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행정법원의 판결이 잇달아 내려져,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8월 21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한위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관악CC(현 관악리베라CC)의 부당정직을 인정한 중노위 결정을 취소한데 이어, 9월 4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한화프라자CC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노위 결정을 취소했다.
이같은 법원 판결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사업자화함으로써 노동자성을 박탈하고 노동조합을 부정해온 사용자들의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반동적인 판결로, 노조 투쟁의 성과에 힘입어 한양CC, 한성CC 등 그간의 노동위 결정에서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이 지속적으로 인정되어온 최근 흐름을 완전히 무로 돌리는 것이었다.
아래에서는 법적인 측면에서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의 부당성에 대해살펴보고 노동자성의 전면적인 확대를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행정법원 판결의 문제점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사용종속성의 입장에 서 있다.
관악CC에 대한 행정법원 판결은 양주CC 사건에서 경기보조원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부정한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13432 판결을 그대로 답습했다. 즉 1) 캐디는 골프장측과 고용계약 등을 전혀 체결하고 있지 않고, 2) 캐디 업무는 골프장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3) 업무수행대가로 내장객으로부캐디피를 받을 뿐 골프장측은 캐디피 지급의무가 없으며 별도로 휴업수당 등을 지급한 바 없고, 4) 퇴근시간의 정함이 없고 골프장 직원인 캐디마스터의 지휘 감독이나 교육실시는 캐디에 대한 관리 차원이지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볼 수 없고, 5) 업무수행 해태시 순번의 불리한 배정 등 사실상의 불이익만 주었을 뿐 달리 징계를 한 바 없고, 6) 캐디가 이용하는 골프장의 작업도구는 일반 내장객에게도 제공되는 것이고, 7) 근로소득세, 의료보험료 등을 납부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1) 골프장 직원인 캐디마스터가 경기과장과 함께 면접 심사하여 캐디를 선발하고 2주 정도 교육을 실시하여 근무토록 하였고 2) 통상적으로 골프장은 캐디를 내장객에 제공하고 있고 3) 캐디피는 경기보조원의 업무 수행대가로 지급되고 골프장측이 액수를 정하여 놓았고 4) 캐디마스터의 순번 배정을 받아 업무를 하고, 캐디마스터의 경기수칙 교육, 준수를 위한 지시를 받고 있고 5) 업무 해태시 순번 배정상의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고 6) 캐디 업무에 필요한 작업도구나 이용하는 시설등은 골프장 소유인 점 등을 보았을 때, 골프장측의 포괄적인 업무 지휘 감독관계가 인정되고 경기보조원의 업무는 골프장을 위한 것으로 그 운영에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위 사실들의 의미를 축소, 부정하고 있다. 또한 실제 출퇴근시간이 회사에 의해 정해지고 대기조 순번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회사가 정한 캐디피를 위반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있었고, 규정된 수칙 위반시 벌당을 받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보조원과 관련하여 위 판결과 다른 판결로 "캐디 용역은 골프장 운영에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인적 용역으로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봉사료는 캐디들의 노동제공에 대한 급여의 지급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누8104 판결) 내지 "캐디로 선발될 때 회사가 지정하는 내장객에 노무제공을 하고 그 대가로 회사로부터 캐디피로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근사한 약정이 있고, 캐디피를 내장객이 직접 지급했다 하더라도 캐디피 지급의무가 있는 회사가 그 지급을 내장객에 위임한 것에 불과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6누1795 판결)고 하여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내지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한 판결도 있었지만, 행정법원은 입맛에 맞는 판결만을 따랐다.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부정한 판결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하여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현실적인 사업장에서의 근로나 사용종속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노동법학자들은 노조법상 노동자의 기준은 현실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아닌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기준에 입각하여 올초 행정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는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에 따라 그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취업한 자 이외에도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자도 포함된다"라면서 서울여성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반려를 취소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 노동자성의 기준에 대한 전면적 확대가 필요하다
노동자성의 개념은 어떻게 재정립되고, 전면 확대되어야 하는가. 일단 노동자란 사용자에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므로, 노무공급이 사용자의 사업을 위한 것으로 그 사업에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라면 노동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수고용의 경우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 여전히 노동자는 사용자의 사업을 위하여 노동을 제공하지만, 사용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전형적인 사용 종속관계를 변화시켜왔다. 따라서 전형적인 사용종속관계만을 고집하는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외에도 노무공급의 사업에서의 중요성 내지 필요성, 그 사업의 다른 노무와의 관련성, 사용자에 대한 계속성 내지 전속성, 손익의 귀속 주체, 제3의 노동력 이용 여부, 동일 직종의 통상 노동자 취업 여부 등의 기준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존재하고 그 노무가 사업에 필요하며 노무이용에 따른 이익이 사용자에 귀속된다면, 노동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지극히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이번 법원 판결이 불행히도 일회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같다. 건설운송노조 투쟁에 대한 대응에서 보듯 기업들은 어떻게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또한 삼미특수강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에 대해 법원 판결로 사후 승인이 이뤄지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판결들이 계속될 가능성도 많고, 법원 판결 직후 이뤄진 대영CC의 노조탄압 및 부당해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를 빌미로 한 사용자의 탄압과 노동자성 인정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될 것이다. 어찌보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법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성의 전면적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의 쟁취를 향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의 조직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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