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권리를 초국적 자본에 팔아 넘기는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반대한다!
12월 18일, 한·일투자협정 제9차 본회의가 일본에서 개최되어 지난 3년 간
한국과 일본 양 민중운동 진영의 비판과 반발을 받아오던 한·일투자협정의 문
안 합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초국적 자본에게는 무한자유를 줌으로써 국가경
제를 항시적 위기에 몰아 넣고 민중의 삶이 파탄난다는 진실이 폭로되면서 1998
년에 좌초된 다자간투자협정(MAI)의 망령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되살아나려는
것이다.
정부는 밀실협상을 중단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한·일투자협정이 제기된 1998년이래 한국 및 일본 민중운동진영은 투자협정
의 반민중성과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투쟁을 전개해왔다. 그
럼에도 정부는 일본과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나 수산업 분쟁만을 여론화하면
서 밀실에서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한·일투자협정을 협상해왔다.
이번 달, 한·일투자협정이 합의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에 질의서를 보내 사실 확인을 하려 했으나,
정부는 일본정부로부터 정보 공개에 대한 '컴프레인(complain)'을 받고 있다며
내용과 일정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
이 두려운 것인가? 진보 진영이 그 동안 제기해 온 바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사
실로 드러날 것이 두려운 것인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투자협정 졸속 체결
시도를 중단하고,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여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투자협정은 민중의 권리를 초국적 자본에 종속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이번에 체결될 한·일투자협정은, 반민중성이 폭로되어 결국 좌초된 MAI의 내
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초국적 자
본의 권리헌장'이라 불리는 MAI와 마찬가지로, 한·일투자협정에는 해외투자자
들을 내국민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내국민대우', 투자유치국이 해외투자자
에게 부여하는 대우 중 가장 나은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는 '최혜국대우',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산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
적 이행의무 부과금지', 분쟁 발생 시 투자자가 국내법을 거치지 않고 세계은행
등 국제 중재기관에 국가를 직접 제소할 수 있다는 '투자 관련 분쟁해결절차 강
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자유무엽협정(NAFTA)이 체결된 이
후, 멕시코나 캐나다가 환경권이나 노동권을 주장하며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 제
동을 걸려 하자, 자본가들은 국가를 고소해 수천억 달러의 보상금으로 얻어냈다
는 소식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최대의 쟁점이 되어왔던, 노사분
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진지조항'은 '노사협력' 정도로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말만 바꾼 것으로 해외투자자들을 위해 노동자를 탄압할 수
있다는 원칙은 고수되고 있다.
이렇듯, 한·일투자협정은 초국적 자본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기 위해, 국내
민중과 산업을 보호하던 각종 법과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노
동권, 환경권 등 민중생존권은 파괴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해외투자자 유치'라는 명목으로 초국적 자본에게 민중들의 기본적 권리를 팔아
넘기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되면, 현재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즉 구조조정, 국가 기간
산업 민영화, 금융시장 자유화, 무역 자유화 등이 보다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
다. 게다가, 완전 자유가 보장되는 '투자'의 범위가 모호해 투기성 단기투자 또
한 고삐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 1997년 경제위기의 악몽은 영원히 떠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위험성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 주위를 도사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98년도에 MAI가 실패로 돌아가고, 세계무역기구(WTO) 내부로부터 모순점이 점
차 드러나기 시작하자, 세계 각 정부들은 서둘러 지역 또는 쌍무간 자유무역협
정·투자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세계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두렵다며, 한·일투자협정을 계기로 미국, 칠레 및 기타 국가들
과의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을 조속히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쌍무
간 협정들의 행렬은 향후 동아시아 더 나아가 ASEAN+3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초
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1994년 NAFTA가 발효되는 날 무장투쟁을 선포했고, 미국
주도로 NAFTA가 미주자유무역협정(FTAA)로 확장되려 하자, 지난 4월 수십만 명
이 캐나다에서 'FTAA 반대!'를 외쳤다. 정부는 멕시코 원주민들, 북남미 시민
들, 그리고 MAI에 반대했던 전세계 수십만 명의 요구를 상기시켜야 한다. 만약
한국 정부가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일투자협정을 강행한다면, 한
국과 일본 민중들의 연대투쟁, 나아가 전세계적 반대투쟁에 봉착하게 될 것이
다.
2001. 12. 18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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