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난 이경석 위원장 [사진제공-copyleft워킹보이스]
"집행유예 4년 및 사회봉사활동 240시간을 선고합니다. 땅 땅 땅"
광주지방고등법원 김진권 판사는 10일, 지난해 4월25일부터 5월1일까지 캐리어(주) F1 조립룸 공장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지난해 10월18일 1심에서 실형 2년6월을 선고 받았던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이경석 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판사는 이날 "피고인들이 행한 행위는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한 행위였으나, 행위에 동기가 되었던 것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행위였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구속된 이후 9개월째 광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이 위원장은 이날 출소한 뒤 노조가 주최한 환영대회에 참석해 "비정규직 싸움은 개별 자본가들과의 싸움일 뿐 아니라 정권, 재판부, 언론 등 제반 권력들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배우고 왔다"며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진정한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12라운드까지 펼쳐질 그 싸움에서 우리는 이제 2라운드의 시작을 맞고 있다"며 위원장의 공백 속에 파업 270여일을 넘긴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싸움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출소 전 광주교도소에서 만난 이 위원장]
광주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난 이경석 위원장
출소 전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 위원장을 만났다.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을 건너뛰고 만난 셈이다. 이 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봄, 조립룸 점거(4월25일 밤 10시30분경)에 들어가기 하루 전 날이었다. 서울에서 거의 5시간여를 내달려 도착한 광주 하남공단 (주)캐리어 공장, 제법 초록을 내뿜던 잔디밭에서 따가운 햇빛을 막기 위해 친 차양막 아래 200명은 능히 넘을 것 같던 조합원들에게 이 위원장은 파업의 필연성을 강조하며 결의를 모아내기 위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만난 겨울. '단결 투쟁' 구호가 적힌 빨간색 조끼 대신 '3325'라는 수번을 단 색 바랜 푸른 수의를 입은 그를 냉기 가득한 낡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광주교도소 2호 면회실에서 만났다. 햇살 한 줄기 가난한 독방이라 이 위원장의 얼굴은 전보다 하얘진 듯 하면서도 때를 기다리며(待天命) 자신을 갈고 닦는(盡人事) 수도자의 그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는 "춥지 않으세요? 건강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괜찮습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을텐데..."라며 되레 기자가 걱정이다.
"요즈음은 혁명사를 주로 읽습니다"
하루 일과를 물었다.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식시시간과 하루에 1시간 주어지는 일조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시간에 책을 읽는다. (수감생활) 초반에는 시간 보내느라 태백산맥 같은 소설을 읽다가 요즈음은 혁명사를 읽고 있다. 최근에 자서전이나 평전이 많이 나오던데 혁명사를 다 읽으면 트로츠키나 레닌 평전을 읽을 생각이다."
독방을 쓰기 때문에 책 읽기가 수월하다던 이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운동이 어떻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한 지 고민하고 있는데 자료도 없고 실제 체험도 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역사와 혁명가들의 삶을 훑어보면서 현 시점에서의 비정규 투쟁의 과제와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캐리어하청싸움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영어의 몸이 된 데 대해 "가장 기본을 못한 게 아쉽다. 물론 노력은 했지만 중간 간부들을 제대로 훈련시켜 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지금 소수가 남아 천막농성을 계속하면서... 정말 이건 하기 싫었는데. 마음이 평정이 안 된다. 빨리 나가서 뛰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반노조 전국적 모임 만들어야"
광주교도소에 가기 전에 아침에 들렀던 기아자동차사내하청노조의 소식을 전했더니 그는 "대기업들이 왜 그러냐, (캐리어랑) 양상이 너무 똑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아차는 2001년12월31일부로 하청노동자 930여명 가운데 401명을 우선 계약해지한 데 이어, 올 6월말까지 나머지 하청노동자들을 다 계약해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공장 출입도 어려워 조직화 및 투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내하청노조 같은 경우는 업체를 계약해지 해 버리면 하소연할 때가 없다. 사용사업주가 고용의무를 지도록 사용자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기업단위로 조직되는) 사내하청노조를 앞으로 일반노조 형식으로 바꾸고 전국적인 모임을 지향해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하청노동자 조직화 방식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개별 단사 차원으로 고립된 싸움을 할 게 아니라 단일한 조직대오를 꾸려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개별 싸움을 집중해 나갈 때만이 정규직화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하청노조가 기업별로 조직돼 있고 개별 기업 내 정규직과의 관계 때문에 하청노조의 요구나 투쟁이 제약되는 경우가 많다. 캐리어는 그 표본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정규직과의 연대는) 현재 상태로서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본다. 지도부가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하청노조와 연대하는) 지도부는 소수파가 될 수도 있지만 노동운동의 기본인 연대투쟁에 대한 의지를 실천하는 활동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장렬히 전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위원장은 '연대'의 고리를 만드는 것은 비단 정규직 노조에만 기대할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하청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확보를 위해 투쟁하면서도 이주노동자나 장애인노동자들 문제에 함께 할 때만이 노동운동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동일방직 사건을 보면 지금도 감동적입니다. 이젠 중년이 된 누나들이 23년이나 지나서야 어렵게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고 지금 복직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규직 노동자들이 87년(노동자 대투쟁기)을 맞이하기까지 (동일방직과 같은) 얼마나 많은 투쟁이 있었습니까. 지금 우리가 하나하나 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싸움이 모아진다면 언젠가 우리도 '비정규직노동자의 87년'을 맞이할 것입니다"
지금도 천막농성 중인 노조원들과 현장의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주는 새해 메시지를 부탁했더니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정리하는 이 위원장. 그가 오늘(10일) 감옥문을 나섰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