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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 앞' 정리해고철회를 주장하는 경기보조원들
지난 25일 수원법원 앞. 노동조합 조끼와 머리띠를 매고 있는 젊은 50여명의 여성들이 "부당해고를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관악리베라 CC의 모기업인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의 40억 도박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릴 예정인 이 곳에서, 회사가 6명의 경기보조원들을 계약해지 한 것에 대해 경기보조원들이 항의 집회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노동조합 조끼가 조금씩 다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88CC분회" "민간서비스연맹 한성CC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관악리베라CC지부" 등 각기 다른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정리해고 중단" "경기보조원 근로자성 인정"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집회 이후 신갈의 민주노총 용인지역본부 사무실에 모여 연대회의를 가졌다.
그 동안 경기보조원들이 각각의 사업장 사안에 따라 타 사업장 경기보조원노조의 집회에 연대하여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용인, 오산 등지의 경기보조원노조의 집행부가 이들의 공동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포백 도입과 정리해고는 같은 선상에 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최근 행정법원에서 경기보조원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도 아니라는 보수적인 판결이 내려지면서, 각 사업장에 공통적으로 가해지는 사측의 조합원 정리해고 등의 노조 탄압에 대한 대응과 포백시스템(자동카트로 운영되는 시스템) 도입에 관한 문제점 등 크게 두 가지였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사안이 개별적으로 나타나지만 똑같이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 부인'이라는 같은 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포백(four bag)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한 명의 경기보조원이 4명의 내장객을 보조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시스템은 2명을 관리하는 투백(two bag) 시스템이다. 포백으로 가면 한꺼번에 두 배의 백을 나르며 경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투백 때 쓰던 손으로 끄는 수동 카트는 쓸 수가 없고, 자동차처럼 직접 운전을 하는 전동카트를 써야 한다. 현재 88CC를 비롯, 대영CC, 한성CC 등이 부분적으로 이 포백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새로 지어지는 골프장들은 모두 포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필드에 전동카트 레일을 설치하고 있다.
새로 짓는 골프장이야 그렇다 치고 시스템을 바꾸자면 골프장 전역에 전동카트가 지나갈 수 있는 레일을 깔아야 하고 전동카트를 구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얼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는데 당연히 인건비 절감에 목적이 있음을 짐작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인건비도 절감된다.
실제로 한성CC는 경기보조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회사는 경기보조원 208명 전원을 해고하고 전자동시스템을 통한 '노(no) 캐디'를 선언했다. 캐디 없는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성CC에는 분명히 캐디가 경기보조업무를 다시 하고 있다. 물론 260여 일 동안 천막농성 및 출근 투쟁을 통한 노조의 성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경기보조원 없이는 원활한 골프경기의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친선골프를 즐기는 소위 말하는 '부유층'들은 내장객 2명에 대해 경기보조원 한 명이 보조하는 투백시스템을 즐긴다. 코스를 꿰고 있는 전문 골퍼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코스안내를 성실히 해주는 서비스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일출에서 일몰까지 얼마나 많은 내장객을 받느냐가 이윤창출의 관건인 만큼 한 홀에서 6분에서 10분 사이로 내장객이 바로바로 빠져줘야 그만큼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주말에 골프장 이용료가 1인당 1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볼 때 사실상 캐디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보다 빠른 경기진행과 질 좋은 서비스로 내장객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손쉬운 수익증대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비싼 전동카트를 사들이고 바닥에는 레일공사를 해 가며 포백시스템을 도입하려 하는 것일까?
이 점은 전동카트를 운용하는 방법에서 알 수 있다. 현재 포백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골프장은 전동카트를 회사가 직접 구입하고 경기보조원이 조작하도록 하고 있다. 입장객에게 받는 카트 대여비도 모두 회사 수익이다. 그런데 전동카트 조작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경기보조원에게 있고 카트에 대한 수리비도 경기보조원이 부담한다. 그동안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 여부를 놓고 노동부와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아직까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처하고 있는 경기보조원들은 경기 중에 골프공에 맞거나 카트에 다리가 끼는 등의 사고를 당할 때에도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어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는커녕 치료비도 본인들이 부담해 왔다. 전동카트라면 자동차처럼 탑승해서 운전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사고는 수동카트를 쓸 때보다 훨씬 잦을 것임에 틀림없다.
88CC 노조 김경숙 사무국장은 "회사가 전동카트 관리에 관여된 모든 책임을 경기보조원에게 떠넘김으로써 대여수익과 관리비를 동시에 착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리형태를 통해서 원천적으로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려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경기보조원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회사측은 '골프장 자동화'를 구실로 경기보조원을 계약해지 하고 있는데, 이를 노조에서는 '정리해고'로 보는 반면 회사는 노동자성을 부인하며 '경영상 이유에 따른 계약해지일 따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적 대응 밖에는 방법이 없다!
경기보조원의 조직적 연대를 논의하고..
한화플라자CC노조가 지난해 9월 행정법원으로부터 "캐디를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상 골프장 측은 이들이 설립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이후 경기보조원 노동조합들은 사실상 회사측으로부터 노조활동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기보조원 노조들의 회의에서 이영화 한성CC노조 전 지부장은 "앞으로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기보조원노조에 대해 회사는 계속해서 교섭해태나 거부 등의 행태를 보여 줄 것"이라며 "현재 경기보조원 노조들이 상급단체가 각기 다르고 노조 내부상황도 많이 다르겠지만 한결같이 근로자성 시비와 그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만큼 전체 경기보조원의 투쟁으로 공동대응 해 가자"고 말했다.
이날 3개 경기보조원 노조는 지금 닥쳐있는 관악리베라CC의 복직요구건은 물론이고 경기보조원 근로기준법 적용요구와 고용안정요구 등은 계속하여 연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각각 사업장의 현안 등은 긴밀히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경기보조원의 조직확대에 힘 쓸 것을 다짐했다.
현재 해고상태인 양도영 관악리베라CC노조 교육선전부장은 "법적으로 대응이 힘든 만큼 어차피 이젠 조직적 대응밖에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절박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날 40억 내기 골프와 도박 혐의로 기소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은 재판에 출두하지 않았다. 집회 후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원 문을 들어섰던 관악리베라CC 조합원과 해고자들은 재판이 연기되었다는 허탈한 말만 듣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26일, 관악 리베라CC 조합원 4명이 모두 추가로 계약해지 당했다. 이미 '노조의 집회에 참가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협박을 해 온 회사쪽은 25일 수원지방법원 앞의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집회 참가자 4명을 꼭 집어 다음날로 계약해지를 한 것이다. 명백히 노조활동에 대한,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지만 지금의 경기보조원들은 역시 '합법적으로' 해고를 당한다. 노동자가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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