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알맹이 없는 '찾아가는 복지'

김대중 대통령은 연두회견을 통해 "기다리는 복지가 아니라 찾아가서 도와주는 복지"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155만명에게 4인가족 99만원을 지원하며 1700명의 사회복지요원을 추가지원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정수급자를 막고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다 정교히 다듬어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밖에 중산층 서민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전세자금을 70%까지 장기저리로 융자해서 내집 마련을 돕고, 소비자 물가를 3%내외에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실업률도 3%대로 억제하며 약 5000억원 예산을 가지고 30만명 대상의 적극적인 실업대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복지정책의 경우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대표되는 성과를 강조하며 보다 안정적이고 정교한 운영을 위한 사회복지요원의 추가를 통해 '찾아가는 복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두회견과 때를 같이하여 나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1주년 평가는 성과보다는 문제점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평가는 민간의 전문가로 평가단이 구성되어 전국의 수급자와 탈락자, 사회복지전담요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생활보호 제도개선 별반 변화 없어
이 평가서에 따르면 종전 생활보호제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저소득층의 36.34%인 반면 변화없다는 의견이 20.7%,나빠졌다는 의견도20.2%로 나타났다. 수급자 선정기준 중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으며, 개선방안으로는 사각지대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제의 도입,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완화, 지역별의 소득 및 재산기준이 차별화, 가구규모와 특성에 따른 최저생계비를 조정해야 한다는 개선방안을 제출했다.

자활지원사업의 경우 근로소득 공제제도를 조속한 시일내에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달체계는 전담공무원의 증원에도 업무 역시 증가함으로 업무부담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2년까지 7,200명을 채용하기로 확정되었으나 부처간 비협조와 행정구조조정 여파로 전담 공무원 채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평가서에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기준 등은 수급자뿐 아니라 전담공무원에게도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의 3대 요구안이었던 ①지역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 ② 추정소득, 부양비간주제 폐지 ③ 교육,의료,주거급여의 현실화 등이 제도권 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생계급여 인상됐는데, 정부예산은 오히려 삭감?
특히 최저생계비가 3%인상된 4인가족 99만원으로 인상되었다고는 하나 2002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보면 작년 기초생활보장급여가 1,560,176백만원인데 비하여 올해 급여는 1,543,955백만원으로 162억원정도가 삭감된 금액이다. 여기에 작년 생계급여 예비비 450억을 포함시키면 올해는 610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배정인원은 2001년과 2002년이 똑같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생계급여는 인상되었지만 예산은 삭감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작년보다 추정소득의 책정 등이 보다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월 8일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며 안을 입법 예고했다. 2002년 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려던 소득공제제도를 2003년으로 전격 연기하고, 시범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것과 소득공제의 범위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소득공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수급자와 몇 만원 차이밖에 소득 차이가 없던 차상위계층이 수급자가 될 수 있으나 시행규칙을 바꿔서 수급자가 되어야만 소득공제를 해 주겠다는 것이다. 수급자가 되면 소득공제도 받고 각종 급여도 받지만, 몇 만원 차이로 수급자가 못되면 아무런 급여를 받지 못해 오히려 소득이 최저생계비 바로 아래에 있는 수급자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불균형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빈껍데기 '찾아가는 복지' 허구적
'찾아가는 복지'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내용은 작년의 평가에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예산이나 제도면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알맹이 없는 복지정책은 김대중정권의 마지막 카드처럼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김대중정권의 복지정책이 그나마 차악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며 찾아오지 않는 복지를 기다리거나 빈 껍데기만 있는 복지를 만찬이라 여기며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2002년, 빈껍데기로 찾아올 복지에 대해서 민중운동 진영의 계획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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