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원장 첫 공판 "잘못된 정책 투쟁 불러"
단병호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 11월12일 오후2시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박용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 각계인사와 남반구노조연대 서울대회에 참가한 외국 활동가 등 1백50여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단 위원장은 이날 40여분에 걸친 모두진술에서 "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폄으로써 노동자와 서민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며 "순리대로 문제를 풀기 위한 민주노총의 대화요구는 배척한 채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러왔음을 사법적 판단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진술에 이어 진행된 직접심문에서 검찰측(담당검사 윤웅걸)은 지난 2000년 4월 농축협통합 반대투쟁에서부터 2001년 6월 민주노총 총력투쟁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 혐의사실에 대한 불법성을 부각하려 애썼다. 이날 재판에는 47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 가운데 강문대, 도재형, 권두섭, 김기덕, 김도형, 김선수, 이덕우변호사가 참석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는 "우리는 정부가 석방을 약속해놓고도 노사정위 참여와 반성문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이유로 기소했다는 점에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며, 민주노총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기소한 데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툼이 있어서 재판이 빨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단위원장석방대책위는 이날 재판에 앞서 오후1시부터 1시간 동안 서초동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단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며 김대중 정권을 규탄했다. 다음 공판은 11월26일 오후2시 같은 장소(서울지법 311호)에서 열린다.
[단위원장 모두진술 요지]"대화외면, 정당한 투쟁 탄압"
<단 위원장 모두진술(요지)>
"대화는 외면하고 정당한 투쟁은 탄압"
"사법적 판단 앞서 원인부터 따져봐야"
검찰은 민주노총의 2000년 총파업과 2001년 시기집중 총력투쟁을 주로 문제삼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법이고,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민주노총이 왜 이 투쟁을 벌이게 됐는지 밝히고자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나는 누구보다 노동자와 서민의 아픔을 잘 알며, 그들을 위한 국정을 펴겠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장 중시한다'고 얘기해왔다. 야당총재 시절 나와 여러 차례 만나서도 "노동3권은 조건 없이 보장돼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아픔이 가는 일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그 김대중씨가 집권한 뒤 4년 동안 노동자 6백50명을 구속했고, 올해만도 2백20여명이 구속됐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오늘날 극한적 노정관계를 부른 것은 정부책임이다. 노사-노정관계는 정부가 노동정책을 어떻게 입안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는 노동정책은 없고, 경제정책 아래에 노동대책이 딸려 있을 뿐이다.
4년전 사상초유의 외환위기를 맞은 우리경제는 올바른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초국적자본의 요구에 따를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었다. 불행히도 정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은 개방화, 탈규제화, 노동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었고, 초국적자본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노정관계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재벌개혁을 얘기했지만 구색갖추기에 그쳤고, 그나마 '규제완화'를 빌미로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외자유치는 결국 노동자 공격을 통한 비용절감의 다른 말이었다. 온갖 특혜를 주면서까지 알짜기업들을 헐값에 팔아 넘겨 경제주권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부문 구조조정으로 제1, 제2금융이 모두 외국자본에 종속됐다. 철도, 통신, 전력 등 중추적 기간산업마저 해외에 팔아넘기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경제조정능력을 잃고 경제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무분별한 외자유치와 알짜기업·기간산업의 헐값 매각에 반대해왔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올바른 대안에 귀기울이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대화를 통해 순리대로 문제를 풀려 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정부는 지난 98년 노사정위 합의사항 중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은 즉각 시행한 반면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복수노조, 주5일근무, 공기업 구조조정시 노조와 협의 등 노동자와 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민주노총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노사정위에 들어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이미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정책을 합의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런 문제들이 공소장에 나와있는 민주노총의 투쟁을 불러온 것이다. 집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우발적 상황이 벌어진 것도 사실이나, 집회는 민주노총이 우리의 요구를 알릴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사법적 판단에 앞서 왜 그런 투쟁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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