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치아같은 평등한 사회 왔으면 좋겠어"

결명자, 구기자 등을 팔며 생활하고 있는 노점상 한기원(58·영등포·사진1)씨는 요즘 치통 때문에 입맛을 잃었다. 한씨는 어렸을 때는 치과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치아가 건강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일.

"20년쯤 됐을 겁니다. 시장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서 폭행을 당했어요. 앞 이빨 4개가 부러졌죠. 나중에 합의금을 받았는데 어디 치과부터 가게 돼나요. 일단 생활비로 썼어요. 치과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가질 못했어요. 10년 동안 이빨을 해 넣지 않고 살았어요. 이빨 4개를 새로 하려면 몇백은 우습다고 해서 차일피일 미뤘죠."

하지만 한씨는 부러진 치아를 계속 방치 할 수 없어서 결국 2백만원을 주고 치료를 받았다.

"치과는 그때 처음 갔었던 거죠. 그 이후론 아직 한번도 안갔어요. 지금 어금니 속이 다 빵구가 났는지 계속 아픈데 치과를 가지 않고 있어요."
한씨는 아내가 자궁암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치료비가 많이 '깨질' 치과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씨가 몇 년 전에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아팠을 때, 덜컥 겁이 나서 병원을 찾았던 것과 비교된다.
"마누라가 자궁암에 걸려서 8년째 치료를 하고 있어요. 치과에 들어갈 돈이 어디 있어요. 장모님도 이빨이 좋지 않아서 틀니를 해야 하는데 치료를 못해 드리고 있어요. 형님도 그렇구요."

한달에 50만원을 번다는 한씨가 치아 치료를 받을 순번은 아직 멀었나 보다.

"배추김치는 먹어도 깍두기는 못 먹지. 다른 음식은 그냥 입에 넣고 있다가 넘기면 돼. 10년전부터 이래서 지금은 별 불편한 거 없어."
방성남(87·인천 계양구·사진2)할아버지의 치아는 '씹는'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10년전에 치아를 해 넣었지만 지금은 모두 탓. 불편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요즘은 씹지 않는 것이 습관이 돼서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치과에 가 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아느냐"는 질책 섞인 꾸지람이 이어졌다.

김정복(72·강서구·사진3)할아버지는 몇 년 전인지는 기억을 못하지만 "한림대학교 병원에서 3백만원을 주고" 치료를 받은 기억만큼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김할아버지의 치아는 남아있는 치아보다 없어진 치아가 많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둘씩 흔들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사라지는 치아를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형편.

"늙은 사람들은 이빨 하나 빠지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지. 이빨 빠지는 거에서 죽을 때가 됐다는 걸 생각하거든. 돈 없는 늙은이들이야 이빨 빠지면 그걸로 끝이지. 그런 생각하면 힘이 없어. 정부에서 틀니는 꼭 보조를 해 줘야 하지 않겠어. 허기야, 그러면 의학협회에서 가만있겠어."

김공진(86·강서구·사진4)할아버지는 치아와 치아사이가 구별이 안될 정도다. 모여있는 치아는 한눈에 보아도 함몰되기 직전이었다.
"나도 옛날에 치료를 받았어. 치과에 1백20만원 주고 받았을 거야. 그것도 아마 근 한달 동안은 치료를 했을 거야. 또 받을 생각은 없어. 돈만 나가는 거지. 1천만원은 줘야 이빨 걱정없이 살 수 있다고 하던데."

김종윤(79·용산구·사진5)할아버지의 치아는 이제 단 하나만 남았다. 치아가 몇 개라도 남아있을 때는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빠질테면 빠지라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할아버지의 하나만 남은 치아는 이미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뭐, 이거 하나 남은 거 빠지면 어때. 이빨 하나 있다고 뭘 먹을 수 있겠어. 아니 이빨 하나로 뭘 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이거 없어도 상관없어.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거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치료를 하겠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니까 불편하지 않냐고? 어차피 고기 사먹을 돈도 없어."

태그

고른치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