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의제' 출범과 반WTO투쟁
이창근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지난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전개된 WTO 도하 각료회의는 회의기간을 하
루 연장한 끝에 최종 선언문 채택에 성공했다. 마이클 무어 WTO 사무총
장은 폐막식에서 "WTO를 구했다"며 협상 대표단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미무역대표부 로버트 죌릭은 "시애틀의 오점을 떨쳐버렸다"며 기뻐했다.
'도하개발의제'로 명명된 뉴라운드는 그 내용상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출
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핵심적으로 1999년 시애틀 각
료회의 붕괴 이후, 내외적 저항에 의해 점증되어온 WTO 체제의 정치적
위기·적법성(legitimacy) 위기를 봉합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즉, 제
국주의 국가들은 제3세계의 반발을 정치적·수사학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무마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도하
각료회의 최종 선언문에 대해 개도국과 중심부 국가들의 입장이 상호간에
적절히 절충된 합의안이라는 평가는 본질을 외면한 현상적인 견해이다.
도하 각료회의 6대 쟁점과 평가
WTO 도하 각료회의에서 개도국과 제국주의 국가들간에는 6가지 영역에서
쟁점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농업, TRIPs, WTO 규범(반덤핑 등), 환경, 이
행 문제, 싱가포르 이슈(투자·경쟁·정부조달투명성·무역원활화)이다. 시
애틀에서와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는 가장 첨예한 쟁점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도하에서, 개도국은 개발보조금(development box) 조항 신설, 농산물
덤핑 수출 금지 등을 핵심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초국적곡물기업 및 제
국주의 국가들은 '수출보조금 단계적 철폐'라는 일반적 언급으로 제3세계
의 요구를 완화시켰다. 또한 유럽연합은 '수출보조금 단계적 철폐' 조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협상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라는 문구를 삽입시킴으로
써,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겨두었다. 한편 WTO 기존 협정에 대한 검토·
재협상의 맥락에서 이번에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단연 TRIPs 협정관련 내
용이다. 'TRIPs 협정과 공공건강'이라는 별도의 선언문이 채택되었는데, 이
는 개도국과 사회운동진영의 절반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최소한 의약품
특허와 관련해서는 TRIPs 협정 체계 내에서 일정한 '재해석의 여지'를 인
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TRIPs 협정 자체의 개정 약속까지 합의된 것은 아
니어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허울좋은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행 문제는 시애틀 이후, 개도국이 가장 강력하게 제기한 영역이다. 특히 개
도국은 핵심적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합의 사항인 2005년까지 섬유·의류 쿼
터의 단계적 폐지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줄 것으로 제기했으나, 미국의 강력
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편 WTO 규범 분야에서 미국이 그동안 강력하게
반발해왔던 '반덤핑규범'이 협상 의제로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협정의 기
본개념, 원칙, 유효성, 목적, 수단 및 절차의 유지'를 협상의 전제로 삼았기
때문에, 협정의 실질적인 개정 혹은 진지한 재협상 논의는 불가능할 것으
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은 "반덤핑과 상계관세협정은 불공정무역을 억제하
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며, 이들 규범에 대한 WTO 논의는 선진국의 활용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보다는 개도국의 남용을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 이슈(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
성, 무역원활화)는 5차 각료회의 이후로 협상 개시가 유보되었다. 그런데
합의 사항을 둘러싸고 개도국과 중심부 국가들간에 해석을 달리하고 있어,
5차 각료회의에서도 협상 개시가 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싱가
포르 이슈 협상과 관련하여, 인도 정부가 강력히 주장한 '모든 회원국들의
명백한 합의'를 최종 선언문에 첨가시켰는데, 이를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
으로 해석할지 아닐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
하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협상 의제로 합의된 것은 '환경 이슈'이다. 유럽연
합의 강력한 제기로 개도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 WTO와 다자간
환경협약(MEA) 무역관련 의무와의 관계, * MEA 사무국과 WTO 위원회간
정기적 정보교환 및 옵저버 자격절차, * 환경상품 및 환경서비스 관세·비
관세 장벽 감축 또는 철폐 등 세 가지 이슈에 대한 협상 개시 합의했다.
그런데 위 세 가지 의제 중에서, 두 번째 의제는 실질적 협상이라기 보다
정보교환의 수준이며, 세 번째 의제는 공산품 및 서비스 협상에서 논의될
사항이다. 따라서 환경 이슈 중 독자적으로 논의될 사항은 첫 번째 의제뿐
이다. 한편, 농업과 함께 2000년부터 후속협상이 진행되어 왔던, 서비스 분
야는 민중에게 미치는 치명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선언문에 1단계 협상 결
과에 만족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었을 정도로, 개도국과 제국주의 국가들간
에 별다른 쟁점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는 서비스협상 자체가 양허요구
(request) 목록과 양허가능(offer) 목록을 준비하여 시장개방수준을 결정하
기 때문에, 타 협상에 비해 향후 협상과정에서 개도국의 선택여지가 상대
적으로 넓다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9년 시애틀 각료회의
때 TRIPs 협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TRIPs 협정 내(內) '생명특허' 문
제가 이번 도하 각료회의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도
하개발의제'는 이행·농업·서비스·공산품 관세·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TRIPs)·반덤핑·지역무역협정과 WTO 관계·분쟁해결양해·무역과 환경
등 9개 의제이다. 농업·서비스 협정은 2000년부터 시작된 후속협상을 흡
수한 것이며, 공산품 관세인하 및 반덤핑 등 WTO 규범 분야는 기존 협정
의 강화 혹은 명확화라고 본다면, 사실상 새로운 의제는 환경 이슈 정도이
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도하개발의제의 특징은 * 기존 영역(농업, 서비스,
공산품 등)에서의 보다 강화된 추가적 자유화를 중심축으로 두고 * 싱가포
르 이슈(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성, 무역원활화)는 제5차 각료회의
이후로 협상개시가 유보되었으며 * 개도국들의 기존 협정에 대한 검토 및
재협상 요구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정치적·수사학적 수준에서 봉합되
었다는 점이다.
'도하개발의제' 출범의 배경과 의미
'도하개발의제'가 시애틀에서와는 다르게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다
른 무엇보다도 중심부 국가들간에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합의할 수 있었
기 때문이다. 그것은 WTO 체제에 대한 내외적 저항을 무마시키고 적법성
위기에 대한 봉합책으로써 뉴라운드 출범이다. 시애틀 각료회의 실패에 따
른 다자주의 및 WTO 체제의 불확실성 심화에 대한 우려가 '도하개발의제'
에 대한 합의를 가능케 한 것이다. 점증하는 WTO 체제의 위기 봉합을 위
해서는 어떠한 범위나 방식으로든 새로운 협상을 출범시키는 것 자체가 중
요하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여기에 지구적 경제불황의 심
화와 9·11사건에 이은 미 제국주의의 '대테러전쟁'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마이카 대표단인 리챠드 버날의 다음 언급은 개도국 협
상대표단들이 현지에서 어떠한 압력을 받고 있었는지 말해준다. "만약 우
리가 이곳 도하에서 뉴라운드에 동의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진 지구 경제
의 구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강요받았다". 또한 미제국주의 주도
로 전개되고 있는 '대테러전쟁'은 '무역=자유와 번영', '테러리스트=반(反)
자유와 번영'이라는 공식을 각국 협상 대표들에게 암암리에 강요하였다.
그 결과 뉴라운드 출범에 비판 혹은 반대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
유를 반대하고 테러리즘을 지지하는 행위와 동일시되었다. WTO 뉴라운드
출범을 둘러싸고 중심부 국가와 개도국, 그리고 중심부 국가들간 갈등이
존재한다. 중심부 국가와 개도국들 간 본질적 쟁점은 "기존 협정에 대한
검토와 재협상 우선이냐 아니면 WTO 체제의 심화·확장이냐"라는 지점이
다. 즉, 제3세계 국가들은 WTO 체제 출범 이후 소위 말하는 '자유 무역'
체제의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받지 못했으며,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약속했던
제3세계에 대한 특혜조치들이 지난 6년 동안 거의 실현되지 않았음을 주
장하면서, 새로운 다자간협상은 기존협정 검토와 재협상을 중심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반면, 제국주의 국가들은 WTO 체제의 심
화·확장을 통한 무역 자유화의 가속화를 주장해왔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
론을 둘러싸고 제국주의 국가들간에 갈등이 존재한다. 즉, 미국은 "기존 영
역(농업, 공산품, 서비스)을 중심으로 한 보다 강력한 추가적인 자유화"의
형태를, 유럽연합과 일본은 "새로운 영역(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투명성
등)을 WTO 체제 내로 편입시키는" 형태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어떠한 형
태이든지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현 WTO체제를 통한 자유무역 및 투자의
가속화라는 방향이며, 개도국 및 민중들의 'WTO 체제 및 자유무역의 영향
에 대한 전면적 검토, WTO 의제 확대 및 추가적 자유화 반대'라는 핵심적
인 요구를 묵살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도하개발의제를 살펴
보면, 겉으로는 중심부 국가들이 주변부 국가들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나, 본질적으로 WTO 체제 심화·확장 및 추가적 자
유화·개방화의 방향으로 합의된 것이다. 즉 제국주의 국가들은 개도국과
사회운동진영의 WTO 체제에 대한 내외적 저항에 대한 정치적 고려 속에
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무리한 확장보다는 기존 영역을 중심으로 한 자유
화 경향의 가속화를 추구하는 '현상강화' 전략에 합의한 것이다.
반WTO동맹이 향후 투쟁에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도하개발의제'를 출범시키고, 중국과 대
만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WTO 체제에 대한 내외적 저항을
무마시키고, 위기를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이는 위기의 '일시적
봉합'이라는 점에서, WTO 체제 및 전지구적 '자유무역'체제의 구조적 모순
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WTO 체제가 중심부 국가 및 초
국적자본의 이해만을 체계적으로 옹호하고, 반면 제3세계와 민중들을 소위
말하는 '자유 무역'의 이익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시켜 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러한 WTO 및 지구적 무역체제의 근본적 불평등성이 해소되
지 않는 한 WTO 체제에 대한 내외적 저항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명백
하다. 그럼에도 반WTO동맹은 '도하개발의제' 출범이 향후 투쟁의 조직화
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어떠한 시사점을 던져주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반WTO투쟁의 의미와 목표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국
제주의적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 전선의 확장·심화에 복무할 수 있
게끔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반WTO동맹은 다음의 세 가지 지점을 고
려해야 한다. 그것은 1) '도하개발의제' 출범으로 봉합된 제국주의 국가들
간 갈등의 향후 전개 양상과 그것이 WTO반대투쟁에 미치는 영향, 2) 반
WTO투쟁에 있어서 제3세계 정부와는 연대 문제, 3) '사회적 조항'을 둘러
싼 남반구·북반구 사회운동진영간 논쟁의 극복과 연대 방안 등이다.
1) '도하개발의제'의 출범으로, 향후 뉴라운드 협상은 실질적으로 기(旣)설
정 의제(농업, 서비스 등)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타 의제(싱가포르 이
슈, WTO 규범 등)의 경우 겉으로는 쟁점이 형성되겠지만, 실질적인 변
화·진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뉴라운드 협상범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간 갈등이 '도하개발의제'로 봉합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미
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WTO 체제에 대해서는 '현상유지 + α'
전략을 통해 '강화'시키면서도, 동시에 그것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양자간·지역간 자유무역협정'의 추진에 열 올릴 것으로 예상
된다. 이미 미국은 2005년 출범을 목표로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 체
결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동유럽으로의 확대와 안정화를 추진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했으며, 한
국, 멕시코 등과도 양자간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
한 지역화 프로젝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로부터 국내지배계
급의 이익을 방어하려는 기획이며,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황과 불투명성 속
에서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이번 도하 각료회의는 최종 선언문에서 '세계
무역규범 형성 및 자유화를 위한 유일한 포럼'으로 WTO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자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지역화 경향이 WTO 체제에 문
제가 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또한 도하개발의제에 'WTO와 지역무역
협정과의 관계'가 포함되어 있지만, 도하개발의제가 계획대로 향후 3년 내
에 최종 합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이미 주요한 양자간·지역간
자유무역협정은 대부분 체결될 것이기 때문에, 위 협상은 실제 아무런 영
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반WTO투쟁이 지역무역협정에 맞
선 투쟁과 긴밀히 연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2) WTO 체제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관할 영역인 '시장개방 가속화'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차별을 강화시켜왔다. WTO 체제를 이용하
여, 중심부 국가들은 통신, 정보기술 그리고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에
서 개도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장시켜온 반면, 농업 및 민감한 노동집약
적 부문-특히 개도국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산업부문
-에 대해서는 강력한 보호주의적 정책을 유지하여 개도국의 시장접근을 원
천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애틀과 도하에서 왜 제3세계 국가들이
'기존 협정의 검토와 재협상', '이행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 이러한 제3세계의 저항은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
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TRIPs 협정에서 약간의 정치적 양보를 얻어
낸 것을 제외하면, 개도국이 이번 도하에서 얻은 것은 거의 없다. 이는 제
국주의 국가들의 강압과 각개격파 전략, 그리고 WTO 체제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에 연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3세계 국가들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도하 각료회의에 참석한 개도국의
한 고위관리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단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
는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개도국들간 연대가 각각의 이해관계의 차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각개격파 전략 등에 의해 '깨지기 쉬운 동맹'임을 시사
한다. 그럼에도 이번 도하 각료회의의 TRIPs 협정 관련 투쟁에서 확인했듯
이, 개도국 정부와 사회운동세력간의 연대는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
었다. 제3세계 정부-사회운동세력간 동맹의 힘은 비록 그 실질적 결과가
미진하지만, 최소한 WTO의 권위에 대한 '정치적' 도전의 효과, 그리고 제3
세계 정부들간 동맹의 유지를 강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정
부-사회운동간 동맹이 가능한 또 다른 영역으로는 이번 도하 각료회의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제3세계 자연자원에 대한 합법적 수탈체계
로 악명 높은 TRIPs 협정 내 '생명특허 이슈', 그리고 향후 서비스 협정에
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시청각서비스' 분야 등이 예상된다. 전자(前者)의
경우 이미 1999년 시애틀에서 TRIPs 협정에서 '생명특허 제외'를 주장한
아프리카 정부그룹과의 연대 경험이 있고, 후자(後者) 역시 1998년 MAI 반
대투쟁의 과정에서 '문화적 예외'를 매개로 프랑스 정부를 협상테이블에서
철수시킨 경험이 있다. 이러한 투쟁의 경험을 발전시켜, 국제사회운동진영
은 제3세계 정부(혹은 특정 정부)와 어떤 이슈를 매개로, 어떤 공동의 목표
를 공유하면서 싸워나갈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동맹의 성과를 어떻게 반
WTO투쟁의 강화로 수렴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개도국 정부들은 많은 경우, 국내 지배계급이며 신뢰를 가질만
한 진보적 동맹세력이라 할 수 없고", "특히 유럽연합과 같은 몇몇 부유한
국가들은 노동권과 환경 보호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들은 노동자
와 환경에 매우 치명적인 투자나 기타 정책에 관한 규범 또한 지지하고 있
다"는 점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제3세계 정부와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가능성일 뿐이며, 본질적으로 국제민중연대 운동의 심화·확장의
과정에서 전술적으로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3) 이런 측면에서, 반WTO동맹 형성에 있어서, 관건적인 문제는 남반구·
북반구 사회운동세력간 진정한 연대 전선의 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
적으로 '무역과 노동', '무역과 환경' 연계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조항' 논
쟁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도하개발의제라는 이름으로 뉴라운드가 출범되
었고, 협상 의제로 환경이슈가 포함되면서 사회적 조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시애틀과 그 이후, 반WTO투쟁에서
남북사회운동간에는 'WTO 의제 확대 반대, 뉴라운드 출범 반대'를 중심으
로 합의점을 형성해왔으나, 도하개발의제가 출범되면서 이제는 그 합의점
이 재조정되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WTO 개혁이냐,
해체냐'라는 쟁점이 다시 형성될 것이지만, 이 논쟁이 악무한적 논쟁으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천적인 차원에서 극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는 MAI 반대 투쟁과 TRIPs 협정 반대 투쟁의 합리적 핵심이 계승되어야
한다. 즉, MAI 투쟁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화적 예외', 이번 TRIPs 협정
투쟁에서 제기된 '의약품특허 제외', 그리고 시애틀 이후 국제농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WTO 체제에서 '농업협정 제외' 등의 논리를 반
WTO투쟁의 일반적 저항논리로 확장시켜야 한다. 즉, 장기적으로 WTO 체
제의 점진적 해체를 목표로 하되, 현실적으로 그것의 권위·권한을 약화시
키는 방향으로의 투쟁전략을 의미한다. 그것의 핵심은 최소한 인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영역(농업, 공공서비스, 문화, 에너지 서비스, 생명특허,
의약품 특허 등)은 우선적으로 자유무역의 원리와 WTO 체제로부터 제외
되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운동진영간의 동의가 필수적
이다. 남북사회운동진영 모두가 국제주의적 시각을 굳게 견지하고, WTO
체제에 맞선 투쟁 전선을 다시금 재정비할 때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