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초점] '신속협상권' 무역 성전(聖戰)

'신속협상권' 무역 성전(聖戰)
[아탁 주간뉴스레터 100호] 2001/10/17 그렉 팔라스트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 이후, 여기 뉴욕의 욕심많은 행상들은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조그만 가방에 재를 담아 마치 실종된 친척들의 것인 양 팔고 있다. 대량학살에 대한 위장을 뒤틀리게 할 정도의 상품화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쌍둥이 빌딩이 땅위에 완전히 폭삭 주저앉기도 전에, 미무역대표부의 로버트 죌릭은 오사마 빈 라덴을 물리치는 방법은 조지 부시에게 무역협정에 관한 완전한 '신속' 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굴처럼 완전히 봉쇄된 미국의회에서 '빈 죌릭 대사'는 익명의 공화당 위원들에게 둘러싸여, 미국인들은 자유무역과 테러리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범국가적인 애도기간에 부시의 거대기업을 위한 의제들을 막무가내로 쑤셔넣으려는 죌릭의 이러한 노골적이고, 냉혹하고 조금은 괴짜스러운 책략을 비난하지 않을까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주 전쟁에 화들짝 놀라버린 민주당 의원들은 죽어버린 무역 법안을 되살리는 데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협상권'은 부시에게 3주 뒤 카타르에서 열릴 WTO 밀실회담을 앞두고, WTO 권한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협상권한을 부여해준다. 또한 '신속협상권'은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의 승인을 원활하게 해줄 것이다. 이 선언에 뒤이어 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기업로비스트들에 관한 불편한 CNN 비디오 테입이 방영되었다. 9월 24일 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죌릭 무역대표는 세계화 반대 반체제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매커시즘의 기초를 닦았다.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전세계에 유포시킨 생각을 증오한다. (그들이) 국제금융, 세계화 그리고 미국을 폭력적으로 공격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지적인 연결이 있는지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Al-Quaeda) 반대자와 WTO 반대자 사이에 사악한 암묵적 연관은 그에 따르면 [뉴리퍼블릭 매거진]에서 얻은 정보이다. 참, 이 잡지는 연재 칼럼리스트가 "우리는 그들 나라를 침략하여, 지도자를 살해하고 기독교로 개종시켜야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 잡지이다.

WTO에 대한 미국 무역의제의 세부적인 사항들 중 도대체 테러리스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죌릭의 무역전쟁에는 두 개의 성배(聖杯)가 있는데, "서비스에 있어서의 내국민대우"와 "투자자-국가간 분쟁 해결"이란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로얄 포스트](옮긴이 주-영국 체신부)와 항공운수업에 대한 통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원하는가? 미상공회의소의 존 하워드는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하워드가 나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WTO의 '내국민대우' 조항은 성가신 정부로부터 결정권한을 빼앗아와, 결국 정부기관과 해외 경영자들이 서로 입찰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지점이 바로 무역 제안들의 마키아벨리적 측면이다. 참, 이는 이미 유럽연합 협상가들이 추진하고 있다. 베첼 혹은 어떤 다른 외국기업들이 런던 지하철에 대한 공공소유권의 지속에 도전하게 될 경우, 정부 소유권 방어는 순전히 토니 블레어의 몫으로 떨어지게 된다. 만약 블레어의 심복들이 분쟁 패널에서 강한 주장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동의 혹은 결정사항이) 절대로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재판절차와는 다르게, WTO 재판은 폐쇄적이고 비밀스럽다. 블레어나 부시 혹은 국영기업에 적대적인 모든 권력자들은 '내국민대우' 규칙을 자신들의 정부기구에 대한 성전(聖戰)에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신속협상' 세계화주의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또 다른 추가사항, 즉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은 이미 나프타 지역에 적용되었다. (나프타는 미국 산업이 WTO를 통해 국제적으로 휘두를 무역 무기들을 시험해보는 실험대상으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은 무역협정의 위반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외국기업들이 잘못한 국가 재무성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이는) 꽤 공정해 보인다. 실제로 나프타에서, 기업들은 이 규칙을 지방정부의 환경 및 소비자 보호조항을 파괴하는데 이용했다. 1997년, 멕시코 주정부는 유독성쓰레기처리장을 생태보호지역에 건설하려는 미국계 기업의 계획을 중단시켜려 했다. 나프타 분쟁 패널은 멕시코가 오염 계획 지연을 이유로 메탈글라드사에게 1,560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명령했다.

이번주 나프타 패널에 가장 위험한 사건이 제출될 것이다. 거대한 캐나다 장례식장체인 기업인 로웬사는 미국 불법행위법(tort law)에 대해 아주 못마땅해한다. 1996년, 미시시피 배심원들은 로웬사가 산업을 독점하고 가격을 올리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소규모 경영자들을 협박했다고 판결했다. 로웬사는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대신, 1억5천만달러에 합의를 하고, 곧바로 뒤돌아 미국 정부에게 그 돈 전액을 배상하고, 추가적인 액수까지 요구했는데, 그 금액을 합해서 총 7억2천5백만 달러에 달한다. 로웬 대 미시시피 배심원간 사건에서, 캐나다 경영자는 나프타 패널이 미국 사법제도의 기본절차는 무역에 대한 불법 장벽이므로 깨드려 줄 것을 요구한다.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프타) 분쟁 패널은 이 재판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판결은 미국 대법원이나 헌법 보다, 나프타를 북미에서 최고 법적 권력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WTO가 각료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미국 및 유럽의 최고경영자들이 카타르 도하 밖에서, "분쟁해결이 탁월하다!"라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만약 테러와 무역에 관한 죌릭의 선언이 과장으로 들린다면, 그는 단지 9월 11일 전에도 실패 혹은 취소로 치닫고 있었던, 카타르 회의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패닉 상태(sense of panic)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WTO 사무총장인 마이클 무어는 저개발국가들이 카타르 의제에 포괄적인 무역협상에 관한 뉴라운드를 상정하도록 충돌질하는 데 실패했다. 거기에 미국 대통령이 협상 권한마저 없다면,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가 일부러 애쓰면서 걸프 지역으로 날아가겠는가? 그래서, 죌릭은 성조기를 가지고 의심 많은 민주당 의원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역대표부의 무역이냐 테러리즘이냐라는 장광설에는 또 다른 타깃이 있다. 바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을 때조차, '신속협상권'을 통과시키려던 과거의 시도들을 무산시킨 환경주의자, 인민주의자 그리고 노동조합 간의 동맹이다. 죌릭은 반세계화 운동에 빈 라덴의 터번을 덧씌움으로써, 이 효과적인 동맹의 평판을 나쁘게 만들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죌릭의 중상모략 캠페인은 반세계화운동 그 자체 내에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얻고 있다. 부시의 무역 대표는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이 잘못 지도되고, 범죄적인 형태일지언정, 일종의 반세계화 투쟁의 연장이었다는 악의적인 말을 쓴 [어스 아일랜드 저널(Earth Island Journal)]의 한 작가를 아주 즐겁게 인용한다.
은색 롤스로이스와 록펠러에 버금가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입에 물고 태어난 빈 라덴을 계급전사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스 아일랜드 저널]이 그들의 의제를 진척시키기 위해 대량학살을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죌릭과 상당수의 유럽좌파들(좀더 현명했어야 한 친구들) 모두 쌍둥이 빌딩을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부르는 것을 들을 때 끔찍한 생각이 든다. 사실, [옵저버]지(誌)에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다른 많은 뉴욕 사람들 사이에서 미국 '사회주의'의 상징으로 서 있는 북쪽 타워 50층에서 일했다. 정부 소유의 이 고층빌딩에는 지구 행성을 휩쓸고 있는 민영화 바람에 맞서 미국의 최전방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항만청(Port Authority), 지하철, 교량 등을 포함한 공기업 등이 입주해 있었다.
부시(행정부)의 자유무역 열광자들이 이 비극을 이용하여 우리들에게 정치적 재(ashes)가 담겨 있는 조그만 가짜 가방을 팔기 위해, 자족적 좌파분파들과 결합하는 것을 보면 소름끼치고, 괴롭고, 비참하다.
전문적인 설명과 둘도 없는 연구 자료들을 제공해준 [퍼블릭씨티즌 지구무역감시]에서 일하고 있는 메리 보타리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그렉 팰래스트
[옵저버]의 'Inside Corporate America for the Observer'

2001년 10월 14일 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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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 뉴라운드 , 무역 , 신속협상권 , 미무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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