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법안 통과되면 임금 크게 깎인다
정부법안 통과되면 임금 크게 깎여
노조 있는 사업장도…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는 '속수무책'
정부가 지난 12월18일 주5일근무제 도입을 위한 입법안을 잠정 확정함으로써 그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노동조건을 크게 개악함으로써 노동계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고, 공익위원안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안은 무엇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토록 해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실시시기뿐만 아니라 탄력근로시간제, 연월차휴가, 임금보전 등에서도 대부분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이들의 노동조건을 크게 침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기존의 임금수준을 보전한다'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무노조사업장과 중소영세사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삭감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토요일 단축분 4시간과 주휴무급화에 따른 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이 깎이게 된다. 정부안은 이 부분에 대해 '행정지도'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따르지 않더라도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4일에서 많게는 20일 넘게 줄어드는 연월차에 해당하는 수당도 보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정부는 연월차 휴가오아 관련한 기존단체협약을 법안과 같은 수준으로 갱신(개악)토록 권고하는 부칙조항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은 법규정을 내세워 임금보전을 거부하거나 기존 단체협약의 개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노사관계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힘이 약한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용자쪽의 이같은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18일 곧바로 성명을 내 "정부입법안은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1천1백만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독입법 단계에서는 민주노총과 대화하겠다는 애초의 약속대로 지금이라도 민주노총과 교섭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주5일근무제 도입을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 공무원 주5일근무제, 주5일 수업제 도입방안을 18일 잠정확정한 데 이어 21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노사정 합의를 더욱 유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입법 절차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노사정위의 합의전망이 어둡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어서 입법절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입법안은 연말께 확정된 뒤 당정협의와 입법예고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정부 추진 주5일근무제 법안, 무엇이 문젠가>
약자희생·임금삭감 우려 현실로
'공익안'보다 훨씬 후퇴…실노동시간 단축·일자리 창출 '그림의 떡'
정부가 주5일근무 도입과 관련해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정부입법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노총은 그 동안 일관되게 정부주도의 입법을 주장하여 왔던 터라 정부입법 추진방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부안은 △2010년까지 단계적 도입 △탄력적 근로시간제 1년 단위 확대 △휴가일수 대폭 축소 △생리휴가·주휴 무급화 등 기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입법안은 재계의 공세에 밀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보다 훨씬 후퇴한 최악의 내용으로 △노동자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보호 △실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늘리기라는 기본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특히 도입시기의 경우 2007년까지 5년에 걸쳐 도입하는 것도 모자라 2010까지 8년에 걸쳐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단계별 도입은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을 차별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초기 도입비용을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에게 떠넘겨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것이다. 주5일근무제는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늦었으므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전면 실시하여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또한 유통서비스업, 계절산업과 주문생산업종을 중심으로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당 없는 연장근로를 합법화하고, 생활주기를 파괴해 노동자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또한 초과노동한도를 16시간으로 늘리고, 최초 4시간에 대한 할증률을 25%로 낮추면 실노동시간 단축에도 실패하고 일자리도 늘리지 못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휴가일수를 줄이고, 쓰지 않은 휴가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은 줄지 않고 되레 임금만 큰 폭으로 깎이게 된다. 길게 보아 휴가를 모두 쓰는 게 노동시간단축의 취지에 맞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연월차수당이 저임금을 보전하는 구실을 해왔음을 고려할 때 휴가축소는 필연적으로 실질임금 삭감을 가져오게 된다. 쓰지 않은 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도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악용할 소지가 매우 높다. 법정노동시간만으로도 생활임금을 보장함으로써 휴가를 모두 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주휴무급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법부칙에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지금도 정부의 감독소홀과 사용자들의 불법, 탈법행위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행정지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무노조사업장,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생리휴가 무급화도 사실상 생리휴가를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모성보호를 심각하게 후퇴시킬 것이다.
결국 정부 입법안대로 주5일근무제를 실시한다면 노동시간단축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매우 큰 폭의 임금삭감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가뜩이나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은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정부 입법안이 노동시간단축과 다른 노동조건을 맞바꾸는 양적 교환의 개념으로 접근한데서 나타난 문제다. 노동시간단축은 세계최장의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목표가 있는 것이지 다른 노동조건을 희생해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한다.
박강우/ 민주노총 정책국장
민주노총, 투쟁 본격화
18-19일 노사정위·전경련 앞 항의집회
정부의 주5일근무제 입법안이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내용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민주노총이 투쟁을 본격화했다.
민주노총은 12월19일 낮12시에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5백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희생 없는 주5일근무 도입 촉구대회'를 열었다. 허영구 위원장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가 민주노총의 대화요구를 묵살하고 핵심 독소조항을 고치지 않은 채 입법을 강행한다면 총투표 결과에 따라 총파업을 포함한 노동법 개악저지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지역노조연대회의 김정호 의장도 "정부 입법안을 뜯어보면 총칼만 안 들었지 힘없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를 다 죽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 중인 대우차판매노조 전병덕 위원장도 노사정위원회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전경련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항의투쟁을 계속했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재계가 항공사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재벌사옥 앞에서 집회도 못하도록 법개악을 꾀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총력투쟁을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하루 전인 18일에도 전경련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어 △중소영세·비정규직 희생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 △재벌 본사 등에 대한 집회시위 금지 법개정 추진 철회 △항공사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추진 철회 등을 촉구했으며, 경제5단체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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