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업무상 재해를 입고 있지만, 대부분 본인이 치료비 등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날아오는 골프공에 맞거나 공을 찾다가 잔디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K컨트리클럽에서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5월 내장객이 친 공이 바위를 맞고 튀면서 머리를 치는 바람에 뇌진탕, 뇌좌상으로 3개월의 진단을 받고 5개월이 넘게 병원에 입원중이지만 회사나 내장객 모두 치료비조차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H컨크리클럽에서는 공에 맞아 이가 8대나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역시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민간서비스연맹과 전국여성노조는 29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 앞에서 '노동3권 보장과 근로기준법 적용 쟁취를 위한 경기보조원 행동의 날'을 개최했다.
이 보다는 사고가 경미하지만, 곽아무개씨는 내장객이 친 공이 새끼발가락에 맞아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이웃 3개 발가락까지 부어 5일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사고 3일 뒤에 다시 찾아온 그 내장객이 준 10만원으로 치료비를 대신해야 했다.
보통 경사가 80도 가량인 러프(rough)지역까지 드나들며 볼을 찾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조아무개씨는 볼을 찾으러 갔다가 넘어져 2주 진단을 받을 만큼 심하게 발목을 삐었지만 조퇴처리조차 되지 않아 근무를 계속 해야 했다. 결국 병세가 악화되어 기브스까지 하게 됐지만 모든 부담은 조씨가 치러야 했다.
비 오는 날은 사고위험이 더하다. 엄아무개씨는 내리막길에서 비 오는 날 넘어져 약간의 탈골을 동반한 무릎부상을 입었지만 역시 자비로 치료를 했으며, 탈골로 경기보조원 일을 당분간 쉬어야 한다는 의사소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문제로 인해 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재해도 적지 않으며, 이는 여성의 모성보호조차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구아무개씨는 계속되는 장시간노동과 스트레스를 못 이겨 머리가 피가 응고되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고, 전아무개씨는 피로가 겹친 결과 계속 하혈을 하더니 자궁 내 물혹이 생겼다. 한달간 병원치료를 받자 물혹이 없어졌으나 계속 피로하면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의사소견상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일사병이나 위장병, 풀독, 벌레물림 등은 경기보조원의 80% 이상이 겪는 일상적인 재해가 돼 버렸다.
입사 뒤 97.4%가 근육과 관절부위 통증
전국여성노조와 노동과건강연대는 29일, 지난 9월 한달 동안 경기도 소개 골프장 두 곳에서 일하는 120명의 여성 경기보조원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업무중 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당한 재해는 타구사고(72%)인데, 재해후 77%가 자비로 치료했으며 내장객이 치료해 준 경우는 18%, 회사가 치료해 준 경우는 5%에 불과했다. 게다가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업무를 하지 못해 치료비 외에 경제적 손실까지 가중됐다.
이들이 업무도중 끌고 다녀야 하는 수동카트의 무게가 자신의 몸무게 만한 55~60kg나 되고 그린에서 볼을 닦아 놓거나 골프를 칠 때 생긴 잔디훼손 보수작업을 할 때 허리를 굽히거나 앉고 일어서는 자세가 많아 무릎, 발과 발목, 목과 허리, 어깨 등 근육·관절부위 통증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97.4%는 입사 뒤 근육과 관절부위 통증을 느꼈으며, 63.6%는 이러한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성수기(4~11월)에는 생산직노동자(55.5시간)와 사무직노동자(48.6시간)보다 많은 주당 59.4시간을 꼬박 일을 하기 때문에 경기보조원의 피로도는 110.9로 생산직노동자(69.0)보다 훨씬 높았다.
모성보호와 관련, 경기보조원의 절반 가량(49%)은 생리가 불규칙했으며, 입사 전에는 규칙적이었으나 입사 후에 불규칙해진 사람도 44%에 달했다. 생리통 역시 입사 전엔 없었다가 입사 후에 발생한 경우는 66%로, 생산·사무직 여성노동자(9%)의 7배가 넘었다.
또한 잔디를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연중 내내 제초제를 비롯한 다양한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에 두통(84.4%), 현기증(66.2%), 피부질환(58.4%), 구역질·구토(55.8%), 호흡곤란(36.4%) 등의 증상을 보였다. 주로 야외에서 근무함에 따른 건강장애도 풀독(접촉성 피부염)이 74.4%로 나타났으며 장시간 걷는 업무로 인한 무좀이 63.6%, 벌레에 물린 경우 44.9% 등 순이었다.
노동기본권 보장이 최우선 해결과제
응답자들은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74%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노동자성 인정을 꼽았고, 2순위로는 산재보험 가입(42.1%)를 꼽았다.
조사를 직접 담당한 한림대 권영준 전문의(산업의학과)는 "이번 실태조사결과 경기보조원들의 피로수준이나 생리관련 이상증상, 근골격계 증사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건강권을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며, 산업연수생이나 현장실습공에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산재보험을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게 시급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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