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발전과 무관하게 출발한 철도민영화
정부가 이번에 제출할 법안은 「철도산업발전및구조개혁에관한법률(안)」과 「한국철도건설공단법(안)」 두 가지 법률(안)이다. 법률명칭에서 말하듯이 이 법이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률인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현 정부의 출범 당시 정권인수위원회의 기본방침은 민영화가 아닌 공사화였다. 그러
던 것이 정부행정진단을 통해 5개월 만인 99년 3월 철도민영화방침으로 선회하게 되고 삼일회계법인으로 향후 철도민영화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였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정부의 기본안이 마련되었다.우리는 먼저 기업회계분석 등을 주요업무로 하는 삼일회계법인이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인 철도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 전문기관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용역결과도 실제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과 철도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정부의 입장을 민간용역이라는 외피를 쓴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용역결과발표회는 전투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철도노동자들의 방청을 철저히 통제한 채 진행되었다.
당시 공기업민영화를 정권의 핵심과제로 삼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던 기획예산처는 자신들의 문건에서 철도민영화를「교통정책적 관점」보다는「정부개혁적 관점」에서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삼았던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철도산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철도민영화의 기본방침이 정해지자 정부는 철도산업에 대해 의도된 오진를 시작으로 최악의 처방인 민영화방침을 역순으로 기획해 내었던 것이다.
의도된 오진 철도적자논리의 허구성
정부는 철도민영화의 첫째 이유로 적자라는 칼날을 드리댄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부실기업"인 철도를 민영화시킴으로서 국민부담을 줄인다는 이른바 철도적자논리이다.
실제 철도청은 현재 1조5천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 하지만 철도가 총자산 21조원에 부채3조원의 부채비율 17.4%라는 건실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정부의 기준으로 하면 철도는 초우량기업이며 (정부는 부채비율 200%미만을 우량기업이라 한다) 철도요금은 원가대비 60%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철도적자의 핵심은 정부의 PSO(공공서비스운영보상금, 철도의 공공적 성격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운행되는 적자선과 노약자들에 대한 운임할인, 군수물자수송등 특수목적으로 인한 적자액을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이며 96년 국유철도운영에 관한특례법으로 명시화) 미지급과 원가대비 60%의 요금체계에 기인한다. 실제 95년부터 미지급된 PSO보상금은 총 10,642억원으로 동일기간 철도 총손실액 9,553억원보다 1,089억원을 상회하는 액수이다.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정부의 물가정책에 의해 요금인상억제로 인해 발생한 적자가 동기간 발생적자액의 68.1% 인 4,037억원에 이른다. 98년 IMF 이후 철도요금은 동결된 채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자신들의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한국철도는 저렴한 요금체계에서도 흑자운영이 가능했다는 결론이다. 최근 정부는 철도적자가 8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나 이는 경부고속철도건설과 차량구입부채 6조9천억을 합산하여 발표한 결과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한 경부고속철도건설관련 부채까지 철도의 부채로 합산하여 적자액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처방 철도민영화
정부의 의도된 오진은 최악의 처방으로 치닫는다.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강변하
는 정부의 발표가 있는 같은 시각 그들의 모범답안인 영국민영철도는 5년만에 파산선고를 맞았다. 그야말로 몰락해 가는 신자유주의의 끝자락을 잡고있는 모습이다.우리와 같은 환란위기 속에 철도민영화를 강요받았던 아르헨티나철도는 한때 남미의 최대 철도국가였으나 민영화 직후 초국적운수자본인 위스콘신사에 매각되었고 자본의 이해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의 무려 70%가 폐지되고 운행중단사태를 맞았다. 돈 되는 몇몇 선로만 남긴 채 철도산업은 철저히 유린되었다. 뉴질랜드 역시 유사하다. 그들도 뒤늦게 철도 재국유화를 논의하고 있다.
일부언론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하는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 철도민영화는 87년 나카소네 정권 당시 국철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었지만 민영화추진의 핵심에는 당시 일본 전투적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던 국노를 와해하고 조직을 7개회사로 분할함으로써 전후 노동운동의 재편과 우익화라는 정치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민영화라는 길을 걸었던 각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철도산업의 발전이라는 고유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분할되고 해외자본에 매각되고 하는 길을 걸었던 것이다. 결과는 철도산업의 낙후와 공공성의 후퇴로 이어진다.
21세기 공공철도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
철도사업을 비롯한 국가기간산업은 언제나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 화두를 안고 있는 산업이다. 수익적 모델을 우선시하는 민영화 방안인가? 아니면 공공성을 강화하는 공공철도의 길인가? 우리의 대안은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와 전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한국철도는 향후 고속철도 건설과 남북철도연결이라는 중요한 전환기에 와 있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정책적 측면이나 학술연구적 측면 모든 부문에서 철도는 도로에 뒷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1세기 환경친화적이고 저에너지소비성, 안전성등 철도가 가지는 사회적 공익성을 생각할 때 이제는 철도에 대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반도의 철도는 남북화해와 평화의 상징이자 유럽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될 것이다. 이를 재벌이나 초국적 운수자본에게 맡길 수는 결단코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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