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을 남겨둔 김대중 정부가 한일투자협정을 시작으로 한미투자협정,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초국적 자본에게 또다시 어마어마한 이윤을 보장해주려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양국 진보진영과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투자협정 제9차 본회의에서 협정문안에 합의했다.
초국적 자본에 날개 달아주는 협정
이번에 합의된 협정은, 우선 양국의 투자자를 투자가 성립하기 전 단계부터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렇게 되면 특정한 해외직접투자가 자국의 국민경제에 필요한지,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할 수 없게 되어 국민경제에 해악을 주는 투자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그동안 국가기간산업에 적용되던 외국인 소유지분한도 또한, 이 협정으로 내국인 대우를 받는 외국투자자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여기에 전략육성산업이나 중소기업, 농민들에게 보조금이나 대부금을 지원하는 것도 금지된다.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술이전효과가 난다고 말해왔지만 합의된 협정문안을 보면 거짓임이 드러난다.
해외투자의 원금 및 이윤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해주는 한편, 해외투자자에게 국내재화나 서비스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 기술과 생산공정 국내이전의무, 현지인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형식은 비록 ‘한일투자협정’이지만 요즘 자본에 국적이 어디 있는가? 어느 나라 자본이든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우면 일본 자본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이다. 그야말로 초국적 자본이 마음놓고 활개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신자유주의 또다른 무기, 투자협정
양국간 첨예한 쟁점이었던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양국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양국간 투자 증진에 중요함을 인식하며”라는 문구를 포함하였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무엇인가? 해마다 무쟁의를 강요하며 노동3권을 부정하는 기업주들의 슬로건이다.
일본 자본이 한국에 들어올 경우 그 기업에 ‘협력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도록 한국 정부가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만일 한국 정부가 노동조건 또는 환경기준개선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기업의 비용이 증대되어 손해가 예상될 경우, 그 기업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의료보험이나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를 확장하는 경우에도 똑같다. 그러므로 결론은 간단하다. 한일투자협정은 한국 사회보장의 축소와 노동조건의 끝없는 개악을 가져온다.
국회비준 막기 위해 민중진영 힘 모아야
한일투자협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곧이어 한일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한일투자협정 합의를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한미투자협정 협상도 속도를 붙여가게 될 것이다. 이번 협정에서 예외조항 및 투자제한분야로 지목된 방위산업, 영화산업, 전기가스, 철도 등의 경우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다시 거론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8월에 열린 한일 비지니스 포럼에서 일본의 철도회사 JR이 한국의 철도를 인수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일본의 거대독점자본은 한국의 공기업 사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 경제가 실업률, 기업부도율, 산업생산 감소에서 사상 최악을 기록하며 공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의 거대독점자본과 초국적 자본은 한국을 희생양삼아 공황을 탈출하려는 것이다.
올 2월로 예정된 임시국회 비준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은 초국적 자본의 사냥터가 되어 노동자 민중은 또다시 IMF 시대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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