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월세 대란으로 휘몰아친 주거불안은 올해도 해소되지 않은 채,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강남에 투기열풍이 불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1-9월 도시근로자 가계의 전세부담지수는 '4.71%'로(98년 4.33%)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임대사업자들이 시중 이자율보다 높은 임대소득을 얻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서민들은 월급의 20-40%이나 되는 금액을 고스란히 월세로 지급할 수밖에 없어, 앉아서 감봉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의 주거불안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은 무늬만 서민주거안정대책일 뿐, 실상은 부실건설업체·임대사업자·투기수요층을 위해 서민의 주거안정·부동산의 생산적 이용을 희생키는 경기활성화대책을 22차례나 반복해왔다. 이로 인해 서민의 주거안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투기적 수요만 부양되었다.
최근 정부는 강남에서 나타난 투기열풍의 모든 책임을 사설교육기관에게 미루면서 △서울근교 그린벨트 해제와 아파트 10만 가구 공급 △무주택서민의 주택구매자금·전세자금 지원확대 △임대사업자의 신축주택 구입자금지원 및 국민주택기금 변경안 마련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의 주택시장 안정대책도 △주택시장에서 시세차익·매매차익만을 노리는 투기수요와 실수요자를 구분하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는 점 △주택의 소유편중을 심화시킨 임대사업자 지원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 △투기세력에 대한 제도적 규제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기적 수요만을 부양할 뿐 서민의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먼 기존 대책의 재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주택시장 안정대책 역시 다음과 같이 3가지 측면에서 밑빠진 독이란 오명을 벗기 어렵다.
첫째 이번 대책은 투기적 수요를 규제하기는커녕, 국민주택기금으로 임대사업자에게 신축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여, 실수요자인 무주택자의 주택소유와 주거안정을 결과적으로 뒷전으로 미뤄 놓았다.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먼저 정부가 실수요자·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주택시장에서 자금 동원력이 큰 투기적 수요를 규제해야 실수요자에게 공급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는 "주택보급률 100% 달성" 운운하는 허상으로 애꿎은 무주택서민들을 우롱해선 안된다. 2001년 주택보급률은 96%에 달했지만 서민들은 1년 내내 전세난과 과중한 월세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원인도 밝히지 않은 채 정부는 이번에도 주택 55만 가구를 공급해 100%를 달성한다고 한다.
필요한 곳에 주택이 공급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주택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택보급률 100%가 달성된 상황에서도 전세란으로 뒤통수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무주택서민을 과도한 월세이율 부담에서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대책은 임대료규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 사후약방문격인 전세금 지원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얼마 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나마 유일한 세입자 보호장치라고는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불과하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로 한정된 월세이율상한제는 세입자갱신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2년 법정임대기간이 끝나면 법적으로는 이번에 신설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법정임대기간에 월세월세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대책엔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핵심인 택지수급방안이 결여되어있다. 환경파괴·난개발 등 단기적인 택지수급계획만 있지, 안정적으로 공공임대주택건설에 사용될 토지를 매입할 방안이 없다.
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법은 분양권 전매허용 및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등 투기세력을 옹호하는 부동산 정책을 폐기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이다. 실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크게 다음과 같은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첫째, 무주택 서민의 주택보유기회를 박탈한 주택청약예금·부금 가입자격 확대 및 국민주택 재당첨 제한기간 폐지와 분양권 전매금지 등의 조치를 철회하여 투기적 수요를 규제해야 한다.
둘째, 국민주택기금의 설립목적에 맞게,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주거안정에만 기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민간 건설업체·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공공기관을 통한 토지 장기임대제·공공임대주택 건설확대를 통해 토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대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개정된' 주택임대차 보호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월세산정 기준금리제가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세입자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포함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사용자에겐 보유세를 인하하는 반면, 임대사업자에게는 양도세와 상속증여세를 대폭 누진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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