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점포는 하나같이 질 좋은 서비스와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친절로 조금 비싼 듯 한 음식값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게다가 피자나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집에 가만히 앉아서 '1588-****' 만 누르면 30분 이내로 따끈하게 배달해 준다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밥 챙겨 먹기 싫은 일요일 오후면 그냥 수화기를 들고 만다.
통계청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외식산업이 10.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외식문화가 점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대형 음식점들은 그 수가 늘고 있고 배달 전문 점포까지 따로 개설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그 곳에 종사하는 외식업 노동자 수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외식업 노동자들 중 얼마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조활동을 하고 있을까?
지난 18일 국제식품노련(IUF·International Union of Food, Agricultural, Hotel, Restaurant, Catering, Tobacco and Allied Workers’ Associations) 아태본부와 민간서비스연맹(위원장 김형근)은 외식노동자의 조직화 및 노조활동, 외식노동자의 건강문제를 주제로 서울 신촌에 있는 카페 '민들레 영토'에서 워크샵을 가졌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서비스연맹과 산하 노조 간부들은 외식업 노동자들의 짧은 근속률 등으로 인해 겪는 조직화의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IUF를 통해 호주나 유럽, 미국의 외식노조 조직화 현황을 전해 듣고 이를 통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외식노조의 조직화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외식업계 90% 가량이 비정규직
외식업계의 특징은 △점포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고 △연중무휴, 야간영업 등으로 교대근무가 많으며 △비정규직이 거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고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데 있다. 또한 이직률도 심하고 근무하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직업이라기 보다는 직업을 갖기 위한 전단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기가 쉽지 않으며 결성된다 하더라도 조직력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미 노동조합을 결성한 피자헛, 도미노 피자, 파파이스 등은 모두 정규직만의 노조이고, 코코스노조는 정규직 노조로 출발했다가 지난해 단체협상 때 비정규직을 노조 가입대상에 포함시킨 유일한 경우다.
코코스는 IMF 이후 비정규직으로 1년간 일하다가 근무 성적에 따라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는 '인턴사원제'를 도입했는데, 노조가 지난 임단협 때 이를 개정하여 인턴사원들에게도 노조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1년 재직한 인턴사원 모두를 정규직화 하도록 했다. 그러나 코코스는 최근 모기업(신동방)이 워크아웃 상태이고 그에 따라 회사 경영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노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는 노조가 오픈샵(open-shop) 형태이고 조합원들의 다수가 이직률이 높은 배달직이어서 조직하기 힘들 뿐 아니라 노조 가입 후에도 얼마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둬 자연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가 많다. 도미노피자노조 김완신 위원장은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조합원 조직화나 교육에 어려움이 많고, 대다수 조합원들이 노조 간부가 되기를 기피한다"며 "단협을 통해 조합원 교육시간을 배정 받았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피자헛의 경우 사정은 조금 나아 보인다. 피자헛은 채용한 즉시 조합원이 되는 유니온샵이라 조직률은 높은 편이다. 또한 연장수당도 정확히 지급하고 콘도 이용 등의 복지혜택이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피자헛이 작년 360억 순이익을 냈고 이는 전년대비 순이익 증가율 36%가 넘는 것으로 볼 때, 그리 합당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피자헛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때 기본급 10.2%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는 "임단협 체결권이 노조에게 없다"고 억지주장을 펴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해 노조는 6월29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피자헛 역시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매장에 있는 조합원들을 모아내지 못했고 중간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다.
노조 장현신 사무국장은 "당시 총파업 주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직을 강요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해 조직력이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소모임 결성과 조합원과의 면담을 계속 진행하여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 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외식업 노동조합 현황 』
노조명 | 설립일 | 직원수 | 조합원수 | 전임자수 | 노조형태 |
코코스 | 1996.02.03 | 170 | 124 | 3 | 유니온샵 |
한국피자헛 | 1988.03.09 | 1,144 | 715 | 4 | 유니온샵 |
도미노피자 | 1999.02.08 | 120 | 13 | 1 | 오픈샵 |
워커힐호텔명월관 | 1999.11.11 | 79 | 35 | 법으로 인정 받지 못 함 | |
하나의 사업장에 서로 다른 고용형태
외식업 노조의 결속력을 쉽게 높여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 가운데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등의 비정규직 비율이 현저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조직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코코스노조가 비정규직 인턴사원들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코코스노조 백은욱 위원장은 "인턴사원이야 어차피 정규직이 될 위치에 있으니까 조직하기가 편하지만 수백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의 경우 워낙 연령대가 낮고 이직율이 심해 사실상 조직하기가 불가능하다" 고 말한다.
한국피자헛은 1,144명의 정규직과 약 2,000명의 계약직 직원, 그리고 주로 배달을 담당하는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는 많은 수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 파트타임이나 계약직은 노조에 가입해 있지 않다.
그러나 노조 장현신 사무국장은 "지난 노조의 임단협 투쟁 시 몇몇 비정규직 직원들이 결합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미리 해 둘 필요하다고 보고 노조에 비정규직 전담자를 두어 조직화에 힘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는 조금 이채롭다. 피자 배달 전문 업체인 도미노 피자는 처음 배달원을 채용할 때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배달원의 근속연수가 워낙 짧아 영업에 지장이 생기자, 6개월이 지난 계약직들은 포상으로 금반지를 주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제도를 두었다고 한다.
복수노조 조항에 걸려 지금까지 비합법 노조로 남아있는 워커힐호텔 명월관노조의 경우, 최근 호텔쪽이 직제개편을 하면서 외식사업부 명월관에 4가지 서로 다른 고용형태를 도입했다. 총 120명의 노동자 가운데, 40명은 명월관 직접 고용 계약직이고, 20명은 용역회사 2곳을 통한 용역직원이다. 또한 20명은 워커힐호텔의 정규직원이고 10명은 워커힐호텔에 소속돼 있는 아르바이트 사원이다. 지금까지 워커힐호텔 직원이 아닌 독립적인 외식사업부 명월관 소속 직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 온 명월관노조 조형수 위원장은 회사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끝까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비합법 노조로 남게 하려는 회사 측의 계획적 개편"이라고 비난했다.
기업별 노조를 넘어 단단한 산별 체계로 나아가야
IUF 아태지역 관계자는 한국의 이 같은 외식노조의 조직화 상황을 전해 듣고 "전 세계적으로 외식노조의 조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곳이 거의 없고 한국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호주나 유럽의 경우 기업별이 아닌 산업별로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노조로 조직하고 산별 단위로 교섭을 하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호주나 유럽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조합비 비율에 차등을 두어 정규직에게는 5-10% 선에서 유동적으로 징수하는 반면 비정규직에게는 1-3%에서 동결하여 납입하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수적으로는 절대적 다수이지만 수입이 적고 이직률이 높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 정부가 취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입장이 한국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도 신자유주의 정책 일환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늘려오고 있지만 한국이 그 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다"고 언급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여 승리한 호텔롯데노조 사례를 교훈 삼아 연대의 폭과 깊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외식노조간의 교류나 연결망이 부족한 듯 하다"고 지적한 그는, "메일이나 PC통신 등을 활용하여 소식지나 동호회를 만든다면 조합원에게 노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지도력을 양성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단위노조에 한정시키지 않고 노조와 노조간에 공동 사업으로 활용하면서 점차적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맹 박진희 조직부장은 "기업별 노조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을 관리하기 어렵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끌어안기가 힘들다"며 "기업별 노조간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