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시설관리노동자와 노동조합 깃발 [photo-copyleft 워킹보이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는 지난 8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돌던 추위 속에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 천막 한 채가 설치됐다. 혈기왕성한 젊은 학생도 아닌, 환갑을 넘겨 칠순이 다 된 노동자들이 그 곳에서 농성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천막농성을 위한 출정식에 참석한 한 시설관리노동자가 꽁꽁 언 손을 움켜쥐고 있다.
이날부터 농성에 들어간 사람들은 서울대에서 청소나 경비 업무 등을 위탁 받아 용역 계약직으로 일해오던 서울대시설관리노조(위원장 윤홍림) 소속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서울대가 용역업체와의 2002년 재계약 시 기존에 없던 연령제한을 신설해 65세 이상 31명을 지난해 12월31일자로 계약 해지한 데 반발하고 있다.
극심한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이지만 노회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어려운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근무했는데 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린 판이 된 것이다.
용역계약직에 대한 갑작스런 연령제한
용역업체 소속으로 서울대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해 오던 노동자들은 급여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등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적용 받지 못한 데다 용역업체의 인사비리 문제까지 불거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0년 4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 결성 직후 이들은 43일간의 파업과 대학본부 점거 농성 등을 통해 미약하나마 일정수준의 임금인상을 이뤄내고 당시 인사비리를 저질러 왔던 용역소장을 몰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01년 입찰업체 선정 때부터 대학 측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이제까지 하나의 업체가 3개의 캠퍼스를 단일하게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캠퍼스 또는 단과대학 단위로 6개 구역을 나눠 6개 용역회사가 각각 분할, 관리토록 한 것이다.
나아가 지난해 12월14일에 있었던 2002년 입찰업체 선정에서는 6개 권역을 다시 11권역으로 나누어 7개 용역회사가 복수 또는 단일 영역을 맡게 했다. 이와 함께 2001년 업체 선정 당시 '기존 근무자는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노조에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입찰안내서 시방서에는 계약개시일 기준 만 65세 이하로 고용한다고 규정했다.
고령의 시설관리노동자와 노동조합 깃발
그 결과 각 용역업체들은 제한연령에 도달한 31명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연령제한을 이유로 한 해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이 같은 용역업체 선정방식의 변화에 대해 "용역회사를 분할하여 매년 교체함으로써 고용승계 의무를 회피하고, 연령제한 규정을 둠으로써 해고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 시키려 하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 계약에 따르면,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고령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경우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수십 명이 연령제한에 걸리게 되며,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 조합원의 대부분이 몇 년 안에 계약해지 될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임금 감내한 고령의 노동자들, 이젠 갈 곳도 없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용범 정책부장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때는 그 임금에 일할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 연령제한을 얘기하지 않다가 노조활동을 통해 임금이 조금 인상되자 갑자기 이 같은 방침을 내놓은 것은 결국 고령자들은 전원 해고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부장은 또한 "최소한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추운 겨울은 날 수 있는 대책을 주고 계약해지를 통보를 해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장 이번에 연령제한으로 계약해지가 통보된 노조 윤홍림 위원장은 "방호원(경비)로 일하다가 노조 전임자로 겨우 1년 일했는데 해고되면 노조 사무실에 책상이나 온전히 둘 수 있을 지 걱정이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조가 항의 집회를 하고 천막농성에 들어간 바로 다음날인 9일, 학교 측은 노조사무실의 전화선을 끊고는 노조에게 사무실을 비워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제 겨우 최저 임금을 간신히 넘는 월 50여 만원을 받으며 열심히 청소하고 밤새워 순찰을 도는 시설관리 노동자들. "용역회사 직원이니 서울대와는 관계없다", "이미 정한 방침을 바꿀 수는 없다" 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서울대와는 대화조차 해 보지 못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학생들과 함께 천막 속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