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정부효과" 우려되는 민중복지



이탈리아 베를로스코니 연정, 유럽연합(EU)의 골치거리로 등장

12월 들어, 유럽 언론의 지속적인 조명을 받은 정치인리스트 상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놓은 이가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그에 대한 유럽인들의 부정적이고 경계적인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지난 주 벨기에 라켄에서 개최된 EU정상회담이 통과시켜야 할 긴급현안은 '범유럽구속영장안'이었다. 이 안에 대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반대한 이유는 국가주권 침해의 우려였다. 그러나 이 명목상의 반대 이유 뒤에는 '경제범'으로서의 베를루스코니의 개인적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EU 지도자들의 추론이다.

90년대 초반이래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 그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수사와 재판만 해도 수십건에 달한다. 이탈리아 최대갑부이기도한 베를루스코니에게 걸려있는 죄목은 탈세, 마피아결탁, 뇌물공여 등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그가 소유주로 있는 미디어그룹 피니베스트의 회계장부조작에 관한 재판이 진행중이며 스페인에서는 유럽전역의 금융자산에 대한 탈세수사를 시작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범유럽구속영장안'을 반대했던 또 다른 이유는 우파연정 파트너들의 유럽통합반대정서를 배려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 우파연정을 제외하면, 그의 '전진이탈리아'당(FI,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의 구호, "가자! 이탈리아!"에서 따온 당명)이 주도하는 '자유의 집'(HF)은 90년대 이후 극우 인종주의 세력과 연정을 하고 있는 유럽 최초의 집권정당이다.

제1연정파트너인 '국민동맹'(NA)은 파시스트 무솔리니 당(MSI)의 후신으로 90년대 이후 보수정당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구 당권파들의 정체성 고수 정서가 드세다. 더욱 위험한 연정파트너는 '북부연맹'(NL)이다.

북부지방의 부유층의 이해를 대변하여 분리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북부연맹'의 최근의 선동주제는 인종주의다. 9.11공격 직후인 지난 9월 베를루스코니의 '서구문명우월론'(당시, 그는 반테러전의 이슬람동맹국들을 자극시킨다는 이유로 미국의 눈치와 유럽의 구박을 받았다.)의 논란에 연이어 10월에는 북부연맹의 지도자들이 '모든 무슬림들의 잠정적 입국불허'를 주장하여 그들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한편, 대외정책과 관련된 돌발적 언행과는 별도로, 가장 우려스러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행보는 이탈리아 민중복지의 전면적 후퇴조짐이다. 지난 5월의 선거공약에서 예고된 바와 같이, 베를루스코니의 자유시장주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노선과 결합하여 속속 입법화가 시도되고 있다. 또한 이런 조처들에는 이탈리아의 전경련격인 '콘핀두스트리아'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식연금책정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연금제도개혁안은 연금수령연령의 상향조정(현재 50세에서 56세로)과 연금의 주식투자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저임금노동자들, 여성주부들, 노인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시키거나 연금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사영화 정책은 교육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교육부장관 레티지아 모라티는 헌법이 보장하는 공교육의 독점적 권한의 폐지를 주장하며 기업마인드의 도입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그의 교육개혁안에는 교사자질평가제와 컨설팅업체의 학교경영평가제가 포함돼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탈리아 노총(CGIL) 교사노조 위원장 엔리코 파니니는 "지식과 문화의 상품화" 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친자본적 경제정책의 최후 공격대상은 노동자들이다.

지난 11월초, 베를루스코니가 발표한 법률초안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치로 해고조건완화와 시간제노동의 도입을 위해 헌법수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탈리아 노총을 위시한 주요 3대 노총은 이번 달초 7년만에 최초로 전국적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판의 도마에 올라있는 정부의 정책들은 23년간 유지된 여성낙태권의 폐지와 이민자의 유입을 실질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신이민법안 등으로 향후 숱한 논란과 반발을 예고하고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지금 이탈리아는 2차대전 이후 노조운동과 좌파정당이 획득한 성과물들을 고스란히 우파정부의 개혁명단에 올려주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 수세기가 침체한 노조운동과 무능력한 좌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

또한 인종주의 극우세력을 포괄하고 있는 이탈리아 우파정부가 향후 유럽 주요국가들의 총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도 관심이 제기된다. 최소한 영국의 국민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 유럽의 극우분파들은 남부에서의 우파등극에 고무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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