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운데 체크무늬 옷이 김성환 삼성해복투 의장, 김성환 의장을 엎드려 붙잡고 있는 사람이 남부서 형사.
(위) 경찰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
(아래) 3일간 삼성SDI 관리자들에 의해 납치·감금되었다 풀려난 최영주 노동자[사진-copyleft 울산노동자신문]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12월 28일, 한 노동자를 연행하기 위해 영장도 없이 난입한 경찰들에 의해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8일 오후 1시 30분 경 울산 남부경찰서 소속 형사 5명이 김성환 삼성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을 연행하기 위해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로 들이 닥쳤다.
난입한 경찰들은 영장제시 요구와 격렬한 항의도 묵살한 채 무조건적으로 연행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사무실 집기가 훼손되고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이 부상을 입었다.
김성환 해복투 의장은 경찰들에 의해 사무실에서 벗어나 복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끌려나왔으나 다행히 비상연락을 받고 달려온 지역 노조간부들과 노동단체 회원들에 의해 구출되었고 결국 경찰의 연행 시도는 무산되었다.
이번 사태는 삼성SDI(구 삼성전관) 사측 관리자들이 ‘구조조정 반대·희망퇴직 중단·사내기업 반대’의 내용이 포함된 홍보물을 배포했다는 혐의로 지난 달 22일부터 24일까지 최영주 노동자를 납치·감금·협박한 사건이 삼성 해복투에 의해 폭로되고 파장이 확산되자, 삼성SDI 사측이 경찰측과 김성환 의장의 연행·구속을 공모한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홍보물 배포 이유로 3일간 납치
지난 달 22일 삼성SDI 최영주 노동자가 퇴근과 동시에 사측 관리자 5명에 의해 차량에 실려 납치되었다가 24일 저녁 풀려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해 11월 삼성SDI 사내에서 ‘구조조정 반대·희망퇴직 중단·사내기업 반대’를 주장하는 홍보물이 배포된 적이 있는데 사측이 최영주 노동자를 홍보물 제작과 배포 주동자로 찍은 것이다.
최영주 노동자는 납치당한 후 밀양·창녕·진주 등지로 끌려 다니며 홍보물 제작·배포에 대한 자백을 강요받았으나 완강히 거부했고 한 차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내 다시 붙잡히고 말았다.
탈출 과정에서 높은 곳에서 추락해 허리와 양 발목을 다쳤지만 당시 사측 관리자들은 자백만 하면 치료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하는가 하면, 급기야 머리채를 휘어잡고 머리와 볼 등을 때리며 끝까지 자백을 거부하면 생매장해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반복했다.
결국 생명에 위협을 느낀 최영주 노동자는 유인물 작성·배포에 대한 시인과 재발 방지, 활동가들과의 접촉 일체 중단 등의 약속이 포함된 ‘서약서’를 쓰고 풀려났다.
최영주 노동자는 풀려난 후 울산 중부경찰서에 신고하고 탈출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달 25일 언양 보람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는 울산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무노조 고수 위해 납치 다반사
삼성그룹이 무노조 고수를 위해 납치·감금이라는 극악한 방법을 동원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며 부당노동행위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99년 수원 삼성SDI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한 노사협의위원 고영선 노동자 외 1명을 일본 연수 중 납치·감금하여 노조설립포기와 강제퇴직을 강요한 사건, 2000년 10월 천안 삼성SDI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했던 김갑수 노동자 외 4명을 한달 가까이 납치·감금한 사건 등 노조설립 자체를 막기 위해 목숨에 대한 위협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언양 삼성SDI에서 노사협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사내하청화·희망퇴직·권고사직 실시 음모를 폭로했다가 지난 98년 해고된 후 끈질긴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송수근 해고자는 2000년 6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1차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후 작년 11월 다시 똑같은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도전, 정면 대응해야 한다]
이번 울산 남부경찰서 형사들의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 난입·난동 사건은 노동운동탄압을 위한 삼성SDI 사측의 사주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심각히 바라보아야 할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의 태도라 할 것이다.
경찰은 노동자를 연행하기 위해 울산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체인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에 서슴없이 난입했고 사무실 집기까지 훼손했으며 격렬히 항의하던 간부들을 내팽개쳐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에 대한 재구속을 시작으로 다시 강화된 정권의 민주노총 탄압이 울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울산총력투쟁이 무기력하게 마무리되면서 파업투쟁을 벌였던 화섬 3사와 민주버스 노동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혹독한 탄압과 대량 해고 사태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지금, 이번 난동사건은 자신감을 가진 정권과 자본이 이제 민주노총까지 가볍게 여기며 자신들 앞에 무릎 꿇리려 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진상을 정확히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요구가 반드시 관철되도록 울산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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