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반대, 이제는 공동투쟁으로
달러 확보를 위한 민영화
한국에서 민영화 역사는 6-70년대 조선공사, 해운공사, 대한항공 등 운수산업의 민영화로부터 시작한다. 5-6공시기에 경제 이데올로기 및 정책으로서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민영화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으로 자리잡는다. 3저 호황 끝물에 전 국민에게 한전 포철 등의 주식의 일부를 국민주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야단법석을 떨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김영삼정부 하에서도 '주인있는 경영'을 모토로 민영화를 추진하였는데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애초의 계획을 거의 달성하지 못한다. 민영화가 급진전된 것은 다 알다시피 아이엠에프 통제체제 아래에서다. 정부는 포철, 한전, 한국통신 등은 물론이고, 담배인상공사, 가스공사 등 거대 공기업 전체에 대해 매각계획을 세운다. 아이엠에프 시기 공기업민영화에 동원되는 논리는 이전 시기 민영화의 논리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공기업의 비효율성', '주인있는 경영' 등의 논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달러확보를 위한 민영화'라는 논리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포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일부 지분의 경우 해외 DR 발행을 통해서 외국인에게만 매입자격이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세계은행의 자문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도 아이엠에프 초기 민영화 계획이 그대로 착착 실행에 옮겨지고 있진 못하고 있지만 대체로 정부의 계획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그런데 달러확보라는 논리가 무색하게 1,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중 이제껏 공기업 해외매각을 통해 획득한 달러는 80억불정도에 불과하다. 민영화계획은 기존의 공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철도가 운영부문이 민영화될 예정이고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유화가 된 은행, 투신사, 보험사 등도 아이엠에프와의 약속사항 이행 차원에서 민영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민영화는 어떤 문제를 낳았고 또 낳을 것인가?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는 단순히 달러를 확보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가 낳는 폐해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고 종국에서는 한국 경제를 벼랑끝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민영화의 문제점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관폐쇄, 외주, 부서 통폐합,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었다. 해고를 당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임금삭감, '능력주의 인사제도' 도입 등을 통한 근로조건 저하 및 노동강도 강화가 진행되었고 노조무력화 등의 시도가 있었다.
둘째, 저렴한 요금, 보편적 서비스 등 공기업이 가진 최소한의 공공성이 포기되면서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들은 요금인상, 서비스 질 저하 등의 피해를 당했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114요금이 무료였다가 유상으로 되었고, 공중전화가 없어지고 있으며, 산간오지의 철도노선이 폐지될 것이다.
셋째, 공기업의 주식이 투기적인 해외자본의 수중에 들어가거나 민간 대자본에 팔리면서 결국 내외의 거대자본이 공기업을 장악해 가고 있다. 공기업 고유의 관료주의적 폐해, 정경유착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거대 민간기업에서 행태만 약간 다르게 재생산될 것이다(일부에서 재벌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했던 벤처기업의 최근의 정경유착의 사례를 보거나, 기업의 투명성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미국의 거대회사 엔론사의 파산과정을 보면 아무리 지배구조개선을 해서 증권시장의 통제를 받는 장치를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인다.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은 노동자의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착취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환경파괴, 소비자 속이기를 밥먹듯이 하는 '범죄집단'에 불과하다.)
넷째,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는 국민경제의 근간이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그대로 노출시켜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민영화에 대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대응의 문제점
아이엠에프 초기에 노동자 민중진영의 민영화에 대한 대응논리는 정경유착, 관료주의, 독점의 폐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기업이 재벌에게 가지 않고 국민주방식으로 민간에게 민영화된다면, 민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견해가 다수의 견해가 아니었는가 싶다. 이 논리는 98년 정부의 종합적인 민영화계획이 발표될 즈음에 노동진영이 통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정한 악역을 담당하였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민영화가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자에 대한 공격, 최소한의 공공성 폐기 등의 부정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자 그 힘을 잃게 되었고, 정부가 매각공기업 인수주체를 주로 해외자본 또는 거대자본에게만 한정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대응논리는 대체적으로 민영화 반대로 모아졌다. 그러나 98년 초기투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민영화 반대투쟁은 고립분산적으로 진행되었다. 그것도 각 사업장에 구체적으로 인원구조조정이 들어오면, 구조조정 반대 구호에 추가하는 구호정도에 머물렀다. 이런 개별적인 대응으로는 해고도 막아낼 수 없었는데 민영화야 말할 필요조차도 없다. 공기업 주식은 계속적으로 팔려나갔고, 각 공기업의 민영화를 위한 법률개정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남은 철도, 전력, 가스의 민영화,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주식의 추가매각, 그리고 국유 금융기관들의 매각 등은 해당 사업 또는 기업 노동자들의 통일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발등의 불은 곧이어 내 발등에도 옮겨 붙는다는 것을 이제야말로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 정도의 대응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의 개별 사업장에서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민영화는 미국헤게모니 하의 세계자본주의의 70년대 이후의 이윤률 하락,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금융자본의 투기적 활동, (반)주변부 국가들의 외채/외환위기 및 금융공황, 그리고 노동권, 공공성, (반)주변부 대한 공격을 통한 자본의 이윤율 회복 시도,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의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 같다(97년 아시아 위기 이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위기를 보라). 사태를 이렇게 파악한다면 공공부분 민간부분 가릴 것 없는 공동대응이 필요해 보이고,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국적 규모의 실질적인 총파업의 조직밖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총파업이 신자유주의 추진세력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때에 민영화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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