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남반구네트워크(ISGN) [여성과 세계화에 관한 아시아 워크샵]를 다녀와서
정주연, 최전승민(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세계화반대 제3세계 여성팀)
지난 11월 22-24일에 필리핀 퀘존시에서 국제남반구네트워크(ISGN, International
South Group Network)가 주최한 "여성과 세계화"에 관한 워크샵이 열렸다. 국
제연대정책정보센터 세계화반대 제3세계 여성팀의 일원인 우리 두 사람은 이번
워크샵에 참가하여 제3세계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의 과제를 안고 직접 이 여성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연대하기 위해
서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세계 민중의 삶을 빈곤과 고통속으로 쳐박고 있는 현실,
그 현실에서도 전세계 다수의 여성들을 빈곤으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맞서는 전세계 민중들의 반세계화 투쟁에서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백화점 구
색 맞추기처럼 끼워져 논의되고, 투쟁의 주변부에 위치지워는 것도 중요한 문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국제연대정책정보
센터에서는 반세계화 투쟁에서 '여성적 사고'를 접목해야함을 절실히 느끼며 지
난 겨울 '세계화반대 제3세계 여성팀'을 꾸려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제3세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여성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혹은
이 시각에서 분석된 각 나라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정보로서 활류시키는 것, 제3
세계 여성들의 투쟁을 공유하고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것,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
고 있으며, 또한 이 여성들, 그 중에서도 반세계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제3세
계 여성활동가들과의 네트워크을 통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러한 우리와
일치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그룹이 필리핀에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한 아시아지
역 여성활동가를 통해 전해듣게 되었고, 이들과 연결이 되면서 이번 "여성과 세
계화에 관한 아시아 워크샵"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워크샵은 국제남반구네트워크(International South Group Network, 이하
ISGN)가 주최한 것이었다. ISGN은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신세계
질서에서 NGO의 역할에 관한 국제 워크샵'의 직접적 결과로 결성된 그룹이다.
현재 사회운동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 및 지식인 개인들의 네트워크로서 남반구
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연구 수행, 현장 투쟁 지원, 사회운동 간의 연대를
꾀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민중 중심의 발전과 대안을 추구하고 있는 국
제 조직이다. 현재는 짐바브웨, 필리핀, 부르키나파소, 니카라과와 남아프리카공
화국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회장은 짐바브웨 주재 야시 탄돈(Yash
Tandon)이다. 이번 워크샵은 특히 필리핀 측의 ISGN 활동가 풀을 형성하고 있
는 '민중 발전을 위한 자원센터(Resource Center for People's Development,
RCPD)'를 중심으로 기획단을 구성해 조직·운영했다.
이번의 '여성과 세계화에 관한 아시아 워크샵'은 초기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여
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내고, 아시아 및 남반구 국가 여성단체 및 활동가
들을 네트워크로 조직화해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워크샵을 기획한 ISGN의
문제의식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보다 급진적으로 해석해내고,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비판해내지 못하는, 그래서 국제회의에서의 로비 활동에 집중하는
주류 국제여성운동과의 차별적 조직화 및 네크워크 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
다. 이번은 ISGN의 여성에 대한 첫 프로그램으로,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및 남
반구에서 여성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풀뿌리에 기
반한 여성운동의 연대를 꾀하고자 한 것이었다.
워크샵에서 진행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초반에는 '세계화가 여성에게 미
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특히 아시아 경제위기와 젠더 문제가 기조형성을 위해
진행되었다. 이 세션에서는 WTO 등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들 내
에서 여성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음에 대해 비판이 있었고, 그럼에도
여성들이 그 체제 내부로 들어가 개혁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며 4차
WTO 도하 각료회의는 민중들의 입장에서 실패였으며 앞으로 있을 5차 각료회
의에 대항한 여성들의 투쟁을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시애틀 이후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반세계화운동에 여성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시아와 젠더에 관한 내용에서는 한국 여성들의 현실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한
"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화와 한국 여성노동자들"(http://picis.jinbo.net 자료실
에 한글본과 영문본이 올라있다-필자주)이라는 제목의 우리쪽 발제가 있었다. 인
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한국의 상황을 발제 한 이후, 오후 세션에서 대만과 홍
콩, 태국의 '수출 산업에서의 여성노동자와 해외 이주노동'에 관한 발표에서 발
제자들이 자신들의 사례를 말하는데 꼭 따라붙는 수식어로 "아까 한국 발제에서
말했듯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특히 홍콩과 대만의 경
우, 노동 유연화 정책 및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가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진행되
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경제 세계화가 가져
온 무역자유화와 사유화가 여성에게 끼친 영향이 네팔, 인도, 니카라과, 우간다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각 지역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 세계화의 영향을 여성의 관점에서 보고
자 했던 것이 프로그램의 한 축이었다면,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번 워크샵은
INGS이 아시아 및 남반구에서 여성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풀뿌리에 기반한 여성운동의 연대를 꾀하고자 한다는 취지 하에 네트
워크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ISGN은 내년도 RIO+10 회의에 개입할 것
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워크샵은 협의를 얻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어진 것이
었다. ISGN의 애초 계획은 아프리카에서의 직접투자의 영향, 무역자유화, 무토지
의 문제, 사유화의 문제 등을 내년도 RIO+10을 대비해서 조사할 예정이었나, 이
러한 조사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까지 확대해서 이 지역의 여성들의 세계화로
인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까지 조사를 확대하기로 방향이 넓혀져서 이번 워크
샵이 준비된 것이었다. 워크샵 참여자 중에서는 세계화 반대투쟁의 장외 방식을
주장을 강조하며 이것이 장외를 겨냥한 것인지 장내를 겨냥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장외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술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에 참가자들이 이번 워크샵 기간동
안 논의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성명서를 내는 것으로 앞으로의 연대의지를 다지
는 수준에서 정리되었고, 향후 과제로만 남기며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이번 회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의 새로운 축적 양식으로 인한 계급 갈등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위치와 조
건에 있는 여성들의 삶들 분석해내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국가별 사례
를 듣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그 결과 신자유주의가 각 국가별 가부장적 구조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서 여성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 진행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같은 결여는 주최측 또
는 각 발제자들이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
지만, 대안적 운동을 형성하고자 세계화의 문제를 여성적 사고로 본다는 것이 국
제적 차원에서 어느 수준에 와 있는 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반세계화 운동이
거세지면서 여성들의 참여 및 여성들의 세계화에 대한 불만이 극적으로 상승하
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처한 현실은 몇 개의 한정된 사례만을 가지고 논의
될 뿐 전반적으로 여성, 특히 제3세계 여성의 삶을 어떠한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지에 대한 실증적 자료나 여성주의적 분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회
의의 과정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여성들의 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것이 여성의 공적·사적 삶을 전면적으로 침탈하는 세계화
를 여성들 자신의 삶을 토대로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한
'제3세계 여성'라는 하나의 틀안에서 그들이 앉고 있는 문제의 다양한 양태에 대
한 이해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문제인식의 차이도 연대를 다져가기 위해 서로
의 이해할 필요한 중요한 지점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 봤던 필리핀의 느낌도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필리핀에서 가
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아보라고 하면 매연의 거리, 대형마트로 가득 찬 도시,
다국적기업들이 포진해있는 자유무역지대, 거리에서 생계를 꾸리는 어린이들이
다. 어쩌면 필리핀은 세계화시대 제3세계 국가가 처한 현실을 응축해서 보여주었
다. 선진국들이 폐차 직전의 차를 이 나라에 시혜로 던져준 덕분(!)에 매연으로
가득 찬 이 도시는 숨을 쉬고 다닌다는 것이 힘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낮이 지나
고 밤이 되어 차량 통행이 줄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기가 맑아지고, 별빛이 반
짝였다. 그러므로 이 나라 오염의 주범은 선진국이 넘긴 폐기 처분할 차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차를 넘긴 선진국들이었다. 웃지 못할 일화로 우리 일행이 마
닐라의 라스퍄나스에서 퀘존시까지 가는데 탔던 버스에는 온통 일본어로 된 안
내판이 쓰여있었다. 영문을 몰랐다면 일본관광객을 위한 친철에서 기인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첫날 우리가 숙소로 묵었던 곳은 한국의 60년대 거
리와 같은 곳이었다. 거리는 매연과 길에 내다버린 각종 오물과 자동차의 경적으
로 뒤섞여 정신을 빼놓는 가운데 공중전화를 찾아 헤메던 우리는 그 거리에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아니 그 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형마트(아마
한국에서도 이렇게 큰 규모는 그리 흔치 않다)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들어선 마트에서는 필리핀산 제품은 찾아 볼 수가 없고, 거의가 제1세계 국
가의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들의 식생활까지 잠식한 자본의 위력에 주눅이
들게 하는 광경이었다. 철저한 경비속의 어마어마한 저택 단지를 지나면 바로 그
옆에는 폐허같은 빈민가, 겉에서 보면 널찍하고 야자수의 늘어진 잎새처럼 한가
로와 보이는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의 드높이 솟은 다국적기업의 간판들
을, 그런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보는 씁쓸함과 마음 한 켠이 저며왔다. 그곳에 있
는 동안 필리핀 단체 사람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필리핀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의 노동자 착취에 대해 말하며
이 사실을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돌아오며, 그리고 돌아온 내내 우리의 위치가
무얼까 고민하게했다. 과연 우리가 제3세계라는 바운드리안에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맞을까? 아직도 많이 혼란스럽지만, 적어도 한국의 여성현실이 이것과 맞닿
아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아시아 여성들 다수가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
야 하고, 저임금의 착취구조에 위치해있다. 한국의 여성들 중 200-300만이 성매매
로 생활을 꾸리고 있다.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여성들의 '노동권'은 묵살되고 있
다. 주어진 일자리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취업여성의 70%)이
다. 다시 한번 이번 워크샵과 필리핀 방문을 통해, 세계화에 맞서는 여성들의 투
쟁에서 이 여성들이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