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업무 아닌 불법파견, 2년 지나도 직접 고용의무 없다"

파견허용업무 이외의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의 경우는 파견기간 2년이 지나도 직접고용이 안 된다는 중노위 결정이 나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현행 파견법상 허용돼 있는 업무 이외의 불법파견의 경우, 파견기간 2년이 지나도 사용업체의 직접고용 의무가 없다는 판정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임종률)는 지난 17일 SK(주)가 (주)인사이트코리아노조 지무영 위원장 등 4명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재심신청 사건에서 "파견대상 업무 이외의 업무에 종사한 3명에 대해서는 파견법상 직접 고용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한 서울지노위 결정을 취소했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SK가 인사이트코리아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들 근로자에게 현장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업무명령을 하달하고 제반 인사관리를 했으므로 이는 파견근로에 해당한다"며 "파견업체가 허가받은 업체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SK가 2년 이상 이들을 사용했다면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노위는 "파견근로 계속기간이 2년이 지나 파견법상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한다하더라도 그 업무가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직접 고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즉, 파견업체가 파견사업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않는 등 불법파견이더라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계속 썼다면 사용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하지만, 파견대상업무에도 포함되지 않는 불법파견인 경우, 직접 고용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신청인 4명 가운데 파견대상업무인 사무보조원으로 일한 김아무개씨에 한해 부당해고를 인정했을 뿐, 출하서기, 보일러 및 저유원 업무를 담당해 온 지무영 위원장 등 3명에 대해서는 부당해고로 보지 않았다.

"파견대상 아닌 업무에 불법파견 확산 도화선"
중노위 판정에 반발하며 인사이트코리아노조 등은 19일 중노위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같은 중노위 판정에 대해 당사자인 인사이트코리아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화학섬유연맹 등 노동계는 "이번 판정으로 파견대상이 아닌 업무에 불법파견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지무영 위원장은 "파견법상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사용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파견허용업무에 한정한다는 내용은 법률 어디에도 없다"며 "결국 이는 사용자가 파견신고도 하지 않고 파견대상이 아닌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대량으로 쓸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노위와 달리 노동부와 서울지노위는 파견허용업무 이외의 불법파견이더라도 파견기간이 2년을 넘을 경우에는 당연히 직접 고용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해 8월 인사이트코리아노조가 제기한 불법파견 진정에 대해 "불법파견이므로 직접 고용 등으로 시정하라"고 결정했고, 서울지노위 역시 지난 3월 "해고시점인 2000년11월1일 당시 2년을 넘게 계속 근무했으므로 SK는 파견법에 따라 신청인들을 이미 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계약직 채용 제의 거부를 이유로 직접 고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을 내렸다.

또한 전임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에 출석, "불법파견이더라도 2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들은 사용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성명을 통해 "이 판정대로라면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은 10년이 지나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사용주가 불법파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중노위는 불법파견행위를 저지른 사용주에게 면죄부를 주고 불법파견을 더욱 권장하는 엉터리 판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18일 중노위 임종률 위원장을 항의면담한 데 이어 19일 중노위 앞에서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가졌고,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불법파견문제를 사회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최근 중노위가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파견을 방치하는 판정을 내리는 등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업주 직접고용책임 인정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노동법상 '노동자'성 인정 △계약직 노동자에 해고 남용 방지 등을 촉구하며 노동위원회 소속 노동자위원 서명작업도 함께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무영 위원장 등 4명은 지난 93년부터 98년5월에 (주)인사이트코리아에 입사해 SK(주) 서울물류센터 등에서 파견근무를 해 오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노동청이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SK가 곧바로 사직서 제출 및 3개월~1년 단위 계약직 전환을 강요하자 이를 거부하고 그 해 11월1일자로 해고돼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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