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8일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었다. 지난 90년 유엔(UN)정기총회에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의결된 것을 기념해 제정된 날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단속과 추방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유엔 7대 협약의 하나인 이주노동자협약을 비준하라는 요구도 거세다.
이주노동자 문제가 여러 차례 방송을 타고, 관련단체들이 적극 투쟁하면서 사회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서도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는 줄지 않고 있다. 관련단체들은 산업연수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미등록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송출과정에서 취업수수료 등 각종 추가경비를 들여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으로는 들인 경비조차 벌지 못해 불법체류 상태로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입국한 버마 출신 산업연수생 우씨의 경우 본래 정해진 기본경비(항공료 포함) 7백20달러말고도 추가경비, 급행료, 이탈방지보증금까지 3천1백30달러를 더 부담했다. 그러나 송출회사는 추가경비 명목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탈방지보증금은 귀국 때 돌려준다는 취지와 달리 연수가 끝나기 전 정확한 이유 없이 귀국을 원할 경우 돌려주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우씨는 거액의 송출료를 마련키 위해 본국에 큰 빚을 진 상태다. 이처럼 송출회사에 1천5백달러 넘게 지불하고 한국에 오는 이가 전체 산업연수생의 68.5%나 된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취업해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도 한 달 임금은 고작 60만원 안팎이 대부분이다. 상당수는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돼 산재를 당하기 일쑤고, 빚을 갚기 위해 장시간노동과 열악한 환경, 폭행과 임금체불, 강제추방을 감내해야 한다. 본국 송출업체의 한국사무소가 이들의 사후관리업체가 되지만 연수생들이 당한 불법부당행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와 송출회사의 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기협이 지정하는 현지 송출기관이 연수생을 모집하고, 국내업체는 중기협에 신청해 연수생을 배정받는다. 이와 동시에 송출기관의 한국사무소가 연수생 관리를 맡는다.
사정이 이러니 연수생들은 빚을 갚기 위해 기간을 넘겨서라도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에 따르면 전체 이주노동자 36만명 가운데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는 23만명이나 된다. 불법체류자가 되면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내고 일자리를 찾게 되며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떠돈다. 이주노동자 인력이 필요한 중소업체 사용자들도 다른 방법이 없어 브로커에게 알선수수료를 내고 이들을 고용한다.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한국정부는 이들이 있는 사업장에 들이닥쳐 잡아 가둔 뒤 추방해 숫자를 줄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6월18일부터 한 달 동안을 '불법체류가 집중단속기간'으로 정한 뒤 불과 열흘만에 2천여명의 이주노동자를 가뒀다가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주노동자지부는 이에 12월16일부터 18일까지 집중투쟁기간으로 선포하고 18일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소를 비롯해 인천, 의정부, 부산 등지에서 동시다발 단속추방 규탄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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