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6월, 프랑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에 에어프랑스 항공사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10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copyleft:울산노동자신문]
지난 10일 진념 경제부총리는 민주당 한광옥 대표를 만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사가 평화협정을 맺자는 제안을 하고 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월드컵 대회 기간 중 노사분규를 일시 중단하는 노사평화선언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초부터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월드컵 노사평화협정’ 추진설이 이제 공식적으로 표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총은 곧바로 “환영” 표명
진념 부총리의 발언이 있고나자 자본 측에서는 곧바로 ‘환영’의 입장표명이 있었다.
경총은 10일 “월드컵 행사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재생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감안하면 ‘노사평화선언’ 실현은 노사 모두에게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 “정부가 주도하면 될 것도 안된다”
한국노총은 “경험상 정부가 노사평화선언을 주도한다면 오히려 될 것도 안된다”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물가안정, 부당노동행위 근절, 일방적 구조조정 불가 등의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노동현안 해결하면 노정·노사 평화는 저절로 올 것”
정부의 노사평화협정 추진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현안 문제를 해결하면 평화는 저절로 오고, 해결노력을 게을리 하면 협정을 맺고 평화를 선언해 본들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면서, 월드컵 때 노정·노사관계 안정을 바란다면 4대 노동현안 해결 계획을 먼저 밝히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노총이 밝힌 4대 노동현안은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 노동자 석방 △약자 희생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임단협 산별 중앙교섭 수용 △장기파업 사업장 및 대우자판 정리해고와 공기업 민영화 문제 해결 등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치솟는 집값과 빈부격차에 잠 못 이루고 아침이 밝으면 또 터져 나온 권력형 비리를 봐야 하는 노동자와 국민의 심정을 생각해 보라”면서,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계획과 성실한 실천 없는 노사평화선언이나 협정은 공허하며, 국가대사를 이유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행사를 매도하려는 여론몰이용 이념공세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월드컵 때 에어프랑스 노동자들 대규모 파업 벌여
한편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는 항공사 에어프랑스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에 반대하여 월드컵 개최 몇 시간 전까지 10일간의 파업을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정부와 언론은 조속한 타결을 노사 양측에 촉구하는 정도였지, 노조의 파업권을 부정하는 일들은 없었다.
현장 밑바닥에서는 오히려 ‘월드컵 총파업’ 여론 확산
한편 현장 밑바닥에는 오히려 월드컵 시기를 이용하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철폐를 요구하는 이른바 ‘월드컵 총파업’을 벌임으로써 노동자들의 분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 월드컵 핑계로 "사소한 몸싸움도 즉결심판 넘긴다"
경찰이 올해 월드컵 축구대회와 각종 선거를 핑계로 집회·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최근의 집회·시위 양상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시민불편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공권력 확립 방침에 따라 집회·시위 과정의 불법 행위에 엄정 조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 “과격·폭력시위 주동자는 현장에서 검거하고, 불법행위는 채증을 토대로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권력 확립 방안’을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일선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거나 달걀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은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도 현장에서 붙잡아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규정한 ‘의도적 공권력 무시행위’는 △흙뿌리기 △침뱉기 △신고된 집회시간을 넘기거나 신고된 행진코스를 크게 이탈하는 행위 △야간까지 집회를 끝내지 않는 행위 △집회장소에 천막을 설치해 장기농성에 들어가는 행위 등이라고 한다.
경찰은 또 월드컵 경기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기장 주변의 일정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축구대회 한 번 하는게 무슨 큰 일이라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조차 멋대로 침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경찰의 태도는 오히려 더 큰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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