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쉼 없이 계속됐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위기와 노조탄압, 생존의 위기에 맞서 노동자들은 거세게 싸웠고, 그 상황은 일년 내내 <노동과 세계>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중 많은 현안이 아쉽게 마무리되거나, 한해가 지나도록 풀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성가를 올린 노조가 적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 한 해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투쟁목표를 이루고 노동운동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노조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곳을 모아봤다. <편집자>
IMF 구제금융 이후 "민영화만이 살 길"이란 '주문'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양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25개 구청에 소속돼 도로·하수도 보수와 공원녹지를 관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서울지역상용직노조(위원장 이동엽)는 하기에 따라서는 이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민간위탁' 막아 사유화 흐름에 쐐기
강남구청은 지난 7월부터 "구청에 있으면 60세가 정년이지만 민간위탁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까지 퍼뜨리는 등 본격적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간위탁이 되면 의정부 환경미화원들처럼 임금은 줄고 노동시간도 늘어나 산재사망까지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강남구청이 10월 일방적으로 민간위탁방침을 선포하자 노조는 11월17일부터 토요일마다 강남구청 앞에서 1천4백여 조합원이 모여 항의투쟁을 펼쳤고, 구청은 11월말 사실상 철회방침을 밝혔다. 강남구청이 뚫릴 경우 머잖아 자신의 일이 될 것임을 인식한 조합원들은 각 구청별로 50여명씩 내 일처럼 달려들어 승리를 일궜다. 이는 서울시의 지역난방 민간위탁 시도에 맞서 전면파업으로 이를 철회시킨 서울에너지노조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위원장 채수봉)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임단협을 승리로 이끈 경우다. 지난해 8월 설립된 노조는 임단협을 진행하다 4월29일부터 한달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5월24일에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하루 뒤 임금인상과 일요일 휴무를 쟁취했다. 이어 당시 합의에 따라 10월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현재 회사쪽의 극심한 노조탄압이 이어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투쟁 끝에 임단투 승리 일궈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지회장 권한대행 김시운)는 파업 끝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식당조합원들이 1년 계약직이었으나, 노조는 임단협 기간에 이 문제를 제기해 6월7일부터 일곱번에 걸친 부분파업, 6월19일부터 25일 동안 전면파업을 벌인 끝에 식당조합원 모두를 정규직화했다.
한빛기업노조(위원장 이성재)는 올 9월 임단협에서 회사쪽이 퇴직금누진제 폐지, 조합원 범위 축소, 연봉제 도입 등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 간부교육, 조합원 간담회, 출퇴근 선전전 등을 벌이며 파업을 상정한 투쟁을 벌여냈다. 회사쪽은 초기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으나 노조가 치밀하게 대응하자 11월 결국 개악안을 철회했다.
예산의 신암지역화학노조(위원장 점승록)는 지난해 12월9일 결성 뒤 4월25일부터 6월28일까지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이는 등 노조인정투쟁을 벌인 끝에 전임자와 사무실을 따내는 등 단협을 체결했다. 올 4월13일 설립된 울산 삼우화학노조(위원장 박해광) 역시 7월25일부터 8월2일까지 파업투쟁을 벌여 조합원 교육시간을 확보하는 등 단협을 체결했다.
강력한 대응으로 노조탄압을 물리친 노조도 눈에 띈다. 익산 대용노조(위원장 박성준)는 회사쪽이 작업장 안에 CCTV를 설치하자 인권침해라며 8월28일부터 한달 가량 전면파업을 벌였다. 회사쪽은 결국 9월24일 공장안에 있는 CCTV 7대를 모두 철거했다. 이 승리는 작업장내 노동자 감시에 맞선 최초의 파업 끝에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법원판결 뒤집는 합의까지 끌어내
대영CC노조는 투쟁 86일만에 부당해고를 철회시켰다. 회사쪽이 지난 9월14일 '노조를 없애겠다'며 위원장 등 경기보조원 57명을 무더기해고하자 노조는 곧바로 출근투쟁을 벌이면서 철야농성, 광주원정투쟁, 클럽하우스 점거, 조합원 삭발, 장기투쟁사업장 농성결합, 소복농성 등을 펼쳐왔다. 노사는 12월7일 오후부터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 끝에 △해고자 전원복직 △노조인정 △단체협약 성실이행 △부당노동행위 중단 △고소고발 취하 등에 전격 합의했다. 노조의 승리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한 행정법원의 '근로자성 부정' 판결 이후 사용자들이 노골적 탄압을 저지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노동자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투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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