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opyleft 워킹보이스]
장마철도 아닌데 요 며칠 소슬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으로 시야를 가리고 고개 숙여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는 사람들로 분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털호텔. 화려한 호텔 정문 앞에서 십 여명의 중년의 여성들이 "비정규직은 파리목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손을 바르르 떨며 빗속을 버티고 있다.
바로 청소·경비전문 용역업체인 (주)순원에 소속되어 용역직으로 이 호텔에 근무하던 룸메이드 노동자들. 이들은 지난해 12월21일 (주)순원으로부터 2002년 1월1일자로 3명이 청소업무(public)로의 전환배치, 1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데 반발하여 10여 일째 출근투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호텔 경영상 이유, 불가피한 전환배치"
(주)순원쪽에 따르면, 호텔쪽이 경영상 이유로 (주)순원이 맡아오던 룸메이드 업무를 축소하겠다고 밝혀와 불가피하게 기존 룸메이드들을 전환배치하거나 계약해지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재팀(관리팀) 한동호 팀장은 "호텔로부터 업무를 위탁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호텔의 방침 변화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룸메이드나 일반 청소 업무나 어차피 업무 공간만 다를 뿐 같은 호텔 내의 같은 업무인데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룸메이드에서 야간조 청소업무로 전환배치 돼 밤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아침 출근 피켓팅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대부분 아이들이 있는 기혼 여성들인 우리들에게 매일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근무하는 상시 야간조에 배치한 것은 사실상 해고나 다름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번에 계약해지 또는 전환배치 통보를 받은 4명이 모두 노조 간부이거나 핵심 활동가들이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부장으로 있다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함복순(50)씨는 "납득할 만한 인사고과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계약해지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며 "또한 이번에 전환명령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4명이 모두 노조의 간부들인 만큼 회사측의 노조탄압 차원의 인사조치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계약해지나 근무형태 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순원은 지난 2000년 12월, 자신들이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던 10여명을 파트타임 형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했다. 당시 전환 명령을 받은 룸메이드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전국여성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분회를 결성했다. 이후 회사와 계속적인 협상을 시도, 결국 회사쪽으로부터 파트타임 전환 명령 전면 철회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그 후 1년, 회사는 다시 한번 건드려보기라도 하듯 노조 핵심간부 4명에 대해 계약해지하거나 룸메이드가 아닌 상시 야간조 일반 청소 업무로 전환명령한 것이다.
노조간부 겨냥한 표적 인사
노조는 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회사측에 보내 지난 14일, 1차 교섭을 가졌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경영권의 문제라 한번 정한 결정을 뒤바꿔 원직에 복귀시킬 수 없다"며 "하지만 추후 발생할 고용 관련 사항은 노조와 합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했다. 노조쪽은 현재 계약해지 되는 룸메이드 4명이 모두 노조간부인 만큼 '다음부터'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박남희 조직2국장은 "회사가 용역직 룸메이드를 집단 전환 조치한 것은 호텔측에서 룸메이드 업무를 축소하면서 기존에 근무하던 용역직 룸메이드들을 먼저 정리해 버린 것"이라며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고 되는 대상은 기존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라는 공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23일 2차 교섭을 앞두고 17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여성연대모임 학생들과 함께 집회와 피켓팅을 할 계획이며 계약해지와 전환배치가 철회되는 날까지 아침 출근투쟁과 선전전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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