요집회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군산미군기지로 인한 폐해는 속속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기간도 임대료도 없이 사용하는 미군기지에서는 오폐수가 하루 3천톤 이상 서해로 방출됐고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와 매매춘여성과 같은 약자에 대한 살인 등 폭력은 계속됐다. 군산시와 미군 측에 미군기지로 인한 일방적인 폭력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특히 경찰은 집회때마다 우리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미군기지 시설보호 명목으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여성활동가에게 성희롱을 가하는 작태를 보였다. 그러나 이 모든 국내외적인 폭력이 소파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어떤 처벌도 가할 수 없음을 알았고 미대사관을 비롯해 평택, 의정부와 같은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서 투쟁해오던 여러 단체와 함께 불평등한소파개정 국민행동까지 건설하게 된다.

탄약고 공사 계속되고 주민들 쫓겨날 판

그러나 이처럼 오랜 싸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소음피해 현황만 보더라도 수면시간이나 이른 아침에 전투기 이착륙의 횟수는 증가돼 정상적인 생활조차 힘들다. 오폐수 문제 역시 미군 측에서 군산시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기로 계약했으나 전체 40억원이 소요될 하수처리시설공사에 25억 7천만원정도만 납부하기로 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군기지에서 배출되는 독성폐기물이나 중금속을 처리하는 것이 시급하나 이 사안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부시대통령 취임 이후 군사전략의 핵심이 전력의 효율적 집중 배치로 변화된 후 군산미군기지에서는 20여개의 탄약고가 더 지어지고 있다. 탄약고의 위치 또한 군산시 옥서면 하제와 신하제 마을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 주민의 거주지와 불과 3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 주민의 생명에 막대한 위험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대책요구에 대해 군산시측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주비용의 절반 정도만 정부예산으로 책정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주를 둘러싼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모임의 김민아 사무국장은 "그동안 이주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전담할 기구를 군산시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민아 사무국장은 이어 "이제 주민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매향리 주민들의 싸움에 힘을 얻었고 소음피해와 갖가지 문제들이 미군기지와 소파로 인한 문제임을 자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군기지를 둘러싼 싸움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을 전망했다.

끈질긴 저항, 그속에 희망이!
미군기지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지역의 많은 투쟁사업장이 미군기지를 계기로 모였지만 군산개정병원노조는 남달랐다. 노조의 신대욱 사무장은 "300회 맞기 전에 우리 싸움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미군기지 싸움은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끈끈한 연대의 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끈질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취재진의 말에 시민모임의 문정현 상임대표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번 아프간 침공으로 미국의 군사패권에 대해 이제는 세계의 시각이 달라졌다. 전에는 전지구적 패권이 마치 세계의 질서인 것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했지만 이 질서는 미국만의 질서일 뿐이지 가난한 나라까지 아우르는 질서는 아니다. 제3세계는 그 나름대로 미국의 패권에 저항하고 있다.
이번 전쟁도 미국의 의도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저항은 이번 전쟁을 역사에 기록될 마지막 전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각국에서 벌어지는 반전·반미운동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이 같은 저항은 질곡 속에서 희망을 움트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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