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세금내라!

지난 18일(금), 한·미 군당국은 서울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를 수도권 일대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대체부지로 거론된 서울 송파, 성남 등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쪽 쓰레기 더미를 저쪽으로 옮기는 일에 누군들 환영의 뜻을 표할 것인가. 당연하다.

게다가 미군 측이 제시한 이전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이전이 아니라 영구 주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한다. 미군은 현재의 용산 기지보다 20만평이 넓은 100만평을 대체 부지로 요구했고, 한국 정부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용산 기지 안에 건설할 아파트 건설 비용도 분담하라고 한다.

지난 90년에도 용산 기지 이전에 대해 우리 정부와 미국이 합의했다가 미국이 엄청난 이전 비용을 요구해 무산된 일이 있었으니, 똑같은 속임수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군기지가 환경오염, 인권침해, 각종 범죄 등으로 지역 주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다 알려진 마당에 새롭게 수도권 요지 100만 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용산 기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이전하기로 합의까지 한 마당에, 그 땅에 평당 몇 백만 원씩 들여 몇 십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호화 아파트를 짓는 건 무슨 논리인가.

‘북한의 전쟁발발 위험을 억제한다’는 미군의 주둔 명분은 이미 희석된 지 오래다. 미군의 외국 주둔과 평화수호전략이 자국의 이해와 패권주의 때문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일이다. 이 사회 수구세력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전쟁의 공포’보다, 주한미군 때문에 당하는 고통과 공포가 더 크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체험했고 또 알고 있다. 독극물을 쏟아내는 용산 기지가 그랬고, 매향리가 그랬고, 기지촌이 그랬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한, 기지가 수도 서울을 벗어나건 기지 수가 줄어들 건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은 주한미군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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