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사회
1990년 UN이 정기총회에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하 이주협약)'이 의결된 이래 10년이 흘렀지만,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 한국 정부는 UN이 정한 7대 인권 협약의 하나인 이주협약을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연수생 제도를 통해서 이들을 범법자 취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항상 출입국 관리소의 강제 단속 및 추방 정책에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 해 중순 6월부터 더 강력하게 시행되어온 이주노동자 단속 및 추방 정책은 이들의 삶을 더욱 애타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평등노조 이주지부 서선영 교육국장은 “올해 이주노동자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고 볼 수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 70%가 현재 불법 체류자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정책이다. 특히 취업연수생 제도를 확대 개편하려는 모습까지도 보인다. 하지만 이는 합법이라는 틀 아래에서 실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더욱 강하게 착취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반노동적 정책을 비판했다.이런 힘든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올해 설립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더더욱 하나의 성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01년 5월 26일 설립된 이주지부는 기간 고통스러웠던 이주노동자들의 피폐된 삶을 노동운동진영에 더욱 폭넓게 알려내었으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의 노동자로서 싸워나갈 수 있는 운동을 만들어 나갔다.
영하 8도의 칼날 같은 추위 속의 국제 이주노동자의 날
12월 18일 세계 노동자의 날을 기념,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이하 이주지부)는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및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중 투쟁기간으로 선정 결의대회, 문화제, 워크샵 및 규탄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 마지막 날인 12월 18일 서울, 의정부, 인천, 부산 등 4개 지역 출입국 관리소 앞에서는 현재 정부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적인 단속 및 강제 추방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미등록 노동자의 문제, 취업 연수생 문제를 비롯해서 비인간적 단속 및 강제 출국 정책에 대해서 알려내는 대시민 선전전도 같이 진행하였다. 이날 집회는 영하 8도의 강추위에서도 수원대/동덕여대/성신여대/연세대/이화여대 등 200여명의 학생들의 참여한 가운데 각 지역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되었다. 출입국 관리소 앞 집회 이후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는 투쟁 대오와 전경들과 광화문 및 사직터널에서 30분 이상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항의 엽서 및 서한은 업무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접수가 되지 못했다. 항의 서한이 전달되지 못한 채 오후 5시부터 서울 상공회의소 앞에서 200여명의 학생들 및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리집회가 진행되었다.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발언에서 “오늘 목동 관리소 앞에는 1002 특수기동대가 와서 우리들의 규탄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해를 할 수 없으며, 결국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한 광화문 지하철 역, 사직터널 앞에서의 경찰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청와대로 향하는 항의 서한 전달 대오를 의도적으로 방해하였다” 라며 비판했다. 또한 항의 서한을 무시하는 정부의 탄압에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연세대 이창호 학우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연수제를 현대판 노예제도이며 국가 통제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목을 옥죄는 족쇄라고 비판하면서,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성신여대 신지선 (18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정리 발언에서,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규탄 집회에 이주노동자분이 1명도 나올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출입국 관리소의 이주노동자 탄압 정책의 행태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끝까지 연대 투쟁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 조직되고 우리 스스로 싸운다.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정리발언을 통해서 3일동안 집중 투쟁기간의 투쟁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올해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강고했다. 올 한해 악랄한 단속추방을 대중들에게 알려내고 총화시키기 위해서 싸운 한해였다. 2001년 5월 평등노조 이주지부 발족. 이주노동자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고, 자신의 노동권을 위해서도 투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 강화 및 투쟁이 필요하다. 어제 이주노동자 노조 조직화를 통한 워크샵을 통해서 소중한 논의가 많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서, 조직 강화를 방안들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이젠 우리 스스로 조직되고 우리 스스로 싸울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또한 전체 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들 적극적으로 안아야 한다.”
오늘도 목동 출입국 관리소 앞에서는 1002 특수기동대가 여전히 진을 치고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정우혁기자/patcha@patcha.jinbo.net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등 각계 노동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속추방, 연수제확장, 불법체류자 양산 등 이주노동자 권리침해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출처: 노동일보 이화정기자)
| *** 항의서한 전문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30만 이주노동자의 요구 우리는 이주노동자입니다. 한국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외국인노동자’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며 노동하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대신하여 당신에게 이 글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이러한 편지를 보낸들 당신이 직접 읽을지 또는 당신이 설령 읽는다해도 우리가 원하는 요구가 조금이라도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일하는 이 땅의 대통령이며 노벨 평화상을 수여 받은 당신이기에 우리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우리의 이 편지는 당신을 향한 기대로 선처를 호소하는 구걸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우리의 절망과 분노를 그리고 요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우리의 표현 방법입니다. 한국에는 26만명의 이주노동자가 당신 나라가 허락하지 않은 신분으로 일하고 있으며, 또 1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로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 대우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당신이 직접 목격하길 기대합니다. 다른 유입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산업이 우리를 불렀고 우리는 3D업종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결과적으로 당신 나라의 성장에 기여하여 왔습니다. 당신 나라 한국이 우리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36만명이나 되는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도 한국에서 정당한 법적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 못합니다. 출입국관리법상 불법체류자라서, 출입국관리법상 합법적 신분이지만 연수생이라서 우리는 노동자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봉착하는 반인간적 대우, 인종차별, 강제 노동 등의 어려움은 이미 당신과 한국의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들 수난의 원인은 한국 정부가 편법과 불법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노동력을 음성적 시장에 내맡겼기 때문입니다. 값싸고 복종 잘하는 노동자를 만들기 위하여 연수제도를 도입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합법적인 노동비자 제도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은 비싼 송출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불법체류자가 될 작정을 하고 한국 땅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그러한 불안한 신분을 즐기기 위해서 불법체류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계적 경제의 위기 상황 속에서 실업과 가난에 의해 본국으로부터 내몰린 우리가, 다시 불법체류자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에 대하여 당신과 한국 사회는 너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정책과 언론은 26만명이나 되는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 모두를 범죄자 취급하며 심지어 인종적 편견으로 우리를 사회 불안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누가 우리를 불법으로 만들었습니까? 당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한국은 ‘인권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신 나라는 우리를 ‘인간’으로조차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를 쉽고 싸게 쓰다가 내다버릴 수 있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기에 우리가 이 땅에 살며 노동하고 있다는 현실은 쳐다보지도 않고 ‘연수제도’를 확장하겠다느니,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합법적 노동자의 수를 늘리겠다느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버젓이 12시간 노동이 씌어져 있는데도 번듯한 통역도 없이 강요된 싸인을 할 수 밖에 없고 툭하면 강제출국시키겠다는 위협에 모든 것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연수생들의 노예생활은 안중에 없고, 연수제도 연장을 통해 돈을 벌 기회를 연장시켜주면 이탈률이 적어질 것이라는 사용자 집단의 얄팍한 계산에 의해 또다시 연수생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이 유린되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땅에서 기술도 익히고 문화에도 적응하며 이미 거주자로서 정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체류자 수를 줄인다면서 단속과 추방을 강행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뿐더러 외국인혐오증에 기인한 인종차별적 폭력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살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간접세가 붙은 옷과 먹을 것을 사고 핸드폰도 이용하며 본국에 송금을 위해 은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정부가 지난 1960년대에 이미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며 이주민동화정책을 채택한 것을 교훈으로 새기시길 바랍니다. 이젠 당신이 직접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시길 바랍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탄압은 임금을 체불하거나 산재보상을 기피하는 사장들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으로부터 출발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단속과 추방은 당신 정부 정책의 실패의 책임을 우리 이주노동자 개개인에게 돌리려는 비도덕적인 행태입니다. 정부에 의한 구조적인 인권탄압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분명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젠, 우리의 실체를 인정하십시오. 강력한 단속과 추방은 이미 경험하였듯이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불명예만 낳을 뿐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와 실체를 인정하는 총체적인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은 한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차별과 이로인한 인권침해는 더욱 확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 즉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에 대하여 적극적인 합법화 조치를 취하고 연수생, 회화지도 노동자를 비롯하여 한국 땅의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노동권을 인정하여 한국 노동자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도록 하여야 합니다. 특히, 12월 18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입니다. 1990년 UN 총회에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입니다. 이 협약은 ‘인권선언’과 더불어 UN이 정한 핵심 7대 인권협약 중 하나로서 이 협약이 발효되고 비준국이 많아지면 1억 8천명이상 존재하는 전세계 이주노동자는 물론 그 가족의 인권 신장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총 19개국이 비준을 하여 발효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받는 유입국이자, 동시에 수백만의 한국인이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 나가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로서 또는 유색인종으로서 많은 차별과 탄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주민 협약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5월 개최된 UN 시민,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협약 위원회 회의에서도 한국 정부가 서둘러 비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UN이 정한 7대 핵심 인권협약 중 유일하게 한국이 가입하지 않은 이 법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인권대통령으로 세계에 알려진 당신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이 기회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었길 바랍니다. 불교인권위원회/민주노총 서울경인지역평등노동조합 이주노동자지부/이주여성인권연대(구미 가톨릭근로자 센타,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안양 전진상복지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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