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레미콘운송기사 근로자성 부인

검찰에 이어 고등법원조차 레미콘운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려 합법적인 건설운송노조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는 지난 12월28일 이순산업(주)이 건설운송노조 조합원 최대의씨 등 4명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원활동금지가처분 사건에 대해 "가처분의 실익이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을 하면서도 "레미콘운송차주들을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형적으로 운송차주들과 회사가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레미콘 사업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며 "운송차주들은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레미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했으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고 운송실적에 따라 운송비를 지급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운송차주들의 업무시간이 대체로 종업원들의 근무시간과 비슷하지만 이는 레미콘 운반을 레미콘 제조 종업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며, 운반도급계약을 위반한 경우는 계약해지 사유가 될 뿐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처분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이 받아들여진데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운송차주들이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에서는 노동위원회의 기각결정 등을 받으면 되고, 노동쟁의를 빙자한 업무방해행위에 대해서는 간접강제신청이나 형사고소 제기 등의 법적 대응을 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원이라고 주장하는 일체의 행위 자체를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의 실익이 없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서 형식상으로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이 판결에 반발하는 노조로서는 대법원에 '상고'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 무더기 무혐의 처분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힘입어 의정부지방검찰청이 건설운송노조 조합원들이 제기한 40여건의 부당노동행위 고발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300여건에 달하는 고발건이 대부분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 22일 서울지검 공안2부(부장 박철준)는 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에 의해 단체교섭 거부와 노조원 선별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된 유진기업 회장 겸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유재필(69)씨 등 4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노조 오희택 사무차장은 "검찰이 유재필 회장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적시한 결정문 내용과 이번 법원 입장이 거의 같다는 점에 미뤄볼 때 검찰과 법원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투쟁으로 돌파할 것"

하지만 노조는 법원과 검찰의 결정에 대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노조는 지난 12월20일부터 진행중인 노숙농성을 계속하면서 오는 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2001년 투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1기 집행부를 대신해 2기 집행부를 선출하고 올 사업계획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 차장은 "솔직히 고법 결과에 기대는 걸었지만 서울지검에서 유재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때 고법결과도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법원 판결에 얽매이지 않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투쟁으로 노조인정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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