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국회앞 기습 벼야적투쟁 성명
정부와 국회는 쌀생산비 보장, 최소 300만석 대북 조기지원 등
쌀값 폭락에 따른 특단의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2004년 쌀개방을 가시화 하는 쌀 포기 정책과 작금의 쌀값 하락 사태로 인한 농민들의 피끓는 절규가 전국 방방곡곡을 메아리친지 두달이 넘었다.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이 때에 쌀을 팔지 못한 안성의 칠순이 가까운 농민 이 농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는가 하면 논을 갈아엎고 벼가마를 태울 수밖에 없는 농민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정부는 지난 9월4일 대책을 통해 '작년 수확기 쌀값 수준은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두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쌀값은 가마당 3만원이 넘게 폭락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 당국이 2004년 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쌀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쌀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쌀시장이 추가로 개방되어 외국의 값싼 쌀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국내 쌀 가격이 대 폭락할 것이기에 서서히 국내 쌀 가격을 낮추어야한다며 쌀값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
쌀마저 포기하겠다는 정부 정책으로 이 땅 농업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든 농산물이 수입개방되어 가격폭락이 심각한 가운데 그나마 가격이 안정적 이었던 쌀마저 개방압력에 처한 지금 한국 농업은 사면초가의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식량자급율이 30%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주곡인 쌀마저 포기한다는 것은 농업의 위기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 어떤 나라가 생산비 보장, 소득보장도 없이 농업을 파멸로 몰아간단 말인가? 주곡마저 포기하는 나라가 과연 있기나 하단 말인가?
농업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여야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소위 재보선 결과를 두고 내분에 휩싸여 날밤을 보내고
있다. 최고회의다 당무회의다 하며 수차례 회의를 하여도 쌀문제의 '쌀'자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야당 시절의 초심을 잊은지 벌써 오래이고 집권 최대의 공로자인 농민을 까맣게 잊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재보선의 승리에 도취하여 상대당의 내분을 즐기며 그 무슨 민생탐방을 거론하고 있다. 현시기 최대 민생위기가 쌀 문제인데 이를 제껴둔 민생탐방이란 코미디에 불과할 따름이다. 오늘 쌀문제의 핵심 책임은 UR 당시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농민들은 죽건 살건 안중에도 없이 마치 차기 대권을 잡은 양 거들먹거리고 있다.이렇듯 여야 가릴 것 없이 소위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란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이요, 대권욕에 눈먼 파쟁일 뿐이다. 민초들의 고통과 아우성은 담너머 먼 개들의 울부짖음에 불과하다.
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국회와 여야 정당은 이미 우리들의 대변자가 아니다.여당 답지 못한 여당, 야당 같지 않은 야당.이제 우리 농민은 국회의 존재 필요를 되묻고 있다.따라서 오늘 우리는 이와 같은 우리들의 심정을 만천하에 고하고자 자식같이 키운 벼를 국회앞에 야적한다.
우리는 오늘 450만 농민의 울분과 염원을 한데 모아 국회 앞 벼 야적 투쟁을 전개하고,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강력히 규탄하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오늘 우리의 요구는 마지막 기대임을 명심하라.
첫째, 최소 300만석 이상의 신곡을 조기에 대북지원하라!
둘째, 쌀 추가매입분 400만석(농협중앙회 매입량)에 대해 올 추곡수매가 2등품 기준으로 조기에 수매,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셋째, 농협 RPC 자체수매가격이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준(최소 올 추곡수매가 2등품)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넷째, 계절진폭 8%가 달성될 때까지 정부 보유곡 공매를 중단하라!
다섯째, 논농업 직불제 단가를 최소 5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밭직불제를 즉각 도입하라!
여섯째, 쌀시장개방 획책 철회하고 한-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 중단하라!
일곱째, 쌀값인하, 쌀생산감축을 기조로 하는 정부의 중장기 대책을 철회하고 장기적 식량수급전망 하에 통일대비 양곡정책을 수립하라!
만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시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농민의 울분은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될 '쌀생산비 보장, WTO 쌀수입개방 반대'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450만 농민의 응집된 힘을 보여줄 것임을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2001년 11월 5일
국회앞 벼 야적투쟁 농민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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