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이호동위원장 스타트는 느려도 스포트는 강하다

파업투쟁 13일째. 발전노조의 파업투쟁에 자본가들도 놀라고 노동자들도 놀라고 있다. 지난 27일 소리없이 사라진 조합원들은 방방곡곡에서 사이버 투쟁으로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고 심지어 정부와 자본은 홈페이지를 폐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들의 주된 구호 '질긴놈이 이긴다'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D+13일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다.

발전파업투쟁 13일째 되던 날 명동성당 천막에서 이호동 위원장을 만났다. 이렇게 조

▶인터뷰내내 여유로움을 보였던 이호동위원장*조바심이 난건 정부와 사측이다
합원들을 철저히 믿는 위원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아직도 서울대에서 헤어지면서 조합원들과 했던 약속만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위원장 복귀명령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조합원들의 '투쟁' 목소리. 그 약속은 현재이며 발전노동자들의 미래였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것은 조합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 위원장과의 천막안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13일째가 되었는데도 계속 뿜어 나오는 그의 여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이 위원장이 한번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참세상이 받은 느낌은 '발전매각 철회 없이 복귀명령은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는 느려도 스포트는 강하다."
싸움을 진행하며 들었던 고민이 수없이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호동 위원장은 "제

▶일을 시작할때는 많은 생각을하느라 느리지만 한번 결심하면 끝까지 간다는 이호동 위원장
가 스타트는 느립니다. 그러나 스포트는 강합니다"라고 은유적인 표현을 했다. 그는 달려가기 전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등치는 작지만 그런 배짱은 있다"고 부연한다. 이 위원장은 이번 투쟁의 의미나 역사적 평가는 나중에 받으면 되는 일이고 투쟁 목표는 전부 요구 조건에 담겨 있으니 일단 투쟁만 보고 달려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전 투쟁의 운동사적 위치는 나중에 평가받겠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 천번씩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런데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생각이요? 별거 없습니다." 옆에서 누가 한마디 던진다 "철면피여". 이 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다만 투쟁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습니다. 파업을 승리로 이끌고 현장 복원을 위해 월드컵을 보며 6월말까지 여기 버틴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잡혀 들어가면 내년 2월25일 파업 일주년에 맞추어 차기 대통령 취임 특사로 나온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파업이 길어지면서 월드컵은 볼 수 있으나 파업 1주년 특사로 나오는 것은 자신이 없어 졌습니다. 그 부분만 빼면 걸릴 것이 없습니다."(웃음)

자본과 정권은 '국가 전복세력이니 뭐니'하고 있는데 파업승리하고 나서 느긋히 월드컵 보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만한 배짱이니 5600여명이 죽어라 믿고 싸워볼만 하다 싶을 정도다. 여기에 그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저는 위원장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다하고 조합원들에게 명령만 충실히 내릴 뿐입니다."

"협상을 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나올 텐데 그런 부분에 흔들린 적은 없었는가?"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해 더욱 까놓고 물어 보았다. "크게 고민할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역시 대답은 간단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했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내용들이었죠. 이 정도 요구 조건이면 됐다 싶은 안이 나오면 찬반투표를 할 계획을 가지고 처음에 투표용지 1만5천장을 준비했지만 내어놓은 안은 전부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눈이 높아서 그런지 않 되겠더군요. 그렇다고 교섭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죽 내용이 없으면 정부가 파업을 유도 했다고 주장하겠습니까?"

정부와 사측의 교섭 태도에 대해 이 위원장은 "노사관계를 파탄 내려고 작정한 사람들"이라 표현했다. 정부와 중노위의 처분만 바라는거 아니냐 할 정도로 '무능한 경영진'이라는 것이다.

"제가 한일은 파업선언 한번 때깔 나게 한 것뿐"
- 조합원들에게 사육되는 위원장

인터뷰 도중 강릉가대위 집회장에서 전화가 왔다. 천막안에 앉아 집회장에 있는 가족

▶전화로 가족대책위 집회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책위에게 핸드폰을 대고 발언을 하고 구호도 외친다. 이 위원장의 농성장 일과는 가족들에게 전화 발언, 찾아오는 기자들 인터뷰, 사진 촬영, 각 노조사회 단체들의 지지방문객 맞이 등으로 바빴다. 그런데도 그는 조합원들이 더욱 걱정이다. 산개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지쳤을 거라며 정작 자신은 농성장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조합원만 버티면 저는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주는 밥만 먹고... 농담삼아 저는 조합원들에게 사육당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조합원만 무너지지 않으면 갑니다."

그는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한 중간간부들의 역할이 컸고 연대동지들도 많아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는 특별히 파업선언 한번 때깔 나게 하고 그 다음부터 한게 없었습니다."라고 해 또 한번 주변을 웃겼다. "파업선언도 정부와 사측이 강제해서 만들어 준겁니다. 저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형사처벌을 아주 경미하게 해야 합니다. (웃음) 왜냐면 한 역할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단순 가담자 일 뿐입니다. 파업은 사측과 정부가 유도하고 조장해서 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의 가장 큰 배후자는 제가 아니라 정부와 사측이고 큰 처벌도 그들이 받아야 합니다. 장기화 된 것도 전부 그들의 책임입니다."

위원장 결의하면서 생을 걸었다.
이동호 위원장의 얼굴을 보면 무척 동안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올해 나이 37세.

▶명동성당 천막농성장
키를 물어 보았더니 그런걸 뭐하러 물어 보냐며 2미터 조금 안되고 몸무게도 100키로 조금 안된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위트와 여유로 질문의 핵심을 짚으면서도 그 안에는 끈기와 배짱이 옅보였다. 문득 그가 어떻게 위원장에 나서게 됐는지 궁금해 졌다. "선거에 나갈 때 파업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제 생의 궤적을 바꿀 것이란 것도 알고 출마했습니다" 선거에 나갈 당시만 해도 이 위원장은 울산 화력지부장이었다. 울산 화력은 발전에서 두 번째로 큰 지부이다. 그는 그곳에서 해야할 역할과 꿈도 많이 있었다고 설명 했다. 그래도 해야할 일을 알았고 결단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대신 조합원들이 이렇게 완강하게 투쟁을 지속하리란 생각은 못했다"며 여전히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나름의 상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민주노총으로 바꾼지는 얼마 안됐지만 울산에 있었기 때문에 전노협 시절부터 민주노총의 전과정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 당시 발전 대의원들의 '총력투쟁/총파업투쟁' 논쟁시 민주노총에 대한 실망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한계들을 나중에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라고 강조 했다.

전기 들어온지 100년만의 첫 총파업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해 선택한 산개전술은 지금 노동운동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지만 정작 발전 노동자들과 이위원장은 첫 번째 파업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0년 12월 전력노조의 파업철회에 대한 분노와 한이 여전히 살아 있었던 것이 투쟁의 동인이었고, 파업한번 변변히 못해보고 당했던 것이 이제는 파업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이 되었다고 한다. 발전노동자들은 지난 2월24일 예외 없이 모인 5000여명에

▶자신은 조합원들에게 사육당한다는 표현을 쓰는 이호동위원장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로가 스스로 놀랐다. 이미 발전은 모인 순간 파업에 돌입해 버린 것이다. 이호동 위원장은 산개중인 조합원들에게 "조별로 지친마음도 달래고 심리적 불안감도 달랠 수 있는 창조적인 파업투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한다. "서울대에서 이미 조합원들과 약속했습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2선지도부 중심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전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투쟁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를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결판을 내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공권력 투입 후의 상황에 자신감을 내 비쳤다.

인터뷰가 끝나자 말지 기자가 찾아와 표지사진을 찍자고 했다. 기자의 살짝 웃으라는 주문에 "파업 13일째 하면서 웃으면 그거 정신나간 놈이잖아" 라며 어정쩡한 포즈를 잡는다. 말지의 사진을 찍는 동안 기초사항에 대한 질문을 빠트린 것이 생각났다. "혹시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아내만 있습니다. 얘들은 없구요" "아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사내커플이기 때문에 아내는 투어파업중입니다." 여기서 깜짝 놀랐다. 아내도 산개중인 조합원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바로 말을 이었다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부장 지침 따라 파업 잘해라. 위원장 복귀명령이 있을 때까지 복귀하지 말라.' 입니다." 이 위원장은 끝까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 파업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재차 확인한 순간이었다.

태그

발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참세상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