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위기, 그래도 초국적 자본을 위한 금융세계화는 끄떡없다?

한일투자협정이 12월에 체결된다

한일 양국은 연내에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합의하였다고 한다. 지난 11월 14일에는 한국에서 한일투자협정을 위한 8차 본회의가 열렸고,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9차 본회의에서 협정을 체결할 것을 결정하였다. 한일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투쟁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일본의 일한민중연대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월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과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연내 한일투자협정 체결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우선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경제현안 중의 하나인 한일투자협정을 비공개적으로 조속히 추진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년간 국내에서는 한일투자협정에 따른 무제한적인 투자 자유화의 위험성과 반민중성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으며, 정부의 입장에 대한 대응도 진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본과의 교과서 문제나 수산업 문제만을 여론화하는 가운데 물밑에서는 한일투자협정 체결 시도를 계속적으로 진행시켜왔으며, 급기야 오는 12월에 조속히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형식적인 절차상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고, 김대중 정부가 남은 임기기간 동안 어떠한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에 종속적으로 편입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의 분열과 위기에 직면하여 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남은 임기기간동안 부진한 경제개혁을 마무리짓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했으며, 정책기획수석으로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주의자인 한덕수 전 OECD 대사를 임명한바 있다. 김대중 정부가 말하는 부진한 경제 개혁이란 한축으로는 구조조정을 더더욱 가속화시키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를 더욱 철저하게 추진하고,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더욱 진전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축으로는 다자간 및 양자간 투자 및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국내 경제를 사유화, 개방화하고,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함으로써 초국적 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미진한 경제개혁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입안자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하면서 한일투자협정과 같은 현안을 조속히 추진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무제한적인 이익 보장을 위한 집대성판인 MAI를 원형으로 하는 한일투자협정

한일투자협정은 정부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다자간투자협정(MAI)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MAI는 투자에 있어서의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보장하는 가운데, 투자자유화를 위한 것이면 국내생산품조달 정책, 현지인고용의무 등의 국내경제정책, 노동권, 인권, 환경 등 그 어떠한 것도 장애물이라 규정하면서 규제완화 및 철폐를 주장하는 그야말로 초국적 자본의 이익보장을 위한 집대성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MAI에서 규정하는 투자의 개념은 대단히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단기투기자본까지도 투자로서 인정하려 하고 있으며, 초국적 자본이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까지를 부여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막가파식 다자간협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처럼 반민중적이고 위험한 MAI는 지난 98년 전세계 민중들의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MAI는 양자간 투자협정과 NAFTA와 같은 지역자유무역블럭, 그리고 WTO라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통해 그 핵심적인 내용들이 발현되고 있는 상황이며, 한일투자협정은 이러한 기제중의 하니라고 할 수 있다.

한일투자협정의 위험성은 도처에 깔려있다

이미 공개된 한일투자협정의 주요내용만을 보더라도 협정이 한국경제에 끼치는 위험성과 반민중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투자자유화를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과 고용의 창출이라는 것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제가 항상적 위기에 노출될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고용은 더더욱 불안정하게 되고 노동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에 따르면 해외투자에 대해 국내자본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내국민대우와 해외투자 중 가장 나은 대우를 여타의 해외투자에도 적용하는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줌과 동시에 해외투자의 원금 및 이윤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해주는 한편 해외투자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국내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 기술·생산공정 등의 국내이전 의무 등을 금지하고 있다. 즉 투자자유화는 국내 경제성장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보장을 통한 이윤의 추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해외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한 조건에서 해외자본의 국내 경제 잠식이 확장되면 될수록 국내경제의 불안정성은 더더욱 심화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편 투자자유화가 고용 및 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두가지 조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나는 현지인 고용의무 금지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진지(眞摯)조항이라는 것이다. 해외자본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건, 기업을 인수하건, 혹은 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건 간에 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현지인 고용의무 금지 조항을 빌미로 고용을 억제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비정규직화 같은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진지조항이라는 것은 일본기업이 한국에 진출했을시 발생하는 노동쟁의 등 각종 노사분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요구하는 조항으로, 이는 국내 노동운동이 일본 기업에 미치는 파장력을 우려한 일본 당국으로부터 나온 요구사항이다. 여기에서 노사분규를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의 의미는 국가가 개입하여 노사분규를 봉쇄해달라는 것과 심지어는 노동조합 설립조차도 허가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노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조항이다.

한일투자협정의 위험성과 반민중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월에 열린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의 경단협과 같이 보수적인 경제인 단체의 모임인 일한비지니스 포럼에서는 일본의 철도회사인 JR이 한국의 철도를 매각하고 싶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이며, 한일투자협정에 따라 통신, 철도,금융 등 주요한 국가 기간 산업들의 자유화 제한 조치들이 완화내지 철폐되어 사유화를 통한 해외매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해외투자자와 정부간 분쟁에 있어 해외투자자들이 국내법을 거치지 않고 세계은행 등의 국제적인 분쟁해결기관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멕시코 주정부가 미국의 초국적 기업인 메탈클라드사에 대해 환경오염문제에 따른 제재를 가했을 당시 메탈클라드사가 투자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근거로 멕시코 주정부를 제소했던 것처럼, 투자자유화 앞에서 환경, 인권, 노동권이 완전히 훼손더라도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는 점도 크나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반대한다

지난 97년 경제위기이후 IMF와 이에 편승한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한국 경제 전반을 축소시키는 가운데 항상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결과하였으며, 노동의 유연화전략을 통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고통과 비용이 전가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하에서의 투자의 전면적인 자유화는 결국 국내 경제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하고 항상적인 위기에 노출시킬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단기투기자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겪이 될 것이며, 국내 경제의 초국적자본에 의한 잠식을 통해 고용과 물질적 성장없는 자본의 유출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생존권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하고, 환경, 인권,민주주의가 투자 자유화를 위한 제물로 희생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한일투자협정 체결 시도는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생존권적 요구를 뛰어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으로 신자유주의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한·일투자협정에 대한 대정부 질의서

1.
지난 11월 10일께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은 일본의 사회단체인 일한민중연대로부터 연내에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될 전망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한민중연대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에서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투자협정 9차 본회의에서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한국 정부측과 합의 한바 있다고 합니다. 지난 10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한을 통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물밑 교류가 있었다고 하며, 11월에 상하이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담에서도 한일투자협정 연내체결 의지를 한일 정상 상호간에 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4일에는 한국에서 한일투자협정 8차 본회의가 열렸으며, 이 회의를 통해 12월 일본에서의 9차 본회의에서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하였음을 사후적으로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일투자협정은 양국간 투자에 있어서의 제한없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들을 골자로 담고 있는 것으로 투자협정 체결은 한국의 경제는 물론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의 최근 추진상황과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서 체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나 수산업 분야에 있어서의 협상 문제는 언론을 통해서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통해서건 정부의 입장을 자주 접하고 있는 반면에, 경제현안 중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인 한일투자협정에 있어서는 정보 공개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까지의 한일투자협정 추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한일투자협정이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9차 본회를 통해 체결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12월 언제쯤 열릴 예정입니까?

2.
한일투자협정은 정부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다자간투자협정(MAI)의 내용들을 원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MAI는 투자의 전면적인 자유화를 위해 국민국가의 자율적인 경제정책과 노동자 서민의 생존 그리고 환경을 희생시키는 각종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MAI는 전세계 민중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으로 1998년에 좌절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구들의 반대로 실패한 협정을 원형으로 삼고 있음에도, 한국의 국민들은 한일투자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까지의 투자를 자유화하려 하는지, 이에 따른 경제적 득실과 노동자 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유화의 원칙이 무엇인지, 범위는 어느 정도까지인지 등 한일투자협정 전체 조항을 공개해주십시요. 그리고 한일 투자협정에 따른 경제적 득실과 노동자 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알려 주십시요.

3.
한일투자협정의 내용중에는 노동쟁의등 노사갈등을 진지하게 대응한다는 소위 眞摯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진지조항이란 한국의 노사분규에 대한 일본정부와 기업측의 우려스러움 때문에 제기된 것으로, 그 핵심은 일본의 對한국진출 기업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의 개입을 통해 노동쟁의를 봉쇄하고, 심지어는 노동조합 설립마저도 불허하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노동권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일투자협정의 내용중에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을 시 한국인을 고용할 의무를 갖지 않도록 현지인 고용의무 부과 금지가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한편 97년 경제위기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당해왔고, 그나마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도 해고가 두려워 제대로 노동권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노동조합 설립조차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실정에서 한일투자협정의 진지조항과 내국인 고용의무부과 금지가 체결된다면 노동자 서민들은 더더욱 힘든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지조항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한일투자협정내의 부속서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위 진지조항과 내국민고용부과 금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진지조항과 현지인 고용부과금지가 한일투자협정에 포괄되어 체결된다면 노동자 서민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있습니까? 있다면 무엇입니까?


4.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한일비지니스 포럼에서 일본철도회사 JR이 한국의 철도를 매각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철도는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철도 민영화는 요금 인상을 통한 국민들의 부담을 부추기게 될 것이며, 정리해고 등 인원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대형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영국에서는 철도 민영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감축되어 대형참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일투자협정에는 투자자유화에 있어서의 투자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협의중인 예외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일본 JR의 한국 철도 매각설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진척상황은 어느 정도이며, 이 역시 한일투자협정의 세부사항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까?

5.
한일투자협정은 한국의 경제와 노동자 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협정입니다. 따라서 여론을 수렴하고, 각계 각층의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하기에 한국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기에 앞서서 조속한 시일내에 노동·시민·인권·환경 등 사회시민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열 것을 제안드리는 바이며, 올바른 여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한일투자협정 체결 시도는 향후에 많은 문제점들을 가질 수 밖에 없기에 연내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유보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에 대한 저희들의 우려와 고민이 담긴 이상의 질의서에 성실하게 응해주길 바라며, 11월 28일까지 답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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