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겐 ‘재앙’, 외국기업만 살찌워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요금 14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놀라서 다시 보았을 스티커의 내용이다. 과장이 아니다. 공기업인 철도가 민간 기업에 팔리게 되면 곧 닥칠 현실.
정부는 노동계와 경제학자는 물론 전문가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산업이라 해서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철도와 전기, 통신, 가스 사업 등을 민간 기업에 팔기 위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기간산업 하나도 안남을 위기
어떻게 국민 경제의 대동맥을 끊는 작업이 이처럼 착착 진행될 수 있는 것일까? 본격적인 민영화정책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87년 ‘공기업민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이때부터 국민은행, 포철, 한전 등의 정부보유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공개하였고,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다시 논의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재임 기간 동안 민영화는 대대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다가 97년 9월 정권 말기,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진 틈에 한국통신, 한국전력,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등의 민영화 방침을 정한 <공기업 경영혁신 및 민영화 특별법>이 여야담합으로 처리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미완에 그친 공기업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로 넘어오며 4대부문(금융·기업·공공·노사)개혁의 일환으로 발빠르게 진행되었다.
정부는 98년 2월 출범 이전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려다 미완에 그친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를 비롯, 인력감축, 임금축소, 복지축소 등을 핵심 의제로 삼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검토하였고, 98년 7월 <1차 공기업 민영화 추진 계획> 8월 2차 계획 등을 통해 강력한 민영화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관철했다.
이 결과 국정교과서와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대한송유관 등 6개 공기업 민영화가 완료되었으며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5개와 자회사 36개가 올해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진행 중이다.
김대중 정부는 여기에다 국영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까지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켜, 만약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기간산업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해당 기업 노조들은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결성하고 ▲민영화 및 해외매각 철회 ▲공공부문 인력감축 중단 및 노동조건 개선 ▲기간산업 민영화에 대한 TV토론 실시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고 민영화를 강행하려고 하자 공투본은 이같은 대정부 요구안을 내걸고 25일 파업을 선언했다.
IMF이면합의 의혹 불거져
10년 동안 진행해도 힘들었던 민영화가 유독 김대중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조차 “정부 수반이 대개 신자유주의자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과거와의 연속성을 따져보더라도 지금 정부는 너무 빠르게, 한 마디로 파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김성구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는 “IMF 이면합의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 하다”고 한다. 즉 현재의 추진력이 나라 밖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의미.
실제로 ‘이면합의 의혹’은 지난 해 2월 19일 산업자원부 상임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이 제기한 문제가 한 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면서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안 의원은 “한미투자협정에 관한 문서를 검토해본 결과 한국전력의 발전부문 해외매각 및 전기사업 해외개방은 미국에 의한 굴욕외교의 결과몰”이라며, 현 정부의 구조조정, 특히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미국이 감독하고 한국이 조연한” 미국의 사전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98년 12월 한미투자협정 문서에 의하면 미국은 “공기업 민영화 시 최소단계의 정부지분 10%에 대해서만 내국인에게 우선 배정하고 잔여분은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며, 그 이후 단계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완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부는 한 달 후인 99년 1월 협의에서 한국전력,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의 4개 기업과 핵발전, 송전분야 등 2개 사업으로 유보대상을 한정한 안을 내놓았다. 포항제철은 2000년 외국인 투자지분 54%를 넘기며 민영화되었다.
민영화되면 요금 인상 불가피
실제로 민영화가 추진 중인 공기업은 대부분 해외매각될 지경에 놓여있다.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기업을 운영할 만한 국내기업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한국통신만 하더라도 민영화 촉진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 공포되면서 외국인 주식소유한도가 33%에서 49%로 늘어났다. 한 나라의 골간을 이루는 사업들이 외국기업에 넘어갔을 경우 어떻게 될 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법.
전기나 통신, 난방 등을 정부가 운영하는 것은 ‘공공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이 운영을 하게 되면 손해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전문가들은 민영화가 되면 도시가스 요금은 400%, 전기요금은 100%이상 인상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간과할 수 없는 또 한가지 문제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다. 이미 민영화 과정에서 13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을 잃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민간기업으로 전환해야 경쟁 원리에 따르게 되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구 교수는 “공기업 대부분은 독점 기업”이라며 “민영화되면 국가독점에서 민간독점으로 바뀌는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다 민영화됐지만 계속 독점기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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