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의 부패면허를 허하는 계약제"

교수들이 2002년의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지난 1월 21일 교수계약제. 연봉제 철회를 위한 전국교수투쟁본부(이하 투본)는 기자회견을 갖고 △개악된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즉시 무효화 할 것 △교수 계약제. 연봉제 철회 △대학지배구조 민주화를 위한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재정과 전임교원확보에 대한 대책 강구 등을 요구하며 시한부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고홍석 전국교수 투쟁본부 상임대표는 "지금 대학 사회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난 12월29일 국무회의에 기습적으로 통과 된 교수계약 연봉제 시행령이 대학 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며 특히 성과와 업적 평가 등이 합의되어 있지 않고 질적인 것보다 양적인 부분만을 강조하게 되어 학생들의 학습권 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번 "농성투쟁을 시발로 교수들의 투쟁이 큰 흐름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희대의 기만극 '교육공무원 임용령'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이 지난 12월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교육부가 계약제와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해 99년부터 진행해온 희대의 기만극의 종점이었다. 99년 1월6일 교육공무원법안을 졸속적으로 통과시키면서 교수인사제도 개선자문위원회에서 거의 논의되지도 않았던 교수계약임용제를 슬며시 끼워 넣었다. 첫 번째 기만극 이었다. 99년 8월에는 임시이사조항이 관심사였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사립대학교수임용제를 슬며시 끼워 넣었다. 두 번째 기만극 이었다. 2001년 11월 19일에는 얼론 플레이를 통한 기만극을 펼친다. 교육부는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대한 정상적인 입법예고를 회피하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교수계약 임용제가 교수의 경쟁력 제고와 우수교원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제도이며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재임용 절차를 보완하였다"라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12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에는 재임용 심사절차에 관한 내용은 온데 간데 없었다. 단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교육부 지침에 첨가되었을 뿐이다. 네 번째 기만극 이었다.

교육 공무원 임용령이 통과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다면 분명히 많은 문제가 보인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발생한 학내 분규는 교수 재임용 심사와 관련한 부당함으로부터 촉발 된 부분이 많았음에도 이런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20일 교수투쟁본부가 한완상 교육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문제는 확인되었다고 한다. 한완상 부총리조차도 '실력 없는 교수에 의해 실력 있는 교수가 퇴출당한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투본의 한 교수는 밝혔다. '실력 없는 교수에 의해 실력 있는 교수가 퇴출당한다'는 것은 대학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권과 재단의 하수인이 되는 교수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임용 평가의 근거 없이는 사학의 부패 조장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이용구 교수(경기공대)는 "부패문제로 들끓고 있는 전문대학의 경우 부패를 일삼는 재단의 전횡을 막아내던 교수들은 계약제로 제거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용구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경기공대는 "재단의 250억 횡령문제를 지적한 교수 12명이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고 한다. 이 대학의 재직교수가 총 40명이었으니 교수의 3분의1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이다. 결국 대학의 지배구조가 재단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금의 상황에서 계약제는 사학에 대한 비판세력과 견제세력을 제거 할 수 있는 강력한 '살인부패 면허'가 된다는 것이다.

교원신분불안정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황폐화.
그간 계약제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재임용이었다. 그러나 상시적인 계약제와 연봉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된다면 더욱 큰 문제는 '교육의 질이 담보 될 수 있는가' 이다. 경상대 서원명 교수는 "기업체도 아니고 운동경기도 아닌 교육에 대해 성과급이 1년, 2년 사이에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연구 잘하는 교수, 잘 가르치는 교수, 사회에 이바지하는 교수 등 교수의 역할이 다양하게 있음에도 공통된 평가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교원의 신분 불안정만 야기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사학에 잘 보이기 위해 연구와 수업의 질 향상보다는 교육을 기업체로 바라보는 사학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 "학생들의 학습권은 더욱 황폐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은 몇 년 전부터 대학에 불어오던 벤처교수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고 수업을 개발 해야할 교수들을 학교가 나서서 돈벌어 오라고 하는 것이다. 한신대 김상곤 교수는 "교육부가 2002년은 성과급, 2003년은 연봉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하나의 직종 전체를 연봉제로 하는 경우는 법적으로도 맞지 않으며 대단히 파쇼적인 발상"이라고 하였다.

한편 투쟁본부는 △ 1월21-23일 동안 민교협 사무실에서 집행부 시한부 농성에 돌입 △ 22일 ~ 28일간 교육부앞 1인시위 △3월부터 "교수계약제 강제시행 철회를 위한 교수 서명운동" △광고투쟁, 기고 활동 △투쟁본부 단식농성 등의 투쟁계획을 밝혔으며 이러한 투쟁에도 김대중 정부가 계약제와 연봉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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