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보]대우차 산곡성당지도부 경찰출두

성명서

조합원 동지 여러분!

작년 10월 15일 직무대행을 선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을 표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서 지면으로나마 동지 여러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노동조합의 17대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의 권익과 노동조합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해왔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회사가 부도처리되었고 1,750명의 정리해고자가 발생하였고 4월 10일에는 국민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경찰폭력 만행도 있었습니다.

작년 2월 19일 공권력 침탈로 제가 회사 밖으로 밀려나온 지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김일섭위원장
공장 안에는 아직도 대규모 경찰 병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공장 문에는 흉물스러운 컨테이너가 문을 틀어막고 있어 출, 퇴근마저도 자유스럽지 못한 상태입니다.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창원지부, 군산지부, 정비지부, 부산지부, 동래지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제가 17대 위원장에 당선된 뒤로 바쁘다거나 또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일일이 챙겨주지 못한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조에서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하자 본조와 지부를 넘어 투쟁의 열기를 모아주고,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하여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자유로운 몸이 된다면 그때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지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고 험난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노예와 같은 삶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부 조합원 동지여러분들의 열정을 모아서 반드시 특별단체교섭을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법인의 분리와는 상관없이 단일노조로 나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GM의 제너라는 부사장도 상호 주장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면 임금 등 노동조건을 차별화 할 수밖에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분열은 죽는 길이고 단결은 승리와 희망의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전, 현직 간부 여러분!

우리는 분열의 결과를 명확히 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의 모습들입니다. 분열

△김성갑 수석부위원장
과 갈등 그리고 반목과 질시를 넘어서 단결의 길로 나가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는 것은 분명히 입증되었습니다.

우리는 강인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뭉쳐 특별 단체 교섭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촉구합니다. 더 이상 산곡동 성당을 탓하지 말고 노, 노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특별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길 바랍니다. 또한 GM과의 본 계약협상에서 대우차의 생존과 대우차 구성원 전체의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을 하기 바랍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대우차 투쟁과 관련하여 구속 수감되었던 전국의 노동형제들이 100여명이 넘습니다. 최근에는 기아 자동차의 4명의 동지들이 대우자동차의 투쟁을 연대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대우차의 정리해고에 맞서 지역과 공장의 벽을 뛰어넘어 자기들의 일인 냥 헌신적으로 투쟁했던 전국의 노동 형제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수배자의 신분으로서 투쟁에 결합을 하지도 못했고 그저 눈으로 지켜보면서 심정적인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점은 제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갚아야 되고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금 노동조합은 강인희 사무국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되어 노동조합의 조직력

△박재근 부위원장
을 복원하고 회사와 특별 단체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인희 사무국장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자 "산곡동 성당의 꼭두각시가 아니냐" "직무대행의 권한이 어디까지냐" 는 둥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억측들이 뒤따랐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단언하건대 직무대행 체제 부담을 주는 내용이나 발언들을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나 현장의 일각에서는 특별단체교섭이 난항에 빠지자 산곡동 성당 지도부가 사주를 했느니, 판을 깨고자 한다느니 하면서 노동조합과 산곡동 성당지도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작태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유언비어들은 전혀 사실무근인 것들로서 제고의 가치조차 없는 것들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께서는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회사와 현장의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풍문들을 불식시키고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 특별 단체 교섭을 승리하기 위해 중대 결단을 하고자 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위원장인 저와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전 쟁의부장, 전 조직2부장 그리고 대우차 투쟁을 지지 엄호했던 공투본의 3명의 수배자가 경찰에 출두하기로 하였습니다. 2월 5일 15시에 산곡동 성당에서 노동조합까지 도보로 걸어올 것입니다. 투쟁의 끝을 보지 못하고 출두를 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언제나 투쟁의 현장 그리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 곁에 있으며 투쟁의 끝을 지켜보겠습니다.

조합원 동지여러분!
제가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시작한지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1년 동안은 제가 10년을 살아도 겪어보지 못할 엄청난 일들이었고 시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후회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1여 년의 시간이 저에게 남겨 준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크나큰 경험이었고 억만 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값진 교훈

△박선목 조직부장
을 얻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1년의 과정 중에서 시련과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배웠고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 그리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당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이제 저와 산곡동 성당 수배자들이 출두를 하면 여러분들과 만날 시간들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저와 수배자들은 시간이라는 산술적인 개념과는 상관없이 반드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비록 저는 여러분과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조립사거리에서 태웠던 투쟁의 열정을 가슴 한편에 움켜쥐고 함께 하겠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작년 한해에 있었던 굴욕과 치욕, 허탈감을 거울삼아 임오년 한해에는 희망을 만들어 가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강인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일치 단결하여 특별 단체 교섭에서 승리하여 대우차의 생존과 생존권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 2. 5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 김 일 섭


△김창곤 쟁의부장


천막농성을 정리하며
- 정리해고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 -


1750명이나 되는 사상 초유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전개하다 중무장한 전투경찰에 밀려 정든 일터를 뒤로 한채 이곳 산곡성당 피정의 집에 텐트농성을 시작한지 어느새 일년여!

성당에 걸었던 대형플랜카드의 색이 바랠 정도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일년을 다 못 채운 오늘 우리는 농성 투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텐트농성에 돌입한 이후 우리는 공장안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많은 사건들을 몸으로 부대끼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공장에서 밀려난 바로 그 다음날 전국의 노동자들이 부평으로 모여들고 급기야 김대중 정권 들어 최초로 화염병까지 등장하면서 공장 정문까지 진출하는 가슴 벅찬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국 노동자들의 연대로도 중무장한 전투경찰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공장이 정상화되는 날 우리 정리해고조합원을 중심으로 가족까지 포함하여 공장에 출근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정리해고자와 가족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발을 동동 굴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속에 잊지 못할 사건으로 남아있는 것은 4월 10일 경찰의 폭력만행일 것입니다. 노동조합출입이 정당하다고 하는 법윈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자신들의 법조차 무시한 채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전혀 무방비 상태인 조합원들을 곤봉과 방패로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당한 후유증으로 인하여 아직도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다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농성투쟁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전체 투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새롭게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하여 성당 농성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일정정도 교착 상태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은 직대 체제를 중심으로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특위 역시 노동조합을 거점으로 지속적으로 철농을 포함하여 강도높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지금 현재 우리의 주요한 거점은 이곳 성당이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현장내에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조합원들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정리해고 조합원 역시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실질적 행동이 중요한 것입니다. 바로 노동조합을 거점으로 현장의 조합원과 정리해고 조합원들이 하나로 뭉치고 투쟁하는 기풍을 세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인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곳 성당 지도부 역시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인 성당 농성을 더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곳 농성을 정리하고 될 수 있는 간부들은 가능한 빨리 조합원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복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곳 농성의 정리에 대하여 많은 정리해고 조합원들이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정리해고자의 복직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답변도 얻어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농성을 정리한다고 하는 것이 정리해고 투쟁까지 접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리해고 조합원들도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정리해고 투쟁을 더욱 완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곳 성당을 의지하기보다 오히려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과 어떻게 같이 하는 길을 찾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농성장을 세우고 그리고 정리하는 순간까지 끝까지 우리에게 관심과 노고를 기울여주신 천주교 측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2002. 2. 5
산곡성당 피정의 집 농성자 일동


농성투쟁을 정리하며 (대우자동차 공투본 김 혁)

'퇴진 김대중 정권'이라는
플랜카드의 색이 바래고 너덜거리도록
흘러가버린 세월을 묻으며
우리는 오늘
또 하나의 결단을 내린다.


그동안 정들었던 텐트며 취사도구들
소일거리로 길러왔던 토끼, 닭, 고양이들
작지만 우리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족구코트등


어찌 이뿐인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막일판을 전전하고
되지도 않을 싸움 때려치우라는
아내들의 푸념조차
소주 한 잔으로 집어삼키며
묵묵히 투쟁의 현장으로 나서야하는
정리해고자들의 절망에 가득찬
분노와 원성들


이 모든 것들을 잠시나마 털어버리고
성당을 나서고자 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체할 수 없도록
복받쳐흐르는 눈물은
투쟁을 접어야 하는
패배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십수년을 일해온 공장에서 쫒겨나고
그것도 모자라
벌거벗은 맨몸뚱이로
전경의 군화발과 방패에
무참하게 난타당해 찢겨가면서도
또다시 싸움터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서럽고 분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앞에 주어지는 것은
향기로 가득찬 꽃다발이 아니라
재판과 징역속에
고난의 길이 연속될 수밖에 없는
푸른 월계관일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
수많은 선배노동자들이
한번쯤은 다녀온 길
무수한 패배와 좌절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싸울 수밖에 없다고 일깨워준
투쟁의 길

그래서 우리가 이 곳 농성장을 정리하는 것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출발일 뿐이다.
이미 올려진 정리해고 분쇄투쟁의 깃발이
대우자동차를 넘어 공공부문으로
그리고 가장 많은 착취속에 허덕여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까지
노동해방의 기나긴 여정에
끈질긴 투혼으로 불살라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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