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한 갑당 9백원 세금도 모자라, 건강보험재정 담배값으로 채우려 하다니"
1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안이 통과되면서, 다음 달부터 솔을 제외한 담배값이 한 갑당 200원 인상될 예정이다. 이 담배값 인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 쪽에서는 흡연률을 줄이고, 파산난 건강보험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찬성 의견을 내놓고 있고, 한 쪽에서는 흡연자들이 봉이냐며 비판하고 있다.
담배값 인상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해둘 점이 있다. 담배는 기호품도 아니고, 마약도 아닌 독약에 가깝다는 것이다. 필자도 애연가이긴 하지만,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검증된 바이다. 따라서 "기호품에 대해 국가가 규제를 가한다"는 식의 비판은 타당성이 거의 없는 얘기이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책임이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담배값 인상이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인 맥락에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값은 간접세의 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4년 이후 2년에 한번 꼴로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신설돼 담배에 덕지덕지 부과되면서 담배 한갑당 60%가량이 세금으로 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 담배는 1갑당 소비세 510원, 교육세 255원, 부가가치세 130원, 폐기물부담금 4원, 건강증진기금 2원 등 모두 901원이 붙어 담뱃값의 69.3%가 세금으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여기다가 200원을 더 붙여 이 중 150원을 파산난 건강보험재정을 메꾸는 데 쓰겠다고 한다.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꼼꼼이 뜯어보면,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흡연률을 낮추기 위해 담배값을 인상한다는 정부의 논리가 허구임을 알 수 있다. 지난 1988년, 정부는 민중들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여 지역의료보험료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오히려 해마다 국고지원률은 감소하여 작년에는 2%로 곤두박칠쳤다. 이에 대해 민중운동단체들이 오랜 시간동안 끈질기게 지역의료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50% 법제화를 요구했고, 지난 1월8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40%는 국고에서 대고, 10%는 담배값 인상을 통해 댄다는 것이 법제화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40%만 국고에서 대고, 10%는 담배값 인상을 통해 대야만 하는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조세 중 간접세의 비율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간접세에 많이 의존할수록 형평성이 침해당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가진 자들의 소득파악이 힘든, 아니 소득파악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부는 세금이 필요할 때마다 술이나 담배에 건강을 헤친다는 핑계를 대며 온갖 간접세를 붙여왔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 파산난 건강보험재정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간접세를 덧붙이기 이전에, 직접세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싶은 정부라면, 흡연률을 낮추려고 담배값 따위를 인상하기 이전에 국민들의 생존자체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부터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시도하고, 건강보험 재정마저 분리해 보건의료정책을 파탄내고 있는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운운하며 담배값 인상으로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를 얘기하고 있으니, "애연가들이 봉이냐?"는 담배값 인상 반대 캠페인이 벌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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