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 청소년들에게 물어봐!

청소년들, 인권과 문화적 권리 보호 원해

<청소년보호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공대위>는 지난 6월 청소년 7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조사”라는 설문을 하였다. 조사대상의 모집단은 13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청소년일수록 청소년보호법을 접해본 경험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어 조사는 16세 이상의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되 연령에 따른 청소년보호법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해 13-15세의 청소년도 표본에서 제외시키지는 않았다. 표본 추출은 인문고, 실업고와 남녀공학, 여고, 남고를 골고루 배분하려 하였으며, 200명은 길거리에서 무작위 추출로 조사하였다.

청소년보호법과 유해매체물

설문에 응한 청소년들 중 77.5%가 ‘청소년보호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며,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영화<거짓말>, DJ DOC와 조PD의 최근 음반을 보거나 들어본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81.9%였다. 또 이들 매체들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아는 청소년들 역시 77.4%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들 매체물이 청소년 불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접한 것이다. 이는 길거리를 다닐 때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음악을 듣게 된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단지 15.5%의 청소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에 반해 53.2%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는 데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상의 매체물 심의기준 조항(표참조)에 대한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43.4%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으며, 31.2%가 적절하다, 14.1%가 적절치 않다, 5.5%가 매우 적절치 않다, 5.3%가 매우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기타 의견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심의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들 조항중 가장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⑩번 ‘저속한 언어와 대사의 지나친 남용’(31.4%)으로 가장 많았고, ⑪번 ‘도박과 사행심 조장 등 건전한 생활태도 저해의 우려가 있는 것’(21.8%)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③번 ‘수간, 혼음, 동성애, 근친상간...’에서 ‘동성애’ 부분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으로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남녀 청소년에 따른 편차로 남학생 18.1%가 ①번 ‘음란한 자태의 묘사’를 심의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반면, 여학생은 단지 9.8%만이 이를 적절한 심의기준으로 보았으며 ②번 ‘성행위 방법 묘사’ 역시 남학생의 16.3%, 여학생의 7.2%가 부적절한 심의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매체물에서의 성적 표현에 대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정책

청소년은 어떤 청소년 정책을 원하는가? 청소년보호법이 현재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청소년 성보호’와 ‘유해매체물 규제’이며,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육성과 지도, 청소년 교류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청소년 관련 법안이 담당하고 있는 일과 다르게 청소년들이 가장 원하는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 인권보호’(59.2%)와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보호’(43.8%)이다. 정부는 제2차 청소년기본계획(1998-2002)에서 정책방향을 ‘청소년의 인권 증진 및 참여확대’로 세워놓고 있지만 실제로 청소년의 인권 문제가 과연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최근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광주중고등학생연합(광주학생연합)’의 활동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학교 운영위 참여’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한 박형준(조대부고 2년) 공동대표에 대해 해당 학교가 ‘자퇴’를 권유하는 등 청소년의 인권을 증진시키기는커녕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학교와 정부가 이를 탄압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의 인권과 사회참여권의 제한은 청소년보호법상의 심의기준(10조) 중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비윤리적인 것’을 두어 각종 사회과학 서적을 청소년유해매체물 목록으로 고시하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행태에서도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주업무로 삼고 있는 ‘유해매체물 규제’의 경우 10.2%의 학생들만이 청소년에게 필요한 정책이라고 본 반면, ‘원조교제 등 그릇된 성문화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를 중요한 청소년정책이라고 본 청소년은 36.7%(특히, 여자의 경우 41.8%)로, 이는 청소년보호법이 청소년에게 필요한 법안이라고 답한 청소년이 45.3%라는 것의 근거가 된다. 즉 청소년은 청소년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청소년 성보호’의 차원이지 ‘유해매체물 규제’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45.3%의 청소년이 청소년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그저그렇다’(36.8%) 혹은 ‘필요없다’(17.9%)라고 답한 청소년의 수도 54.7%나 된다는 것도 주목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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