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호/초점]ISGN 워크샵 참가자 성명서

ISGN 워크샵 참가자 성명서

ISGN '여성과 세계화에 관한 아시아 워크샵' 참가자인 우리는 노동조합·여성노동자 단체·여성이주노동자 단체·농촌 여성 협의회와 여러 여성 풀뿌리 조직과 공동체들의 대표로서 여성, 젠더와 사회 발전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는 아시아, 호주, 니카라과, 우간다와 짐바브웨의 여러 비정부기구 및 네트워크들과 함께 다음을 주장한다.

1. '세계화' 또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세계 경제의 필연이라 하는 통합과 개발은 남반구 민중들, 특히 여성의 조건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제 자본은 오히려 사회에서 이차적 지위에 놓인 여성의 착취를 더욱 강화하였고 여성에 대한 억압을 악화시켰다. 여성은 여성이기에 억압을 받는데, 여성 억압은 계급과 젠더적 억압, 인종차별주의와 식민지 억압 속에서 형성되어 유지되고 자라나는 구조적 불평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 금융과 무역의 자유화, 사유화, 탈규제화와 수출에의 집중으로 야기된 남반구 경제 세계화의 "밑바닥을 향한 질주"는 임금고용에서 여성노동의 증가를 가져오긴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지 못했다. 자본의 국제적 이동(즉, 유연한 노동과 저임금 체계를 가진 개발도상국으로의 노동집약적 생산 과정을 이전하는 것)은 여성을 저임금 노동으로 격하시켰다. 고용과 사회보장이 거부된 여성은 매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도록 강제되고 있으며, 비공식부문으로 분리·집중되고 있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이주하는 여성은 성폭력과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조직화할 기본권을 거부당하고 있다. 또한 가계 내 보살핌이라는 성역할을 착취하는 형태의 고용(여성성 내지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이용하는 서비스 직종 등을 지칭함-옮긴이)에 집중되고 있다.

3. 현재 세계적 경제 불황은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악랄함과 악효과에 있어 여성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지구적 경제 불황은 남반구의 저개발 경제들 속에서 여성에게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수출 감소와 해외 이주 노동시장의 축소는 많은 여성의 일자리를 앗아가 여성을 여성과 아동 매매춘, 성거래와 인신매매를 포함한 비공식경제 노동력으로 몰아넣었다. 고용 기회를 거부당한 여성은 아동노동자들과 나란히 고통받고 있다. 저임금 노동의 거대한 '산업예비군'에 여성과 아동이 가세하게 되자, 자본은 모든 임금을 압박하고 노동 및 사회 기준들을 후퇴시키면서, 보다 착취적인 노동 유연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4. WTO 무역 체제는 소규모 농촌 경제로 하여금 선진국의 초국적 거대기업과 불공평한 경쟁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소농들에 대한 보조금을 금지함으로써, WTO는 남반구 농업의 지속적 저개발 상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저개발된 가난한 나라들의 농업 경제를 지구적 자본주의의 틀거리 안으로 통합시켜버림으로써, 생계형 농업을 현금 작물 생산으로 대체했으며,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에의 의존을 야기했다. 이런 과정은 수백 명의 농민들을 농촌으로부터 떠나게 만들었고, 그들의 전통적 생계수단을 파괴했으며, 지주와 자본주의적 독점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토지 및 천연 자원에 대한 소농들의 접근권을 더욱 악화시켰다. 토지와 생계수단을 잃은 농촌 여성은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이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실업자로 도시 빈민가에 살아가야 한다. 또한 이들 중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은 여성들은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5. 국가의 탈규제화, 그리고 의료나 교육 서비스 등 핵심 공공 및 사회 서비스의 사유화라는 세계화의 신자유주의적 교리는 사회 서비스와 자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다. 아이와 노인을 양육하고 돌봐야 하는 책임은 이제 고스란히 가계, 즉 여성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생산 노동과 무임금 가사노동이라는 여성의 이중부담을 증가시키며 또한 여성들이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하는 데에 장벽이 되고 있다.

6. IMF과 세계은행은 엄청난 권력을 스스로 부여했으며, 초국적 자본의 욕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남반구 경제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부채를 이용하고 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고 지금은 빈곤감축전략계획(Poverty Reduction Strategy Papers)을 통해 IMF와 세계은행은 남반구 국가들의 진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과잉 부채 현상을 유지시키고 있다.

7. 성평등을 촉진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국제 회의와 국가 법개정 운동은, 여성을 위한 로비와 지원 활동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상당 부분 불충분하다. 여성인권과 행복추구를 보호 촉진하는 국가 법률이 그나마 존재하는 곳에서도 국가가 법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주창자들(즉, IMF과 세계은행, OECD, 그리고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은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해 성평등의 수사학을 도입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들의 진정한 투쟁을 무마하기 위해 이 신자유주의 후원인들은 소액 금융서비스나 소기업 지원 프로젝트 등의 개발 및 사회안전망 전략을 통해 소위 "여성의 주류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완화책들은 여성 억압의 뿌리를 결정적으로 대면하지 못하게 한다.

8. 경제 세계화는, 모든 지역에서 일방적인 공격 전쟁을 펼치면서 전략적 군주둔을 유지 시킬 만한 힘을 유일하게 가진 미국(그리고 동맹국들)의 전지구적 정치·군사망의 협력 또는 지원 하에서 진행된다. 그들의 군사력은 국내 군대의 잔인함과 결합해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성적 노예화와 매매춘으로 여성을 몰아넣고 있다. 전쟁의 폭압, 경제적 강제이주와 억압적 정권으로부터 도망치는 여성과 아동은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망명 또는 난민신청이 거부되고 있다.

9. 민중의 삶에 대한 세계화의 집중적 공격은 반세계화 운동을 부흥시켰으며, 점점 더 많은 여성과 여성 조직들이 제국주의적 세계화 반대 투쟁 내에서 여성의 투쟁을 고유한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구적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봉건적 그리고 가부장적 체계와 구조를 흡수하고 촉진시킨다는 점은 대중적 여성운동의 긴요함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이 운동은 노동운동, 민족해방운동 및 억압된 민중들의 기타 민주적 운동과의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 속에서 반세계화 운동들에 대한 제국주의 권력의 이데올로기적 공격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자 여성을 교육하고 조직화하는 것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 그리고 착취와 억압을 당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의 연대 속에서 제국주의적 세계화를 종결짓는 데에 우리의 힘을 쏟을 것을 결의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1) 세계무역기구, 국제금융기구, 세계은행과 지구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남반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기타 기제들의 역할을 축소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한다는 견지 속에서, "지구적 통제(global governance)", 금융 및 무역 구조를 전환할 것.

2)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군사적 확장을 은폐하기 위해 자행하고 있는 "대테러 전쟁"을 종결할 것. 이 '대테러전쟁'은 민주적 시민권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남반구 정부들이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교리를 받아드리도록 강제하는 데 또한 악용되고 있다. 이는 특히 새로운 협상 라운드에 개도국들이 동의하도록 미국이 개도국을 압박하고 공갈한 최근 WTO 도하 각료회의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3) 제3세계 외채의 완전한 탕감과, 구조조정 프로그램 및 이와 동일한 IMF-세계은행의 빈곤감축전략 프로그램을 폐지할 것.

4) 노동자, 소농, 여성 및 기타 억압된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고 반대할 권리에 대한 보장과, 반세계화 운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탄압을 종결할 것.

5) 특히 망명 또는 난민신청을 원하는 경제적 강제이주, 정치 탄압 및 군사 공격의 피해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를 근절할 것.

6)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과, 여성의 성적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포함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여성의 모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2001년 11월 24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남반구네트워크(ISGN) '여성과 세계화에 관한 아시아 워크샵'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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