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밀려오는 정리해고 폭풍, 정면으로 맞서는 것만이 해답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졌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태광산업에서 91명의 정리해고를 포함하여 507명을 강제로 쫓아낸 인력 구조조정이 성공한 이후, 이에 고무된 이 땅의 자본가들이 대대적인 정리해고 공세를 펼 가능성을 우리는 우려해 왔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태가 지금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만 오리온전기, 대림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흥국생명, 고합 등이 정리해고 문제에 맞닥뜨려 있다. 이런 추세라면 1월이 지나가기 전에 또 얼마나 많은 사업장이 추가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태광산업의 예에서 보듯이, 회사와 체결한 고용안정협정서는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 경영상태가 좋다고 비껴가는 것도 아니다. IMF 구제금융 시절,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정리해고가 우리 노동자들의 가슴속에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울산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에서만 1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강제로 쫓겨나갔다. 중소영세사업장들에서는 제대로 저항도 못해 본 채 수많은 노동자들이 쫓겨나야 했다.

정리해고 폭풍이 휩쓸고 난 후 3년 정도 그런대로 평온한 시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정리해고의 폭풍이 남긴 상처는 현장 깊숙이 남았다. 정리해고 자체가 안겨주는 두려움도 큰 것이었지만, 노동조합이 정리해고를 막아줄 수 없다는 패배의식 또한 컸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동안 돈이라도 최대한 벌어두어야겠다’는 식의 사고방식들이 현장을 지배해 왔다. 조합원의 열기와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는 노동조합은 갈수록 힘이 약해지고, 잠재적인 고용위기는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왔다.

그러나 그렇게 노동자들이 분열되고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어 온 결과로 이제 자본은 다시금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 시점의 정리해고는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여 자본의 위기탈출을 꾀하던 IMF 구제금융 시기의 정리해고와 다소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현 시점의 정리해고는 상시적으로 노동자에게 극단적인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서, 그만큼 더 악랄하고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자본이 상시적인 구조조정, 상시적인 정리해고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은, 앞서 말한 바처럼 정리해고에 대한 패배의식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이 너무나 개별화되고 노동조합이 너무나 무기력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밀려오는 정리해고의 폭풍 앞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패배의식과 개인주의를 떨쳐버리고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날선 투쟁과 연대의 의지를 곧추세우지 않는다면, 자본은 상시적인 정리해고를 앞세워 너무나 손쉽게 모든 노동자들의 삶을 완전히 구겨놓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전체 노동자의 역사를 놓고 보거나, 또한 개개인의 삶을 놓고 볼 때, 중대한 고비가 아닐 수 없다. 힘든 길이지만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면 정리해고를 이겨낼 방법은 없다. 정리해고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인간답게 살아남을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회피할 것인가!

태광산업에서 정리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요즘 매일같이 출근투쟁을 한다. ‘태광자본이 승리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기필코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처절한 의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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